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교수는 왜? 무엇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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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교수는 왜? 무엇을? 하는가!
  • 박명호 동국대·정치학
  • 승인 2020.11.08 1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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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헨리 포드가 하나의 모델을 사용한 차량생산을 발표한 게 1909년이다. “모델 T”로 이후 포드 자동차는 동일한 차대(chassis)를 사용하여 차량을 만든다. ‘대량생산(mass production) 시대’의 시작이다.

이때에도 다른 생각은 있었다. 그들은 동일 차대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개인적 취향과 필요에 부응하면 더 좋지 않을까 믿었다. 사람의 본성이다. 자신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는 게 좋다는 말이다. 사람마다 스타일이나 취향은 다르다. 자동차도 그렇다.

지금은 ‘대량 개인화(mass personalization)’ 시대다. 개별 소비자 각자가 원하는 바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원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5명 중 1명은 자신만을 위해 개인화된 서비스나 물건 등을 구입하기 위해 20% 이상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단다. 

세상의 모든 것이 개인화되고 있다. 소비자의 필요와 요구에 따른 서비스의 개인화 시대다. 대학교육도 마찬가지다. 포드 이후 계속된 대량생산 시대의 제도와 사고방식에서 ‘대량 개인화 교육’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대량생산 시대와 대량 개인화 시대의 교육은 ‘실행역량’과 ‘개념설계역량’의 다름이다. 실행역량 교육은 ‘주어진 설계도에 따라 자원을 동원하여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능력’을 지향한다. ‘매뉴얼, 학습효과, 효율성, 개발도상국 그리고 기술교육’ 등이 실행 교육의 키워드다. 반면 개념설계역량 교육은 ‘제품과 서비스의 개념을 최초로 정의하는 능력’을 지향한다. ‘오리지날, 스케일 업, 창의성 그리고 현장’ 등이 키워드다. 우리나라 발전의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이 실행역량 교육에 기반한다면, 선도자(first mover) 전략의 핵심은 개념설계역량 교육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개념설계역량 교육이다. 개념설계역량 교육의 핵심은 ‘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업 그리고 소통능력’이다. ‘시험을 위한 학습에서 배움을 위한 학습으로,’ ‘제너럴리스트의 얇은 교육에서 스페셜리스트의 심화학습(deep learning)으로’ 그리고 ‘수직적 배움에서 수평적 배움으로’의 진화가 대량 개인화 교육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량 개인화 대학교육(mass personalization-based college education)은 한국 대학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통해 가능하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교육) 대상을 향한 다른 (교육) 방식’의 혁신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첫째, 대학과 교수의 역할 인식 전환이다. 학교와 교수의 존재 이유는 학생의 (직업적) 성공과 궁극적인 자아실현이다. 물론 고민은 남는다. ‘학문의 세계’ vs. ‘취업 준비’의 경계선이다. 바뀌는 환경에의 선제적 적응은 생각의 변화부터 시작이다.

둘째, 전공 간 벽 허물기다. 전공 내는 물론 전공 간 나아가 단과대학 간 팀티칭 등의 융복합과 통섭 교육이다. 진로 관련 가이드와 현장 적응력을 강화하는 교육도 필요하다.   

셋째, 대학 내 단위별 재정적 자율과 재량권 확대다. 학사 단위별로 대학 전체의 방향과 지향점 내에서 자체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거다. 그게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고 그래야 대학 전체가 발전한다. 표준화는 대학과 어울리지 않는다. 

넷째, 리더십이다. 대학은 ‘느슨한 자영업자들의 연합체’다. 공감과 설득 그리고 자율과 재량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비전과 목표를 향한 장단기 제도설계 능력의 대학 리더십은 법인과 대학의 협업 그리고 견제와 균형을 그리고 단위별 자율과 책임을 통해 가능하다.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직행의 KT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두산 그리고 첫 통합우승을 노리는 NC의 성공은 리더십과 함께한다. 구단(법인)과 현장(대학)의 적절한 역할분담과 존중 그리고 공동목표 공감의 결과물이다. 우리 대학의 변신을 기대한다.
 
 
박명호 동국대·정치학

동국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대학(밀워키)에서 정치학 석사, 미시건주립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 『17대 총선 현장 리포트』(공저), 『제4회 지방선거 현장리포트』(공저), 『비교정치』(공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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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객 2020-11-18 12:40:55
지금이 '4차산업혁명' 시대인가요? 동북아 분단체제, 기후위기, 인류세 등등 당장 생각나는 것들만을 상기할 때, 산업을 기준으로 삼은 시대구분은 너무 협량하지 않나요? "대량 개인화", "(직업적) 성공", "실행역량"과 "개념설계역량"간의 구분같은 테일러주의 정도에서나 볼 클리쉐들이 경영학이나 산업공학 분과 전공자가 아니라 정치학 교수의 공적 담론에서 거론된다는 것은 한국 대학 '자영업자들'의 "전공 간 벽 허물기"의 한 소산이라고 봐야 할까요? 한 정치학 "자영업자"의 홍보 찌라시 잘 보았습니다. 인기뉴스 1위에 등재돼 있다기에 지나가다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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