피타고라스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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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 식단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0.1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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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타스]

초기 인류의 식품은 거의 식물에서 유래하였다. 채식주의 영양에 관한 역사적 기록은 오르페우스교(Orphic mysteries) 추종자들에 의해 BC 6세기경에 시작되었다. 이 종교집단은 동물의 살생과 육식을 금했으며 계란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동물 유래 음식도 배척하였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적절한 식단이 신체와 지적 건강에 대한 필수조건이라 믿었기 때문에 영양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사실, 현대적 관점에서도 많은 질병은 건강하지 못한 식단과 영양에서 비롯된다. 의학이 경험의 영역에서 논리적인 영역으로 이행하면서 영양학은 의학의 독립된 가지가 되었다.

비거니즘(veganism)은 극단적 형태의 채식주의로 그 용어는 1944년에 만들어졌지만, 고기를 먹지 않는 행위는 고대 인도와 동지중해 사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a² + b² = c² 식의 피타고라스 정리를 기억한다. 피타고라스(Pythagoras, 580~500 BC)는 지구가 둥글다고 최초로 제안하였고, 또한 달의 빛이 반사된다고 주장하였다. 피타고라스는 철학, 수학과 천문학에 대한 지식의 겸비와 더불어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 종에 대한 자비를 주장하였다. 채식주의는 BC 500년경에 피타고라스에 의해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피타고라스는 가장 자연적이고 건강한 식품으로서 채식을 옹호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채식주의의 아버지라 불리고 있다. 그는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도 영혼을 갖고 있으며 윤회 환생하여 영생한다고 가르쳤다. 어떤 인간은 사후에 동물이 될 수 있고 어떤 동물은 사후에 인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피타고라스는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을 죽이고 먹는 것은 영혼을 더럽히고, 보다 높은 실재 형태와의 통합을 차단한다고 믿었다. 한 생에서는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고 다음 생에서는 돼지로 태어나 도살당할 수도 있다. 영혼이 인간에서 동물로 실제로 이동한다면 어떻게 육식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이유로 피타고라스는 빵, 꿀과 채소 같은 식단으로 생활한 최초의 윤리적 채식주의자라 할 수 있다. 피타고라스는 고기를 동물 복지와는 연결시키지 않았다. 동물은 다른 창조물처럼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 원조 채식주의자 피타고라스
▲ 원조 채식주의자 피타고라스

그리스의 철학자인 플라톤은 피타고라스의 영향을 받았으나 피타고라스처럼 채식을 행하지는 않았다. 플라톤이 어떤 식습관을 영위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오직 인간만이 불멸의 영혼을 갖고 있으며 만물은 인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단언적으로 가르쳤다.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384~322 BC) 역시 만물은 인간을 위해 사용되며 인간의 영혼만이 불멸이라 생각하였다. 덧붙여 그는 식물이 사다리의 가장 낮은 단계를 차지하며 인간이 가장 높다는 존재의 사다리론을 주장하였다. 이 계급에서 일부 인간은 원래부터 노예라고 주장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은 이성이 없기 때문에 동물에게는 윤리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피타고라스의 유산을 물려받은 또 한 사람이 시인이자 윤리학자인 오비디우스(43 BC~17 AD)였다. 오비디우스는 그의 시 <변신 이야기>에서 동물을 죽이지 말고 육식을 하지 말라는 피타고라스의 열렬한 호소를 칭송하였다. 전기 작가이자 철학자인 플루타르코스(46~120)는 피타고라스 철학에 영향을 받아 채식을 했으며 채식의 이점뿐만 아니라 동물이 이성적이고 존중할만하다는 내용의 많은 에세이를 작성하였다. 특히 <육식에 관하여>라는 그의 에세이에서 인간의 소화계는 고기를 소화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인간은 육식에 적합한 발톱과 엄니가 결여되어 있는 것 같은, 오늘날의 채식주의자와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채식주의와 동물 권리에 대한 주장은 그리스 철학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840년대에 채식주의자란 말이 사용되기 전까지 비육류 섭취자를 <피타고라스파>라 불렀다. 채식주의자들은 20세기가 시작되면서 일어난 상업적 육류 생산을 비판하면서 육식을 하는 것은 야만적이고, 비윤리적이며, 건강하지 못하고 자연적이지 않으며, 비환경적이고 종교적 교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일을 통해 인간은 스스로 품위를 떨어뜨리고 감수성을 무디게 하며, 인간과 동일한 동료 창조물에 대한 동정심을 둔하게 만들고, 이것은 인간에 대한 고문이나 살해를 행하는 것과 동일한 감정의 터널을 스스로 태연하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동물이 인간과 상호 소통할 수 있다고 여겼다. 따라서 인간이 동물을 죽이는 것은 부정의한 일이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동물의 복지를 챙겼고 환생을 믿었다. 이런 탓에 그들은 육식이 신체 건강에 해롭고 정신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믿었다. 그들은 식물에서 유래한 식품은 영혼을 정화하고 채식주의는 신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간다고 여겼다.

▲ 출처=www.stuff.co.nz
▲ 출처=www.stuff.co.nz

현시대의 채식주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행하고 있다. 채식주의를 택한 많은 개인들은 건강을 이유로 말한다. 예를 들어, 궤양이 있는 사람은 치료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 엄격한 채식 식단을 처방받기도 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도 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낮추기 위해 채식 식단을 추천한다. 인간의 특성과 육식동물 및 초식동물의 해부학적 그리고 생리적 특성을 비교해 볼 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잡식성이다. 그러나 식물에서 유래한 식품은 인간의 건강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음식원이다. 옛날에는 식물과 그 열매는 거의 항상 이용 가능했고 구하기 쉬웠다. 그에 비해 동물을 사냥하는 것은 어렵고 종종 위험하기도 해 육식은 매우 드물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농업이 도입됨에 따라 인간의 식단은 식물 중심으로 크게 변하게 되었다. 극단적 채식주의자는 고기가 아니더라도 모피 같은 동물 유래 상품의 사용을 거부하기도 한다. 비타민 B12는 거의 전적으로 동물 생산물에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채식주의자들은 특정 영양분이 강화된 식품 또는 적당량의 비타민을 섭취해야 한다. 기원전  피타고라스의 삶의 방식이 현재까지도 채식주의 영양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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