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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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 정영기 서평위원/호서대·과학철학
  • 승인 2020.1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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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타스]

고전은 과거에 쓰인 책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영혼을 위로해주고 힘과 지혜와 용기를 준다. 그런 점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대표적인 고전 중의 하나이다. 『명상록』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자신을 일깨우기 위해 쓴 자기성찰의 글이며, 자기 자신에게 쓴 일종의 고백록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안팎으로 코로나바이러스로 일상이 흔들리고 마음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 관련 뉴스는 매일 넘쳐나고 있고 우리를 피곤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상생활의 리듬이 흐트러지게 된다. 일상적인 모임이나 동호회 활동과 실외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여 긴장과 불안이 증가하고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의 한 대목을 살펴보자. “주위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신의 마음이 흐트러질 때는 재빨리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와서 필요 이상으로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끊임없이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옴으로써 당신은 조화를 더 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상록』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철학적이고 성찰적인 단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우렐리우스의 내면의 소리가 진솔하면서도 단편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은 아우렐리우스가 그의 생애의 마지막 10년 동안 우주와 자연, 신과 인간에 대해 사유한 내용들을 기록한 것이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제국의 황제이면서 장군이자 철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철학은 우리의 영혼이 더럽혀지거나 상하지 않도록 보호해 준다.”라고 말할 정도로, 철학을 삶의 태도이자 실천 그 자체로 여겼다. “의사들이 어느 때나 그들이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항상 진료 도구와 칼을 간직하고 있듯이 그대도 신의 일 또는 인간의 일을 이해하기 위하여 또는 신과 인간을 상호 결합하는 긴밀한 유대를 염두에 두고 어떤 사소한 일일지라도 처리해낼 수 있기 위하여 그 대비로서 항상 근본원리를 갖추도록 하라.”

우선 스토아학파인 아우렐리우스는 이성에 대해 신뢰한다. “만물을 두루 살피고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이성을 섬기며 진정으로 공경하면 충분하다는 것을 모르고 공연히 이웃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추측하는 사람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다.”

아우렐리우스는 가까운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우리는 자연에 따라 만들어진 사물에 부수(附隨)하는 것에도 즐거움과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빵을 구울 때 어떤 부분이 갈라지는데, 이렇게 갈라진 부분도 빵 굽는 사람의 의도와는 어긋나지만, 일정한 모양을 갖추게 되어 이 부분도 일종의 아름다움을 갖고 특수한 방법으로 식욕을 자극한다. 또한 무화과나무 열매는 익으면 터지고, 다 자란 올리브나무도 썩기 직전이 되었을 때 그 열매는 각별한 아름다움을 갖는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스토아 철학자인 세네카와 에픽테토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황제인 아우렐리우스가 노예 출신 에픽테토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세속의 잣대로 보면 놀라운 일이다. 아우렐리우스의 핵심 사상은 "인간은 어떤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한 시각 때문에 불행해진다."는 에픽테토스의 말로 잘 표현된다. 다시 말해서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지만, 그에 대한 생각 그리고 감정은 바꿀 수 있다. 

명상록에 나오는 재미있는 대목은 “산처럼 생각하라”는 말이다. 옛날 인디언들은 “산처럼 생각할 것을 가르쳤다고 한다. 산처럼 생각하기란 무엇일까? 조금 더 살펴보자. 심층생태학자인 아르네 네스(Arne Naess) 등이 저술한 『산처럼 생각하라』에 보면, 산처럼 생각하기는 첫째, 인간이 생물권(지구상의 생물의 세계)의 일부임을 깨닫는다는 뜻이다. 둘째, 다른 모든 생물체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깨닫는다는 뜻이다. 셋째, 산처럼 생각하기는 상생을 이해하는 것이다.

 


정영기 서평위원/호서대·과학철학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양철학(과학철학) 전공으로 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KAIST 대우교수, 충남대 초빙교수, 국회 입법고시출제위원을 역임했으며, 한국동서철학회 차기회장이다. 저서로는 <과학적 설명과 비단조논리>, <귀납논리와 과학철학>, <철학과 영상문화>, <논리와 사고>, <논리적 사고와 표현>, <인문학 독서토론 20선>이 있으며, 역서로는 <근대철학사-데카르트에서 칸트까지>, <현대경험주의와 분석철학>, <공학철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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