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민주주의와 소수자에 주목할 때 공존하는 통합의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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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민주주의와 소수자에 주목할 때 공존하는 통합의 길 열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11.08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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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비밀과 역설: 10개의 키워드로 읽는 독일통일과 평화 | 이동기 지음 | 아카넷 | 392쪽

독일통일의 역사는 우리가 참고할 유일한 통일 교과서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9년 동서독에 별개의 국가(‘이중 건국’)가 들어선 뒤 1990년 독일통일에 이르는 과정을 통시적으로 살피면 한반도 분단의 상황과 상당한 주제들이 겹침을 알 수 있다. 이데올로기로 반목하고 견고한 장벽 너머로 대결을 벌이면서도 접근을 모색했으며 주민의 인권과 평화의 이슈가 국내 정치와 맞물려 제기되고 민족의 정체성과 분단국의 정체성이 교차하는 혼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책은 한반도의 분단 현실에서 주목할 내용들에 초점을 맞추되 독일통일의 역사에 대한 인습적 이해를 넘어서 평화에 이르는 새로운 모험과 도전의 길을 제시한다. 10개의 키워드(불안, 접근, 신뢰, 인권, 혁명, 공세, 대안, 외교, 통합, 연합)로 독일통일의 역사를 읽어내면서 행위자 중심으로 서술하여 동서독 간 대화와 협상의 실제 양상과 과정을 다양하게 소개해 정치적 구상과 사회적 상상력을 보조하면서도 한반도 맥락에서 중요한 함의도 각 장 말미에 보탰다. ‘흡수통일’이 낳은 통일독일의 문제들을 딛고 독일통일의 과정에서 제기된 오류들을 되풀이하지 않으며 동서독 교류의 역사에서 한반도 평화와 평화정치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1990년 10월 3일 통일독일은 두 체제와 사회의 ‘통합’에 이르지 못하고 한 체제와 사회에 다른 체제와 사회가 편입된 것이다. 동독 주민의 지지를 받은 대표자들이 서독의 정치가들과 협상을 통해 통일이 이루어졌으며 통일 과정이 민주적이고 평화적이었지만, 한 세대가 지난 지금에도 사회문화 통합은 더디고 사실상 이루어지지 못했다. “상황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격차는 여전하다.”

▲ 1972년 3월 31일 서베를린 시민들이 동독 포츠담 방향으로 가기 위해 동독 경찰의 검문을 받고 있다. 오른쪽은 1975년 동독 측 검문소에 늘어선 서독인 방문차량 행렬. 아카넷 제공
▲ 1972년 3월 31일 서베를린 시민들이 동독 포츠담 방향으로 가기 위해 동독 경찰의 검문을 받고 있다. 오른쪽은 1975년 동독 측 검문소에 늘어선 서독인 방문차량 행렬. 아카넷 제공

이러한 통일독일의 현실은 통일 당시 동독의 탈산업화와 차별, 즉 동독 경제 재생력의 근본적 파괴와 사회문화적 배제와 차별이 낳은 결과이다. 40년 동안 유지하던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무너지고 새로운 가치와 규범을 배워야 하는 까닭에 통일 후 동독은 ‘이행사회’였다. 이행사회에서 동독 주민이 보인 정서적인 집단적 대응은 독자적인 동독 정체성을 강화하는 ‘오스탈기(Ostalgie)’와 청소년 시절 동독 체제 붕괴를 경험한 젊은 세대에게 나타나는 집단적 자기인식인 ‘동독 3세대’ 개념에서 읽어낼 수 있다.

한편 이주민과 사회적 소수자에게 미친 영향이 더 본격적으로 연구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1991년 여름 빈발한 외국인을 노린 적대 행위 중 동독 지역 작센주의 호이에르스베르다의 폭력 사건에 주목한다. 그저 “심심”해서 베트남 출신 상인들을 괴롭히던 네오나치들의 폭력 행위가 인근 주민들의 지지와 경찰의 방관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서술하며 지은이는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새로운 갈등과 위기의 시작을 경고한다. 또 탈북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든 한국과 북한 주민의 접촉과 교류에서든 섣불리 ‘통합’을 말하기보단 ‘화합’이나 ‘포용’으로 확장해서 통합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4개 장은 독일 평화정치가들의 숙고와 모험, 논쟁과 행동에 집중하면서 열강에 대한 태도, 진보와 보수의 합의, 인권과 평화의 관계를 다루고, 2부 4개 장은 동독 체제비판운동과 주민들, 서독 정부와 좌파 야당들, 열강과 주변국들의 주장과 입장, 갈등과 고집을 다루었으며, 3부 2개 장은 통합과 통일에 대한 열린 관점과 전망을 찾고자 독일통일에 대한 평가와 국가연합 논의를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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