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의 몸은 우리 스스로 정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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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의 몸은 우리 스스로 정의할 것이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1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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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장애의 역사: 침묵과 고립에 맞서 빼앗긴 몸을 되찾는 투쟁의 연대기 | 킴 닐슨 지음 | 김승섭 옮김 | 동아시아 | 360쪽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장애’를 치료받아야 하는 의학의 문제로 바라본다. 이러한 시선에서 신체적 결함이 있는 사람은 ‘장애인’이 되고, 그러한 결함이 없는 사람은 ‘비장애인’이 된다. 저자는 장애를 몰역사적이고 고정불변하는 개념으로 여기는 이러한 관점이 수많은 장애인의 다양하고 풍성한 삶을 지워버린다고 말한다. 이 책은 비장애중심주의 사회가 강요하는 수치와 침묵, 고립에 맞서 “우리의 몸을 되찾고 세상을 바꾸는 용감하고 시끌벅적한 이야기”로 장애라는 프리즘을 통해 미국 역사를 다시 바라보고 읽으며 몸의 정의, 정상성의 정의에 대해 질문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장애’의 개념이 고정불변의 개념이 아닌 변화하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장애학, 역사, 여성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장애를 중심에 두고 미국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기술하면서 사회에 따라 장애란 무엇이었고 어떻게 정의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은 시민과 비시민,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이 변화한 역사이기도 한 까닭에, 지금 우리 사회의 통념들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유능한 시민인 우리는 “자신의 두 발로 서 있어야” 하고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서사에서, 독립은 좋은 것이고 의존은 나쁜 것이 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의존은 타인에게 기대는 연약함을 의미할 뿐이고, 독립과 자치로 대표되는 미국의 이상적 가치에 반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이다. 독립에 긍정의 의미를, 의존에 나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한국사회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장애를 의존과 동일시할 때, 장애는 낙인이 된다. 장애인은 ‘열등한 시민’으로 호명된다. 그렇다면 의존은 나쁜 것일까? 비장애인은 독립적인가?

저자는 말한다. 민주주의 본래 모습이 그러하듯,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고, 의존은 장애를 가진 사람만의 것이 아니며, 우리 모두는 상호의존(Interdependent)하는 존재라고 말이다. 그는 개인주의라는 미국적 이상을 지적하는 역사학자 린다 커버(Linda Kerber)의 말을 인용한다. “실제 삶에서 스스로 만들어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온전히 혼자인 사람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 장애의 역사의 저자 킴 닐슨
▲ 장애의 역사 - 저자 킴 닐슨

저자는 “의존은 모든 인간의 삶 한가운데 존재”하며, “의존이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만든다”고 말하며, 의미를 전복하고 가치를 확장한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역사적 사례를 보여주고 질문하며, 기존에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통념들에 질문을 던진다. 전복적인 상상으로 이끌고, 제안한다.

비장애중심주의적 태도는 장애인 고용차별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스탠딩 콘서트장에서 모두가 두 시간 동안 서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는 행사에서처럼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같은 비장애중심주의가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동성애 혐오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 구조 속에 축적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비장애중심주의가 강요하는 침묵, 수치, 고립에 맞서 투쟁해온 역사를 말하고 있기도 하다.

“질병이나 사고를 겪은 나의 몸이 어느 날 ‘장애’라고 규정됨을 자각한 날, 우리는 기억을 잃고 낯선 땅으로 추방당했다고 느낀다. 이 책은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역사의 진실은 그 반대라고 말한다. 유럽에서 북아메리카로 건너간 ‘독립적이고 능력 있는’ 몸들의 지배와 그에 대한 저항 가운데서, 식민주의·인종주의·젠더차별·비장애인중심주의의 억압과 폭력의 논리 속에서, 장애가 구성되고 제멋대로 동원되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장애인이 된다는 말은 당신 혼자 새로운 세상에 살게 되었음을 의미하지 않고, 새로운 억압과 차별의 역사가 당신이(우리가) 사는 세계에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책이 마지막 장에 이르러 장애를 ‘자부심’이라 여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이 자부심이 그저 정신승리가 아닌, 우리가 사는 바로 이 세계의 오랜 계보와 연결된 단단한 마음임을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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