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감정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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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감정을 말하다
  • 조현용 경희대학교·한국어교육
  • 승인 2020.1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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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

■ 저자가 말하다_ 『한글의 감정: 한글을 통해 세상을 보다 한글에서 감정의 온도를 느끼다』 (조현용 지음, 한글파크, 248쪽, 2020.09)

1. 한글의 수수께끼

한글은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수수께끼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이래 많은 부분의 수수께끼가 풀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한글을 공부하는 매력은 바로 이 수수께끼에 있습니다. 저 역시 늘 한글의 수수께끼가 궁금했고, 이를 풀기 위하여 많은 책과 논문을 보기도 했습니다. 탐구의 과정은 늘 재미있었습니다. 흥미로운 탐색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번 자주 보면서 뜻밖의 사실도 알게 되었고, 한글을 만들 당시의 느낌이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두근거리는 순간입니다. 

한글을 만든 이유나 진행 과정에도 수수께끼가 많습니다. 세종은 한글을 왜 창제했을까요? 애민, 자주, 실용이라는 시험에 나오는 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세종실록 등을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별로 어렵지 않은 내용입니다. 여러 번 세종실록에서 창제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가 세종이 한글을 만든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억울한 백성을 없애기 위함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억울하게 벌을 받는 백성이 없게 하려는 세종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한글의 수수께끼는 한글의 이름에도 있습니다. 자음의 이름은 훈민정음에 나와 있지도 않습니다. 한글 창제 당시에는 자음의 이름을 어떻게 불렀는지 알지 못합니다. 기역, 니은이라는 이름이 없었다는 말입니다. 글자 모양은 상형의 원리로 만들되 옛 글자를 참고한 것 같습니다만 정확한 방식에 대해서는 설명이 적습니다. 미음에 획을 더해서 비읍이나 피읖의 글자를 만드는 방식은 수수께끼 그 자체입니다. 

2. 한글에도 감정이 있다

한글이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글자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장 과학적인지에 대해서도 세계의 학자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에 가장 잘 맞는 글자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모음이 그렇습니다. 우리말의 모음은 밝고 어두운 느낌이 납니다. 즉 밝고 어두운 감정을 잘 나타내 줍니다. 그런데 한글의 모음은 글자 모양에 소리의 밝고 어두움을 잘 담아내었습니다. ‘아’와 ‘오’는 사람의 동쪽, 땅의 위쪽에 하늘, 즉 태양이 있는 모습입니다. 밝은 느낌이 납니다. ‘어’와 ‘우’는 반대로 어두운 느낌이 납니다. 한글은 이렇게 우리의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자음의 글자도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글의 감정이 느껴집니다. 한글을 만들면서 즐거워하셨을 세종의 웃음도 느껴집니다.

저는 한글의 감정이라는 책을 통해서 한글의 글자 모양과 소리의 관계를 이어보았습니다. 또한 한글 자모와 우리말 어휘의 느낌을 연결해 보았습니다. 참 즐거운 공부였습니다. 우리말 어휘의 소리도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의성어나 의태어가 대표적이죠. ‘하하, 호호, 흐흐. 헤헤’의 느낌이 모두 다릅니다. 감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 오, 우, 이, 에’ 등이 감탄사로 쓰일 때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밝고 어두운 느낌이 납니다. 동사, 형용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랗다’와 ‘누렇다’는 어떤가요? ‘밝다’와 ‘붉다’는 어떤가요? 명사 ‘봄’과 ‘가을’에는 밝은 모음이, ‘여름’과 ‘겨울’에는 어두운 모음이 쓰인 것은 우연일까요? ‘살다’에 밝은 모음 ‘아’와 흘러가는 느낌의 리을 받침이 있는 것은 왜일까요? ‘죽다’에 어두운 모음 ‘우’와 막힌 느낌의 받침 기역이 쓰인 것은 왜일까요? 공부하면 할수록 수수께끼가 한가득합니다. 

현대에는 한글이 감정 기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키읔’은 그 모습만으로 웃음이 상상됩니다. ‘히읗’의 느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글 자모는 다양한 모습으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한글은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 아니라 감정의 전달 수단입니다. 문자가 감정도 보여줍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3. 한글과 상상력 그리고 위로

저는 한글을 통해 상상의 여행을 했습니다. 세종이 한글을 만들던 당시 상황에 몇 날 며칠을 푹 빠져있기도 했습니다. 공부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정이입으로 공감이 커졌습니다. 한글의 글자 모양과 우리의 소리, 어휘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면서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그것은 한글이 보여주는 세상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말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말 속에 담긴 지혜와 깨달음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글은 우리에게 서로 어울리며 살라고 합니다. 아프고 힘든 사람이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저는 한글을 공부하면서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 즐거운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말은 그대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생로병사, 희로애락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말 공부는 우리 민족의 사고를 공부하는 것이고, 문화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서 조상에서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를 아끼고, 위로하면서 살게 됩니다. 한글을 시작으로 우리말의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 바랍니다.


조현용 경희대학교·한국어교육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한국어교육 전공 교수.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공부하고 있으며 언어를 통해 세상이 따뜻해지기를 소망한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어 교육을 위해서 쓴 《한국어 어휘교육 연구》, 《한국어 교육의 실제》, 《한국인의 신체언어》, 《한국어 문화교육 강의》, 《한국어, 문화를 말하다》 등이 있으며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려고 쓴 《우리말 깨달음 사전》, 《우리말로 깨닫다》, 《우리말 가슴을 울리다》, 《우리말 지친 어깨를 토닥이다》, 《우리말의 숲에서 하늘을 보다》, 《우리말 선물》, 《우리말 지혜》, 《우리말 교실》 등이 있다. 최근에는 언어의 위로와 치유에 대해서 관심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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