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어떻게 ‘사상’과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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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어떻게 ‘사상’과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가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1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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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철학자의 거짓말: 삶의 진실은 영원히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남는다 | 프랑수아 누델만 지음 | 문경자 옮김 | 낮은산 | 344쪽

이 책은 ‘거짓말’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철학자들의 삶과 그들의 이론을 밀도 높게 파고들어간 책이다. 저자는 ‘거짓말’이라는 복합적이고도 창의적인 방식을 통해 “반대의 삶을 살면서도 어떤 주제를 지지하는 정신적 경향”을 섬세하고도 조목조목 밝혀 나간다.

사려 깊은 아버지로 스스로를 소개하며 위대한 교육론을 쓴 루소는 자신의 다섯 아이를 버렸다. 푸코가 진실을 말할 용기를 주장했을 때, 그는 그의 목숨을 앗아갈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숨기고 있었다. 보부아르가 《제 2의 성》을 써서 페미니즘의 기초를 마련했던 바로 그때, 그녀는 미국의 한 작가와 사랑을 나누며 순종적 여성의 역할을 자처했다. 키르케고르는 금욕주의자로 살 때 ‘유혹자의 일기’를 기록했다. 철학자들이 창조한 담론과 그들의 실제 삶 사이에 무엇이 놓여 있을까?

저자는 철학자 및 사상가를 중심으로 이론과 실천 사이에 놓인 ‘거짓말’을 독특한 관점으로 탐색했다. 데카르트는 코기토, 칸트는 도덕법칙, 헤겔은 변증법, 사르트르는 참여의식으로 도식화된 철학자와 중심사상 사이에서 저자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한다. 철학자의 이론이 “속이 훤히 비치는 유리”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우리가 철학자의 인성과 그가 만들어 낸 이론적 구성물이 투명하게 일치한다고 믿어 버린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철학자와 그의 사상의 일치는 허구라는 점을 간파하고, ‘거짓의 형태로 표현된 진실’에 주목한다. 이른바 “진실한 거짓(mentir-vrai)”이다. 거짓말을 ‘도덕적 측면’이 아닌 “일관되고 강력한 세계를 구축하는 주체의 창의적인 논리”로서 들여다봄으로써, 거짓말하는 사람의 ‘무수한 허구들’이 어떻게 ‘사상’과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지 살펴본다. 이 책에서 저자는 루소, 니체, 칸트, 푸코, 사르트르, 들뢰즈, 보부아르, 레비나스, 키르케고르 등 철학자 및 사상가들의 매력적인 이론을 뒷받침하는 ‘거짓말’이라는 키워드를 지적 탐구의 여정 위에서 풀어냈다.

우리는 다른 어떤 도덕 가치보다 ‘거짓말하지 말 것’을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요청받는다. 그럼에도 거짓말을 멈출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하루 평균 몇 번인지, 몇 분에 한 번인지가 아니라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이다. 글을 쓰는 사람의 거짓말은 더 정교하고(뻔뻔하고) 더 유려하고(감쪽같고) 더 리얼하다(교활하다). “말을 비틀고 확장”하고 “강조와 반복, 다듬기”에 집중함으로써 거짓말은 “미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놀라운 풍요”를 보여 준다.

이 점에서 철학자들의 거짓말을 살펴보는 일은 특히 흥미롭다. 추상적인 언어를 체계적으로 사용해 사상의 보편성을 주장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이 창조해 낸 지적 구성물과 그와 상반되는 실천 사이에는 무엇이 놓여 있는가. 그 간극을 들여다보는 일은 누구도 완벽하게 고결하지 않다는 ‘진실’을 알려주기에 위안이 된다. 저자는 철학자가 “행동은 다르게 하면서 저런 원칙을 표방한다”는 관점이 아닌 “자신이 이론화한 것과 반대되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저런 원칙을 표방”할 수 있었다는 관점을 취한다. 그의 ‘거짓말 분석’은 철학자들을 “비열한 거짓말쟁이”로 고발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의 관심은 간극, 즉 삶과 언어 ‘사이’의 닿을 수 없는 심연에 있다. 철학자들의 담론은 “바로 거기서부터” 구성된다.

이 간극을 통해 우리는 이른바 철학적 사유에 함축된 “내면 제작소”에 접근할 수 있다. 거짓말이라는 단어가 도덕적 차원에서는 경멸적 뉘앙스를 갖지만, 심리적 결합물로 분석한다면 삶과 언어 사이의 ‘이음새’를 가리키게 될 것이다. 저자의 질문, “철학자가 말을 할 때, 말하는 이는 누구인가?”라는 이 엉뚱한 질문은 비단 철학자에게만 적용될 것은 아니다. 말하고 쓰는 모든 사람이 진실과 거짓의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언어를 재료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변형시키고, 인격을 재구성하면서 자신만의 ‘진실한 소설’을 써 나간다.

저자는 살아가는 자아와 말하고 쓰는 자아가 결코 같지 않음을 강조하면서, “저자란, 부서지기 쉬운 것”이라는 사려 깊은 이해의 관점을 택한다. 우월한 도덕주의자라는 역할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진실과 거짓말 사이의 긴장에서 비롯된 보편적 진실을 들을 수 있다. 소설이든 편지든 고백록이든 철학 개론이든, 글쓰기는 현실을 살아내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진실 속에 있다고 믿는 무모함에서 벗어나려면, 말을 해야 하고 생각해야 하고 글을 써야 하고 거짓말을 체험해야 한다”고. 침묵조차도 거짓말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든, 철학자든, 혹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든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격파하는 것이 아니라(이는 가능하지도 않다), 역설적으로 거짓말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 “진실을 쥐고 있다고 믿는 사람보다 더 나쁜 거짓말쟁이가 없고, 진실을 원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나쁜 개인도 없으니까.” 그러므로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의 모순되고 다중적인 인격이 보여 주는 것은 거짓말쟁이의 모습이 아니다. 도리어 그것은 열정적으로 진실을 원함으로써 그 자신보다 더 멀리 나아가는 용기 있는 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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