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부터 김찬삼의 『세계일주여행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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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부터 김찬삼의 『세계일주여행기』까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1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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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여행기의 인문학 2: 지리학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동양인 세계 여행기 |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지음 | 푸른길 | 482쪽

여행(travel)은 그 어원처럼 고생과 고역(travail)을 동반하더라도 기꺼이 ‘나’를 찾아 떠나는 길, 타자의 장소와 미지의 공간으로 뻗어 있는 길을 비추는 가늘고 희미한 빛과 같다. 여행과 여행기(travel writing)의 지리적 의미와 은유를 반추하며, 지금 같은 여행 대중화 시대에 지리학자로서 여행기를 읽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책에 수록된 여행기들은 당대의 지리적 상상과 인식 확대에 많은 영향을 준 기록들을 엄선한 것이다. 번역서가 있는 책들을 중심으로 선정하였으며, 여행기의 저자는 동양인으로 한정하였다. 그리고 타 분야의 연구 성과와 차별되는 지리적 함의를 소개하는 데 분석의 초점을 두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정된 여행기는 총 10권으로, 시대 순으로 목차가 구성되어 있다. 지난 18~20세기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시선으로 타자화되었던 동양인의 여행기를 지리학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은 동양인이 여행을 통해 낯선 땅과 문화를 접하며 자신을 재발견하고 세계관을 구축했던 경험을 섬세하게 따라가고 있다. 동시에 각 시대를 대표하는 지리서의 고전으로서 동양의 여행기가 지닌 가치와 함께 세계를 인식하는 지평의 근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제1장 “길 위의 이름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에서는 9세기 전반 일본의 불교 승려 엔닌이 당나라로의 구법 여행을 기록한 일기체 기행문인 『입당구법순례행기』를 대상으로 동북아시아 한·중·일 삼국 사이에서 펼쳐졌던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속을 횡단했던 한 인간의 여행을 길과 이름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 입당구법순례행기와 저자 엔닌
▲ 입당구법순례행기와 저자 엔닌

제2장 “자기도 모르게 지리학자가 된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리흘라(Rihla)』”에서는 ‘무슬림의 마르코 폴로’로 불려온 중세 모로코 출신의 여행가 이븐 바투타의 여행과 그의 여행기 『리흘라』가 지니는 지리적 의미를 탐색하였다.

제3장 “모빌리티 렌즈로 바라본 최부의 『표해록』”에서는 조선 성종 때인 1488년경, 제주에서 추쇄경차관으로 재직하던 최부가 쓴 일기체 중국 견문기인 『표해록』을 모빌리티 렌즈(mobility lens)를 통해 분석하였다.

제4장 “아름다운 자연, ‘명승(名勝)’과 여행기: 경관론의 관점에서 『서하객유기』 읽기”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참된 아름다움의 이상(ideal)을 자연 속에서 찾으려 하고 독보적으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자연의 모습을 명승(名勝)이라 불렀음에 주목하였다.

제5장 “조선 후기 연행록과 박지원의 열하 노정”에서는 18세기 후반에 기록된 『열하일기』와 17~19세기에 간행된 다른 연행록과의 노정 비교를 통해 이 여행기가 지닌 역사지리적 의미를 찾고자 하였다.

제6장 “『열하일기』 연행 노정에서 만난 장소와 경관의 지리”에서는 미지의 공간인 청나라로의 여행을 평생의 일로 갈망했던 조선의 선비 연암 박지원이 1780년 음력 6월에 압록강을 건너 연경까지 직접 체험한 연행 노정을 장소와 경관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제7장 “조선통신사의 일본 방문 이야기: 신유한의 『해유록』에서 여정 경로와 시선을 중심으로”에서는 신유한이 1719년 제술관으로 일본에 다녀와 기록한 『해유록』을 대상으로 여행 일정, 문화 교류, 경관 묘사, 견문 내용 등을 분석하였다.

제8장 “‘번역된 서구’ 읽기와 유학 여행으로 재현된 문명개화의 텍스트 표상, 『서유견문』”에서는 『서유견문』을 격동의 세기적 전환기를 살다 간 경계인 유길준의 ‘번역된’ 서구 읽기인 동시에 사행 및 유학 여행의 실천으로 내재화한 문명개화의 심상을 텍스트로 재현한 탈옥시덴탈리즘의 표상이며, 근대 자주민권국가를 향한 이상의 응집으로 보았다.

제9장 “『만한 이곳저곳(滿韓ところどころ)』으로 본 나쓰메 소세키의 만주 여행과 만주 인식”에서는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인 나쓰메 소세키가 1909년에 42일 동안 만주를 여행하고 쓴 기행문인 『만한 이곳저곳』을 대상으로 당시 일본 지식인이 수행한 만주 여행을 복원하고, 여행의 결과로 얻은 만주에 관한 인식을 고찰하였다.

제10장 “식민지 조선 여성의 해외여행과 글쓰기: 나혜석의 『구미만유기』”에서는 1920~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시공간적 맥락에서 한국 여성 최초로 이루어진 나혜석의 구미 여행에 대한 문화지리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마지막으로 제11장 “김찬삼의 『세계일주여행기』: 지리적 지식과 상상력의 대중화를 향하여”에서는 20세기 중·후반 한국의 격동기를 세차게 풍미했던 김찬삼의 『세계일주여행기』가 한국인들의 세계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는 데 큰 공헌을 했음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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