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의 도그마를 해체하라, 독단적 통일성을 회의한 푸코의 윤리적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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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성의 도그마를 해체하라, 독단적 통일성을 회의한 푸코의 윤리적 자유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1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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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미셸 푸코, 철학의 자유 | 존 라이크먼 지음 | 심세광 옮김 | 그린비 | 208쪽

담론이론에서 권력이론으로, 푸코의 철학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푸코에 관한 가장 탁월한 시론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책은 푸코 사유의 운동과 흐름, 그리고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하면서 푸코의 회의주의적 자유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가 어떻게 근대의 ‘독단적 통일성’을 해체하려 했는지를 보여 주고자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미셸 푸코의 사유가 ‘허무주의’가 아니라 ‘회의주의’라는 점을 강조한다. 푸코의 사유는 보편사와 인간중심주의와 같은 포스트 칸트주의의 도그마들을 해체했고, 또 역사 속에서 출현한 특이성들과 복수성들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푸코가 행한 분석의 정치적 중요성은 바로 이 회의주의적 ‘자유’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바로 이 회의주의에서 푸코 철학의 정치적 중요성이 기인하며, 광기, 질병, 감옥, 성을 다루는 푸코의 역사에서 새로운 사유를 끌어낼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푸코가 어떻게 문학과 언어의 중요성과 관련된 논지들을 점차 포기하게 되었는지 그 연유와 과정을 추적하고, 이를 통해 그가 어떻게 모더니즘 개념을 수정하고 재평가하게 되었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푸코는 모더니즘 예술, 특히 문학이 자기로의 회귀로 인해 예술의 본질에 도달했다는 논지를 전개한다. 그다음으로 푸코는 예술의 본질이 모든 경험의 기원이라는 두 번째 논지를 개진하는데, 예술의 한계 위반적 성격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는 ‘모더니즘의 숭고’ 이론이 여기서 문제가 된다. 세 번째 논지에서 푸코는 경험이 가진 한계의 숭고한 침범 속에서 예술이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삼는 모더니즘 문화에서는 언어의 문제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맥락에서 『말과 사물』은 언어의 회귀의 역사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미셀 푸코

이 세 테제에 입각해 푸코는 칸트나 베버가 지식의 영역들(이론, 실천, 미학)의 독자화로 특징짓는 모더니즘론과는 완전히 다른 모더니즘론을 제시한다. 요컨대 푸코의 모더니즘론에 따르면 에피스테메는 지식의 영역들을 동형의 구조로 드러내며, 이에 따라 과학의 문제, 미학의 문제, 도덕의 문제는 모두 언어의 문제로 환원된다. 저자는 푸코의 이 모더니즘론이 얼마나 문학에 경도된 이론인지, 또 푸코가 얼마나 문학을 목적론적으로 사유하고 있는지를 설득력 있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설명한다.

고고학에서 계보학으로의 이행은 푸코가 이 세 테제를 포기함으로써 발생했고 그 결과 담론이론으로부터 권력이론으로의 이행이 발생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고 나서 저자는 이 권력론이 왜 개별화의 형태에 관한 이론인지, 또 어떻게 주체성의 구성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주체성의 윤리와 관련된 푸코의 마지막 작업을 예고하는지를 설명한다.

푸코에 익숙한 독자들은 광기, 질병, 감옥, 성을 다루는 푸코의 역사가 전통적 방식에 입각해 기술된 역사와 다르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폴 벤느의 논문 「역사학을 혁신한 푸코」에서 주창된 ‘유명론적 역사’의 관점에서 힌트를 얻은 저자는 폴 벤느의 이러한 생각을 더욱 심화시켜 진전시킨다. “유명론은 푸코에게는 방법론적 선택 또는 철학적 선택 이상의 것이었다. 그가 기술하는 역사 자체가 유명론적 역사다. 그것은 사물들의 역사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사물들이 어떤 시기에 논의와 절차의 전체적인 배치의 중심을 이루게 될 때 그 매개가 되는 용어, 범주, 그리고 테크닉의 역사이다. 어떤 사물들이 어떻게 ‘구성되는가’와 같은 철학적 문제에 푸코는 역사적 답변을 내놓는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87쪽)

사물이 문제로서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문제화하는 것은 철학의 과제이다. 그러나 푸코는 이 문제를 역사 속에서, 그리고 현대 세계 내에서 이론이 실천이고, 실천이 이론이라는 관점에 입각해 탐구한다. 역사가 푸코가 역사가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었고, 또 철학이 결여된 역사가들에게 더욱 혐오스러운 대상이 되었던 이유도 바로 이런 차이에서 기인한다. 역사철학이기는 해도 푸코는 헤겔류의 역사철학의 연장선에 있지 않고 니체의 계보학과 깊은 유연관계가 있다.

그리고 저자는 푸코 철학의 모토로서 저항과 자유를 강조한다. “푸코에게서 철학은 철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즉 철학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어야 한다. 철학하기의 핵심은 논쟁과 저항이 다양한 형태의 경험들 속에 존재하는데, 그 경험은 주변에서 새로운 사유 방식들을 끌어내는 일이다. 그의 철학은 그의 유명론적 역사 속에서 문제화되는 경험과 관련된 당사자들을 위한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역사분석의 ‘진리’는 새로운 사유를 ‘자유롭게 해방하는’ 데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의 기본 원리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151~152쪽).

저자는 현대에 관건이 되는 지식의 정치전략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철학자와 지식인 본연의 임무와 자세는 무엇이었고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푸코의 창을 통해 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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