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과 상승을 반복한 중세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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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과 상승을 반복한 중세 교회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1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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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중세교회사 다시 읽기: 독자적 그리스도교 문명을 만든 유럽 | 최종원 지음 | 홍성사 | 412쪽

이 책은 2018년 출간된 『초대교회사 다시 읽기』로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최종원 교수의 ‘다시 읽기’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중세는 476년 서로마 멸망에서 시작해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까지를 가리킨다. 흔히 이 시기는 ‘암흑기’, ‘교황 지배 시대’로 여겨지며, ‘면벌부’와 ‘십자군’이라는 상징으로 주로 기억된다. 즉 부정되고, 개혁되어야 할 대상으로 1000년이 규정되어 왔다. 『중세교회사 다시 읽기』는 이러한 평가가 계몽주의 시대에 생겨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임을 밝힌다. 지금 역사학계는 중세를 암흑기로 보지 않으며,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벗어나 독자적 그리스도교 문화를 형성해 르네상스와 근대 형성의 기초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중세교회사 다시 읽기』는 중세 전반과 중세교회를 재평가한다. 중세와 종교개혁 그리고 근대를 연속선상에 놓고, 교황제뿐 아니라 아래로부터 중세를 형성한 수도회와 외부에서 중세 형성을 추동한 비잔틴과 이슬람 문명 등의 기여도 다시 평가된다. 교회사는 교회와 사회의 상호작용을 기록해야 한다는 저자의 지론은 『초대교회사 다시 읽기』와 함께 『중세교회사 다시 읽기』까지 일관된다. 중세교회를 통해 이어져 온 유의미한 성취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중세교회사 다시 읽기』는 바울 및 아우구스티누스, 그리고 루터와 칼뱅 사이에 놓인 1,000년 이상의 역사 인식 공백을 메우는 시도이자, 신학적·사회적으로 경직된 한국 교회를 이끌어 갈 상상력으로의 초대이다.

중세교회의 대표적 권력이라 할 교황은 중세의 변화를 가로막기만 한 것이 아니라 추동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반도를 침입한 훈족 지도자 아틸라와 협상을 벌여 로마 파괴를 막은 이는 황제가 아니라 당시 교황 레오 1세였다. 교황 지배의 시대라는 이미지를 만든 대표적 교황인 인노켄티우스 3세는 세속 군주들과의 투쟁 가운데에서 교황권의 전성기를 성취했으며, 그는 지금까지도 가톨릭 체제에 영향력을 미치는 제4차 라테란 공의회를 개최했다.

아래로부터의 변화도 있었다. 중세 그리스도교의 사상적 기반과 영감의 원천은 주변부라 할 수도회였음을 이 책은 밝힌다. 여기에는 이슬람, 비잔틴과 구별되는 유럽의 정체성을 형성한 켈트 수도회와 베네딕투스 수도회가 있었다. 또한 제도 교회의 하향식 개혁에 반작용으로 제도 교회 밖 운동이 일어난다. 이는 제도 교회가 수용하지 않은 카타리파(알비파)와 발도파 등 이른바 이단 운동과 도미니크회, 프란체스코회 등 제도 교회가 수용한 탁발수도회로 나타났다.

대립 교황이 서로 정당성을 다툴 때 전 교회 공동체를 대표하는 공의회가 교황보다 우위에 있다는 공의회주의가 대두됐다. 세속 권력의 주도, 교황에게 다시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한계가 있었으나 공의회주의는 중세 말 가톨릭교회 개혁의 모델을 제시했고, 근대 의회민주주의의 한 형태를 예시했다. 중세 1000년은 교황 지배와 십자군, 면벌부로 다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다양한 힘과 사건들이 형성해 간 시간이었다. 『중세교회사 다시 읽기』는 다양한 역사적 사건의 예시를 통해 한국 개신교가 중세교회에서 배울 바가 있음을 설파한다.

2018년 출간된 『초대교회사 다시 읽기』는 그해 〈국민일보〉 최고의 책, CTK(크리스채너티투데이) 지평 확장 특별상을 수상하며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저자는 “한국 개신교가 과도한 교리적·신학적 틀로 정체성을 확인해 온 흐름에 대한 답답함을 반영한 것 같다”고 첫 책이 관심을 받은 이유를 짚었다. “좀처럼 변할 것 같지 않은, 강고한 벽에 둘러싸인 한국 개신교 전반의 역사인식”과 “이 작업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회의적 마음”이 큰 어려움이었다는 저자는 그러나 “여전히 이 시대는 종교에 길을 묻고 있으며, 유럽 천 년 동안 교회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사회의 요구에 응답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다시 읽기’ 시리즈는 『종교개혁사 다시 읽기』로 2021년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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