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의 기원에서부터 21세기의 발달된 생물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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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의 기원에서부터 21세기의 발달된 생물학까지
  • 김환규 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0.1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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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 책을 말하다_ 『생물학 오디세이』 (김환규 지음, 전북대학교출판부, 141쪽, 2020.09)

각 세기는 특정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대표할 수 있다. 19세기가 공학의 시대라면 20세기는 화학과 물리학의 시대였다. 21세기는 생물학의 시대로 생물학은 생명현상의 이해 및 이를 통해 인류가 당면한 문제해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실은 글들은 생물학의 기원에서부터 21세기의 발달된 생물학까지를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작성한 것이다. 전반부에서는 생물학의 역사, 생물학사에 전환점을 만든 역사적 발견과 현재의 제4차 산업시대의 생물학의 영향을 기술하였다. 후반부에서는 인류의 삶 속에서 생물학의 위치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즉 인간의 본성, 자연현상의 생물학적 이해, 진화론, 유전공학의 비전과 한계 등을 다루었다.

저자는 ‘현대 과학기술 시대의 생물학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통해 생물학과 그 연관 기술이 ‘어떤 종류의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조망하였다. 또한 생물학은 생명현상에 대한 지식의 축적을 바탕으로 인류의 복지와 지구 환경 보존에 기여를 할 것이란 점을 기술하였다. 생물학은 농업의 시작과 연관된 역사를 가진 과학이며, 그보다 더 이른 시기에는 ‘이것을 먹어도 안전할까’하는 먹거리에 대한 탐색 시기부터 존재하였다. 초기의 인류는 생존을 위해 식물과 동물에 대한 지식을 전승해야만 했을 것이다. 생물학적 지식의 최초의 전환점은 약 만 년 전의 농업혁명에서 시작되었다. 최초로 정착한 인류는 식물을 재배하였고, 가축을 길러 정주사회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자연철학과 자연신학은 식물과 동물의 개념적 그리고 형이상학적인 기초를 포함하여, 생명체가 왜 존재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를 다뤘다. 생물학은 실험적이고 기술적인 과학이다. 생물학의 발달과정에서 획기적인 사건은 새로운 도구의 개발과 기술의 발달인데, 그 중 중요한 것이 현미경의 발명이었다. 현미경의 출현으로 세포 및 미생물학적 연구가 가능해져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명의 사다리’ 개념과 ‘자연발생설’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현대 생물학의 발달에 기여한 결정적인 사건은, 1866년에 멘델의 유전학설이 발표된 것이다. 멘델은 <잡종식물의 연구>란 저서를 통해 유전 가능한 형질의 존재를 제시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다윈은 자연선택을 통한 종의 변화이론을 발표하였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초자연적 현상과 인과관계를 거부했다. 진화론은 생명체의 적응과 다양성을 오직 유물론으로 설명하였기 때문에, 창조자 또는 설계자로서 신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자연신학자들이 ‘놀라운 설계’라 칭한 모든 현상은 자연선택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과학에서 신을 제외시킴으로써 모든 자연현상에 대해 엄격한 과학적 설명이 가능한 공간과 실증주의가 생겨났다.

21세기의 생물학은 다양한 지적 주제들을 통합시키고 있다. 주된 통합은 환원주의와 시스템적 접근의 통합이다. 환원주의자는 생물체의 구성성분을 동정하고, 그 동태를 탐구한다. 시스템 생물학자는 생물체의 작동 기작을 모든 연관된 차원에서 연구한다. 현재의 생물학은 전산과 통합되어 시스템 생물학적 연구가 가능하여, 검증해야 하는 가설 생성의 기초가 되고 있다. 생물학 연구를 통해 암이나, 알츠하이머 또는 다른 질병의 발병 가능성, 또는 특정 질환의 치료 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개인들을 진단하고 맞춤형 의약품의 개발이 가능해졌다. 또한 유전공학의  발달에 따라 형질이 우수한 작물의 개발, 바이오 연료의 생산 등 인류에게 희망적인 분야가 상당하다. 그러나 유전자변형생물의 생태계 교란 가능성 또는 개인 유전정보의 공개로 인한 인권의 침해 등 대중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많이 존재한다.

저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흥미로운 현상들을 설명하였다. 예를 들어 <변태>를 행하는 생물들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곤충의 애벌레와 성체는 전혀 다른 먹이와 환경을 필요로 한다. 애벌레는 성장과 에너지 소비가 절대적인 단계이며 성체는 번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누에나방의 성충은 전혀 먹지 않고 알을 낳는 번식행동만 행하다 죽기 때문에 입이 필요 없다. 따라서 변태를 행하는 생물들은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생존의 기회가 증대된다. 또 다른 예로는 탁란이 있다. 탁란은 기생 조류에게 새끼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완화시켜 주거나 또는 새끼를 위해 둥지를 지을 필요가 없어 보다 많은 먹이를 획득하거나 보다 많은 알을 낳을 수 있게 해준다. 탁란 조류는 서로 다른 숙주 조류의 둥지에 산란하기 때문에 피식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어 결국 자손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 산란시기가 되면 탁란을 행하지 않는 새들은 3~5개를 산란하나 뻐꾸기는 평균 25개의 알을 각기 다른 둥지에 낳기 때문에 그들의 유전자가 자연계에 확산될 확률이 크게 증가된다.

자연계에서 인간만 거짓과 기만을 행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종류의 속임수와 사기가 고등동물, 특히 영장류에서 관찰된다. 동물 세계에서의 기만은 한 동물로부터 다른 동물로의 의도적 정보의 전달을 말한다. 인간은 남을 속이기 위해 스스로를 속인다. 자신은 친구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스스로에게 얘기한다. 내가 후원하는 정당은 오류가 없고, 나 자신도 동료와 집단을 위해 헌신하느라 무척 바쁘다고 스스로에게 얘기한다. 인간은 남을 속이기 위해 자신을 속여 사회적 이익을 만들어낸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자기기만을 통한 자기고양이다. 인간은 스스로 편안해지기 위해 자신의 자질을 과대평가하도록 진화되어 왔다.

최근의 COVID-19와 관련된 내용으로 바이러스를 다루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연관되어 있는 한 감염성 질병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감염성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은 박멸시킬 수 없고 조절만 할 수 있다. 박멸됐다고 여겨지는 천연두 같이 질병 박멸에 대한 인간의 꿈은 인수공통 질병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른 동물 종에 존재하는 질병 매개체는 그 동물을 박멸시키지 않는 한 공존할 수밖에 없다. 많은 전염성 바이러스가 박쥐에 감염되어 있으며 인간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쥐는 생태계에서 엄청난 중요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박쥐 유래 질병이 많다고 해서 박쥐를 박멸시킬 수는 없다.


김환규 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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