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먼 대학 민주화…미룰 수 없는 사학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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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먼 대학 민주화…미룰 수 없는 사학 혁신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11.08 1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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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립대학 61.3%, 대학구성원 의견수렴 없이 법인이 총장 임명
- 대학평의원회, 직원·학생보다 ‘기타’ 평의원이 더 많아
- 개방이사 4명 중 1명, 법인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로 구성
- 민주성·투명성·공공성 제고 위해 시급한 사학 개혁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19년 12월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사학 법인의 회계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19년 12월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사학 법인의 회계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대학의 기본 구성 주체는 교수, 학생, 직원이다. 교수와 학생은 연구와 교육의 주체이자 당사자이며, 직원은 이들의 활동을 행・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지원 조직이다. 대학 설립 당사자인 국가와 사립학교 법인도 대학의 본질적 역할인 연구 및 교육 활동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 활동을 해야 한다.

대학 발전과 경쟁력 강화는 대학 주체인 교수, 학생, 직원과 국가 및 학교법인이 상호간의 신뢰 속에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룰 때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국가와 학교법인에 과도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면서 대학 운영이 이들의 요구와 입장만 반영된 채 대학 구성원들은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해 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대학은 민주주의 핵심 원리인 권력의 분산과 힘의 균형을 통한 상호견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기본법(제5조)은 ‘학교운영의 자율성은 존중되며, 교직원, 학생 등은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마저 지켜지지 않거나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국회 교육위 윤영덕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동남갑)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대학구성원이 대학운영에 참여하여 설립운영자의 부정·비리 또는 독단적 운영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나 제도는 법적으로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사립대학 총장선출과정에서 대학구성원은 배제되어 있으며, 사립대학 공공성,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인 대학평의원회와 등록금심의위원회 그리고 개방이사 제도 또한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위상과 기능면에서 유명무실화의 우려를 낳고 있다.

■ 사립대학 61.3%, 대학구성원 의견수렴 없이 법인이 총장 임명

- “구성원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대학운영에 기여할 총장 선출 제도 마련해야”

사립대학 10곳 중 6곳 이상이 법인에서 총장을 직접 임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영덕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사립대학 총장 선출제도 현황’ 자료를 제출한 93개 사립 일반대의 총장선출제도를 분석한 결과, 이들 대학의 61.3%(57개 대학)가 법인에서 직접 총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제출 대학 중 직선제를 실시하는 대학은 6곳(6.5%)으로, 이 가운데 교직원만 직접선거로 총장선출에 참여하는 대학은 2곳,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등 다양한 대학구성원이 직접선거로 총장선출에 참여하는 대학은 4곳에 불과했다. 또한 총장 간선제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사립대학 역시 그중 절반 이상이 학생 참여를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장 직선제를 실시하는 대학의 투표참여 구성원 반영 비율 역시 교수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는 한국외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교원 이외의 대학구성원이 총장선출에 참여하고 있으나, 여전히 교수 중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은 “총장선출에 있어 법인 임명제가 아닌 간선제나 직선제를 채택하는 사립대학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나 여전히 법인 임명제를 고수하는 대학이 다수인만큼 보다 다양한 구성원의 총장선출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대학평의원회, 직원·학생보다 ‘기타’ 평의원이 더 많아

- 등록금심의위원회, 법인 추천 인사 참여 사립대학 30개에 달해
- “학생 참여 확대로 대학평의원회 및 등록금심의위원회 취지 살려야”

대학평의원회는 교수·학생·직원 등 대학구성원들의 대학운영 참여를 보장해, 대학운영의 민주주의 구축과 이에 기반을 둔 대학발전을 꾀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학교 운영의 주요사항을 심의, 자문하는 역할을 하는 사립대학 대학평의원회의 학생 참여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영덕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립대학 대학평의원회 구성현황’ 자료에 의하면 2020년 4년제 사립대학 대학평의원회 구성원 중 ‘동문 및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인 기타 평의원 비중이 24.3%(441명)로 교원 평의원 37.1%(672명) 다음으로 높고, 직원 평의원은 21.8%(395명), 학생 평의원은 14.7%(266명), 조교 평의원은 2.1%(38명)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윤 의원은 “다양한 구성원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학생 평의원을 최소 2인 이상 참여시키되, ‘동문 및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의 평의원 정수를 교수·직원·학생 평의원 각각의 정수보다 적게 구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등록금심의위원회 역시 법인 추천 인사가 참여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 현황’을 보면, 교직원 위원이 41.4%(864명)로 가장 많고, 학생 위원이 36.0%(751명)로 뒤를 잇고 있다. 전문가 위원은 14.3%(299명)였으며, 학부모 및 동문 위원이 6.9%(145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학생 위원의 비율과 학부모 및 동문 위원 비율 모두 법정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법인 추천인사’가 참여하는 사립대학 역시 3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이사회가 대학 예·결산의 최종 의결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법인 추천 인사가 참여하는 것은 문제라 할 수 있다.

