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사상과 신화에서 인간 삶의 근원을 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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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사상과 신화에서 인간 삶의 근원을 탐사하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1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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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인생과 신화’ 특강 | 조셉 캠벨 지음 | 권영주 옮김 | 더퀘스트 | 404쪽

“신화는 어떻게 삶의 밑바탕이 되는가.” 삶에 제대로 반영되는 신화란 어떤 것이며 그 기능은 무엇인가? 인류의 첫걸음부터 함께해온 신화는 현대인의 압도적인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까? 저자 조지프 캠벨은 이 책에서 동서양의 신화, 종교, 예술, 사상을 넘나들며 보편적 신화의 힘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끊임없이 영향을 끼치는지 고찰한다. 이를 위해 그는 과거 원시시대에서 첨단과학이 새 지평을 열어주는 오늘날까지, 모든 신화가 솟아나는 근원, 다시 말해 인간의 창조적인 상상력을 돌이켜보면서 신화가 태어나고 교체되는 과정을 탐사한다.

현대로 접어들면서 지난날 사람들의 삶을 강력하게 장악해온 옛 신화 체계(또는 종교)가 힘을 잃고, 우주뿐 아니라 인류의 기원과 역사에 관해서도 과학이 구시대의 믿음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비교 문화 연구 덕에 이제 세계 곳곳에 비슷한 신화가 존재했다는 것도 알려졌다. 세상은 새로운 기대에 부풀기도 했지만, 삶을 지탱하던 환상이 흔들리면서 인간의 내면도 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혼돈 속에서 현대인은 쉽사리 정신의 온전함과 건강을 잃었고, 통과의례가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젊은이들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배울 길이 없었다. 옛 신화들이 받쳐주던 삶의 토대를 새롭게 다시 세워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1958년에서 1971년 사이, 저자가 뉴욕 쿠퍼유니언 포럼에서 진행한 25회의 강연 중 13회를 선별해 재구성한 것이다. 죽음의 인식과 그것을 초월하려는 욕구는 어떻게 신화를 낳았나? 주요 종교들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신과 인간의 ‘관계 설정’이다! 영웅의 여정과 샤먼의 탄생, 그리고 현대 조현병 증상의 공통점은?  통과의례가 해체된 시대, 청년은 어떻게 성인으로 거듭나야 할까? 동양과 서구에서 ‘개인’ 개념 차이가 삶의 방식 전반에 끼친 영향은?

캠벨은 영토를 구분하는 경계란 언제나 무너져왔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세상 곳곳의 신화와 종교의 뿌리를 더듬어 내려가 보면 그 토대에는 언제나 특정한 기본 원형들이 존재했으며, 그 원형들은 이제 더 이상 단일민족이나 특정 지역 또는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왜 신화들의 공통분모를 인식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이 앎이 어디에서나 인간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저자는 과학과 고고학, 종교와 예술, 동양의 종교적ㆍ예술적 관점, 사랑과 전쟁과 평화 같은 보편적 개념 등 다양한 주제를 두고 동서고금의 신화와 종교를 넘나들며 그 안에서 사라진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우리 현대인이 다시 찾아야 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앞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새로운 신화의 모습을 제안한다.

신화란 ‘삶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인류가 존재하면서부터 함께해온 신화는 보편적이고 영원한 힘에 관해 이야기하고, 이런 보편적 힘은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삶은 신화로부터 깊이와 심리적 안정, 그리고 의미를 얻는다. 살아 있는 신화적 상징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사람을 일깨워 삶의 에너지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종교적 전설에는 인간의 근원적 문제, 본질적 원칙이 담겨 있고, 모든 거대 문명에는 유사한 구세주, 영웅, 구원받은 자들이 등장한다. 중요한 건 그들의 기적이 역사적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들이 자기 마음속 공포의 담장을 뛰어넘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 생애는 언어를 초월한 상징으로 인간 내면을 인식하는 통로다.

신화란 곧 인생의 답을 찾아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이고, 그 과정은 크고 작은 모험으로,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그렇기에 신화와 영웅 또는 성인들의 삶은 글자 그대로 읽어서는 안 된다. 그 모든 것은 상징이기 때문에 그것들이 ‘무엇을 뜻하는지’가 중요하다.

고고학이 획기적으로 발달하고 인간의 달 착륙 등으로 과학의 발전에 대한 기대감 역시 절정에 이른 당시의 시대적 정서가 많이 배어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인간 삶의 원형과 본질에 관한 캠벨 고유의 통찰 역시 시대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더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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