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양분화 극복을 위한 고찰과 대안 모색
상태바
한국 사회 양분화 극복을 위한 고찰과 대안 모색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11.01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소개]

■ 양분법을 넘어서: 극단의 시대와 정치외교학 | 박성우·김경희·홍태영·임혜란·정재환 외 8명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444쪽

건국 후 약 70여 년간의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면, 온갖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기적과 같은 도약과 발전을 이룩했음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개발도상국 가운데 유례없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했을 뿐 아니라, 외세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민주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의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 긍지와 자부심 못지않게 우려와 실망을 자아내는 현상들을 발견하게 된다. 우려스러운 점은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된 갈등과 긴장이 고착되고 있는 듯이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 목격되는 특징적인 현상은 어떤 사회적인 이슈가 제기되더라도 이른바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 진보 세력과 보수 세력,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집단, 친일 세력과 반일 세력 등으로 양분되어, 사회의 전 영역에서 극단적인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의 극심한 대립,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사면에 대한 찬반 세력의 대립, 5·18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위상에 대한 상반된 시각, 위안부 문제(피해보상과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내는 것)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한 대립적인 시각 등이 이러한 우리 사회의 양분화된 경향을 잘 반영한다.

이 책은 정치외교학의 여러 분야 중 정치사상, 정치경제, 한국정치, 국제정치의 네 분야를 택해 각각의 영역에서 양분법의 사례에 해당하는 세 주제를 골라 고찰과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필자들은 고대 그리스에서 토의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던 양극성(polarity)이 현실이나 정책이 되어버린 측면을 보여주고, 이러한 성찰이 앞으로의 소통과 다원성 모색을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첫 번째 정치사상 부분에서 박성우는 “한국 사회의 양분화 극복을 위한 정치철학적 시론(試論): 양분법적 사유의 근대정치철학적 계보와 고전정치철학적 대안”에서 양분법적 사유의 기원을 근대적 사유가 갖고 있는 대립적 방식에서 찾고 있다. 그는 세 차원의 근대적 사유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거쳐, 하나의 대안으로서 고대적 사유의 고려, 그리고 그를 통한 정치철학의 역할 모색을 시도한다. 김경희는 “민주와 공화 사이에서: 양분법의 정치를 넘어서”에서 대립과 갈등의 정치가 양분법에 기반한 주권 개념과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그는 ‘민주’와 ‘공화’의 논의를 대비해 보고, 궁극적으로 ‘민주공화’의 문제의식을 통해 대안을 찾으려 한다. 동양과 서양 정치사상의 양분법을 다루는 홍태영의 글(“동·서양 정치사상이라는 양분법을 넘어서: 한국정치사상의 모색을 위한 시론”)은 먼저 서양 정치사상사의 네 가지 흐름을 근대성과 역사(학)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 정치사상과 한국 정치사상가들의 작업을 검토한 후, ‘여기-지금’을 출발점으로 한국 정치사상의 의미를 찾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두 번째 정치경제 부분의 첫 번째 글(“정치경제학의 양분법적 논의를 넘어서: 시장 vs. 국가, 자본주의 vs. 민주주의 논쟁을 중심으로”)에서 임혜란은 먼저 시장과 국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대립적 논쟁을 다룬다. 임혜란은 이러한 양분법을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경제 사이의 상호관계 분석을 통해 비판적으로 고찰하고자 하였다. 정재환은 “합리성의 사회적 구성: 합리주의와 구성주의의 양분법을 넘어서”에서 정치경제적 현상에 대한 합리주의와 구성주의의 상반된 해석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합리성의 사회적 구성’이라는 주제를 고찰함으로써 이와 같은 대립을 통합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왕휘의 글(“수렴과 다양성/분기 이분법: 미중 패권 전이 논쟁에 주는 함의”)은 자본주의 모델의 수렴과 다양성/분기 이분법의 문제를 고찰한다. 그는 중국 사례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이분법의 기준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분법의 대체가 아닌 해체가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세 번째 한국정치 부분은 제도권 정치, 시민사회, 그리고 온라인 공간의 세 무대에서의 양분법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강원택은 “한국 정치의 갈등과 대립: 제도 정치를 중심으로”에서 현행 대통령제와 양당제적 정당정치를 제도권 정치에서의 양분법적 대립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그는 집중화된 권력의 분권화와 개방적인 형태로의 정당정치의 개선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시민 개개인의 인식 변화의 중요성을 아울러 강조하고 있다. 정병기는 “한국 시민사회의 양극화와 다양화”에서 한국 시민사회의 양극화와 다양화 과정을 민중운동과 시민운동 양극화, 그리고 진보와 보수 양극화의 두 단계로 나누어 고찰한다. 결론적으로 그는 ‘정동적 다중’의 다양성을 촉진함으로써 양극화와 극단화를 약화시킬 것을 주문한다. 조희정과 이헌아의 글(“온라인 공간의 집단 극화와 갈등 연구: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방송을 중심으로”)은 유튜브 정치방송에서의 이념 갈등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젠더 갈등을 그 사례로 하고 있다. 두 저자는 이와 같은 특성이 궁극적으로는 대의민주주의와 기존 정치 주체들의 숙제에 해당한다고 본다.

마지막 부분은 국제정치에 있어서 양분법의 주제를 다룬다. 은용수는 “양분과 절충을 모두 넘어: 국제정치학이론과 연구의 다양성에 관한 소고”에서, 먼저 기존 국제정치이론의 다양성과 취약성을 함께 소개하면서 통상적인 절충과 통합 대안의 한계를 서술한다. 이어서 그는 베이루트 학교와 DIY 생물학의 사례를 통해 국제정치학의 ‘탈영토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동맹의 양분법 문제를 고찰하는 신욱희의 글(“동맹의 양분법: 자주와 적”)은 동맹의 두 대척점으로 자주와 적을 상정하고 각각의 이분법적 사고의 한계를 예증한다. 그는 결국 학문적·실천적으로 두 관념 사이의 균형 내지는 복합의 사고가 요구됨을 지적한다. 박건영은 그의 글(“양분법적 사고의 외교안보정책적 함의와 대안으로서의 ‘전략적-실용주의’: 미국 신보수주의 대북한정책의 사례”)에서 외교안보정책에서의 양분법적 시각의 주제를 다루는데, 미국 신보주주의자들의 대북한 정책을 그 사례로 하고 있다. 그는 결론에서 ‘자성’과 ‘자각’을 전제로 하는 전략적 실용주의를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