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아닌 인간, 신화와 종교가 아닌 일상을 빛으로 그린 인상파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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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아닌 인간, 신화와 종교가 아닌 일상을 빛으로 그린 인상파 화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11.15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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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내 손 안의 작은 미술관: 빛을 그린 인상주의 화가 25인의 이야기 | 김인철 지음 | 양문 | 336쪽

많은 이가 좋아하고 모사하는 작품들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갱, 고흐, 마네와 모네, 세잔 등등 주로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이다. 인상주의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고전주의부터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의 명화를 화가의 생애부터 그림의 이론까지 깊이 있게 읽고 감상하는 지적 여행서다.

미술에 깊은 조예와 관심이 없어도, 유럽을 여행할 때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곳이 바로 미술관과 박물관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단순히 작품의 색상과 구도, 주제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림 속에서 작가와 작가가 살던 시대의 서사까지도 읽어내는 ‘발견’과 ‘감동’을 경험하는 데 있다.

과거를 가장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들, 19세기 인상주의는 이전 시대의 고전주의와 달리 그림의 주제를 인간에게로 돌린 큰 변화였다. 인상주의를 표방하는 화가들은 신이나 신화의 종교적·권위적 주제에서 탈피해 개인의 일상과 우리 주변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광을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특유의 색과 기법으로 그려냈다. 19세기 아카데미 중심의 제도권 미술계에 반기를 들고 모든 전통적인 회화기법과 공상적인 표현기법, 성서와 신화 중심의 주제 등을 거부하고 빛이 만들어내는 색채·색조·질감에 관심을 둔 이러한 화가들을 인상파라고 하는데, 이들은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그림과 달리 개인의 감정과 일상의 삶, 자연과 빛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풍광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시도하고 완성해가며 현대미술과 모더니즘의 길을 열었다. 화가가 살던 동시대의 평범한 이들의 삶과 19세기 격동적인 사회문화의 변화,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까지, 다양한 주제로 각자의 개성을 담아낸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은 그 이전 미술과는 다른 화법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감동을 전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처음부터 미술계나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상파는 자신들의 특징을 고수하고 발전시키며 현대미술과 모더니즘의 길을 열었다. 고전주의에서 인상주의가 새로이 등장하던 시기, 당대 아카데미파 화가들은 왜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배척했을까? 왜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주류의 미술로 인정하는 데 반대했을까?

이 책은 아카데미파와 인상파 화가의 작품 하나하나마다 화가와 그림 속 주인공과 배경, 그리고 그림을 그린 장소에 대한 소개뿐 아니라 화가들의 삶과 일생, 그림에 얽힌 에피소드, 인상파 화가들 간의 교유와 우정까지 마치 19세기로 돌아간 듯한 생생한 해설을 붙였다. 저자는 그림을 보고 느끼는 그대로 감상하고, 그다음으로 작가의 삶과 그 시대를 이해하고 반영하여 다시 감상하고, 인상주의만 기법의 특징인 빛의 표현 방법과 붓 터치 등 전문적인 미술이론까지 한 작품을 보고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감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저자는 그동안 다양한 전시회에서 자주 소개되어온 마네와 모네, 고흐와 고갱, 세잔, 드가, 뭉크 등의 작품 외에도 툴루즈 로트렉 그림의 모델로부터 시작해 스스로 화가로 성공한 수잔 발라둥을 비롯해 매리 캐섯, 에바 곤잘레스, 안나 앙케르 등 국내 비교적 덜 소개된 여성 작가의 작품들도 소개한다. 또한 유럽의 북단의 스칸디나비아 화가들의 모임까지 19세기에 유럽 전역에 걸쳐 퍼지는 인상주의의 새로운 시도를 젊은 작가들이 어떻게 고민하고 받아들였으며, 어떻게 작품으로 표현해냈는지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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