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의 힘으로 자신을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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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의 힘으로 자신을 창조한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11.22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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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말의 사람 글의 사람 | 이재영 지음 | 아침의정원 | 280쪽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수많은 말과 글 속에서 살고 있다. 내가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되어지는 말과 글은 얼마나 많은가,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이렇게 많은 말과 글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말과 글을 선택하고, 또한 선택한 말과 글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또한 우리는 왜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과 신념에 대해 그렇게 간절히 이야기하는지, 그리고 끊임없이 글로 옮겨 읽히길 원하는지 이쯤에서 톺아보는 것은 나름의 가치가 충분하다. 그래서 누군가의 가치 있는 말, 정제된 문장, 가식 없는 진실한 목소리로 내뱉는 말과 글이 한없이 필요하다.

저자는 과학기술자로서 살아가고 있지만, 매일 매일 부딪히는 말과 글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면서도 제 갈 길을 찾고자 하는 소박한 열망으로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말과 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며 같은 시대에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들에게 글로써 말을 걸고 있다. 전문 인문학자가 아닌 과학자의 언어로 만나는 말과 글의 세계는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에서부터 시작하여 오늘날의 선생에 이르기까지 100여 명이 넘는 인물들을 소환하여 그들의 시대에 그들의 말과 글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받아들일 것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안내하고, 우리가 말하고 쓰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것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앞서 제기했던 질문들에 성실하게 답해주고 있다.

인류의 기억과 공감하는 것은 스토리고, 스토리는 말과 글로 구성된다. 말을 잘 한다는 것,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생각의 표현이니, 생각은 말이나 글로 표현되면서 이어지고 창조되는 역동적인 것이다. 말을 한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은 가장 적극적인 생각하기 활동이다.

이제 다시 현재에 머무는 것의 의미, 침묵과 내면의 대화, 기록과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결국 수많은 말과 글이 흩어져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여서 하나의 나를 창조해내는 가장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말의 사람, 글의 사람은 다름이 아니고, 말과 글로 생각을 쌓아가고 이어가서 자신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비록 그리스 철학자들의 [수사학]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하여도 이 책을 통해 드러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어떤 단어를 사용하여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우리를 더욱 빛나게 하는지,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 가는지 배울 수 있다. 또한 정갈한 언어로 절제된 표현으로 잘 다듬어진 말과 글을 배우고 익히는 훈련을 통해 우리의 시야가 넓어지고, 감성과 이성이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축복일 것이다.
이 책은 전체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내용의 흐름으로는 [말의 사람] 편과 [글의 사람] 편으로 나뉜다. 특히 [말의 사람], [글의 사람] 각각의 편에서 대표되는 인물들은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도록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언어조작으로 선동을 일삼은 히틀러부터 창조를 위해 위험한 말을 폭풍처럼 뱉어내는 스티브 잡스까지, 그리고 선동의 글로 중국을 뒤흔든 마오쩌둥부터 절절한 사랑의 감정으로 글을 빚은 카프카까지. 한 인물 한 인물 모두는 우리에게 각각의 메시지를 전하며 우리를 이 현실세계에서 단단히 설 수 있도록 이끈다. 그리고 혼란의 와중에 균형 잡힌 말과 글을 통해 삶의 태도를 부끄럼 없이 건강히 지켜갈 수 있도록 응원한다.

저자는 ‘말은 우리의 현재를 지속시켜 주고, 글은 우리의 시간을 영원으로 인도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은 우리의 시간을 영원으로 인도하는 것이니, 가장 확실한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이라 했다. 그리하여 ‘하나의 문장이 끝나기 전까지 물리적 시간을 떠나서 심리적인 현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위로가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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