윤 의원은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법인 참여를 막고 외부 전문가 추천권도 학생 또는 학생 자치기구와 협의토록 하여 대학구성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개방이사 4명 중 1명, 법인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로 구성

- “공정하고 객관적인 개방이사 추천을 위한 법령 개정 필요해”

사학법인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대학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개방이사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방이사는 사립대학 법인 이사회에 대학구성원의 추천을 통한 외부 인사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그 동안 사학법인 이사회는 대학운영에 관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이사조차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등, 이사회 운영의 폐쇄성과 불투명성 등으로 끊임없는 비판을 받아 왔다. 개방이사 도입 취지가 사학법인의 대학운영 민주성과 투명성 및 공공성 제고를 위함이라 할 때, 개방이사는 법인 이사회를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개방이사가 사학법인과 이해관계에 얽매이게 되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워 이사회를 감시・견제할 수 없다.

윤영덕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립(전문)대학 법인 개방이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개방이사를 법인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로 선임한 법인은 219개 법인 중 40.2%인 88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개방이사 526명 가운데 128명(24.3%)이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것이며, 개방이사 4명 당 1명꼴이다.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란 법인 설립자 및 임원·총장의 친인척, 해당 법인 산하의 대학 등 교육기관 및 부속기관의 현직 총장 및 전·현직 교직원, 설립자가 동일한 타 학교법인 학교의 전·현직 임원 및 교직원을 말하며, 타 사립학교 법인의 이사장 및 총장, 법인 관련 회사의 전 임원 등도 이해관계자로 기준을 정했다.

직·간접적 이해관계자 중 ‘전직 총장·부총장·교직원’이 65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세명대의 경우 설립자가 설립한 타 대학 법인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설립자의 부인이 개방이사를 맡고 있고, 대구보건대는 설립자의 며느리가 개방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영대는 설립자의 사돈이 개방이사로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9월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개정해 설립자 및 설립자 친족, 해당 법인 임원 경력자(개방이사 제외), 해당 법인이 설립한 학교의 장을 역임한 자는 개방이사 선임대상에서 제외토록 했다.

윤 의원은 “최근 정부의 시행령 개정은 긍정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이사장의 지인 등을 개방이사로 두는 등 법령을 피해 선임하는 법인도 있어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개방이사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개방이사 추천단위를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대학평의원회로 변경하는 조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며 관련 법 개정에 나설 예정임을 시사했다.


대학교육의 보편적 목적이 다양한 학문적 가치를 실현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비판정신을 함양하며, 민주적 시민생활과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자질을 키우는 것이라 볼 때 대학의사결정에 구성원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교수・직원・학생 등의 자치기구는 대학운영 참여의 대표성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운영에 있어 대학구성원들의 참여가 보장된 의사결정기구에 대한 법령을 개정해 이들 기구들이 대학 민주화를 선도하는 의사결정기구로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 개방이사 선임 및 대학평의원회, 등록금심의위원회 등 대학구성원의 참여가 보장되는 의사결정기구들이 늘어난 것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개방이사 선임 및 대학평의원회, 등록금심의위원회의 경우 대학 측의 의사가 반영되어 대학구성원의 참여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볼 때 사립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대외적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투명하고 민주적인 대학운영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이 더 큰 위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구성원의 참여가 바탕이 된 대학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학개혁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지형이 형성된 만큼 전 국민과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부와 국회는 사학 부정·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독소조항을 없애고, 사학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학개혁을 위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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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2020-11-16 19:48:56
총장 선임방식 보다는
우선
종신총장제도와
총장 세습제도 부터 없애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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