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살갗 안으로’ 들어가 묻는다. “나는 얼마나 니체를 견뎌낼 수 있는가?”
상태바
니체의 ‘살갗 안으로’ 들어가 묻는다. “나는 얼마나 니체를 견뎌낼 수 있는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11.01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소개]

■ 니체 입문 | 베르너 슈텍마이어 지음 | 홍사현 옮김 | 책세상 | 336쪽

국제적인 니체 학술지 《니체 연구Nietzsche-Studien》의 공동발행인인 베르너 슈텍마이어가 소개한 최신 니체 입문서다. 이 책은 니체를 ‘요약’하지 않는다. 대신 니체 자신의 말처럼, 그의 ‘살갗 안으로’ 들어가 니체의 사유 그 자체를 개관한다. 12개 장 가운데 니체의 생애를 소개한 1장에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니체의 문장을 본문에 녹여내 니체가 철학하는 방식과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데 주력한 것은 그 때문이다.

니체에 따르면, 철학자는 하나의 이론을 만들어내기 전에 이미 그 몸속에 철학이 들어 있고, 필요할 경우에만 철학에서 어떤 하나의 이론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누군가가 어떤 이론을 제시하는 걸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하나의 철학적 이론은 참이거나 거짓이 아니며, 어떤 철학자의 이론은 그가 극복하고자 하는 그 무엇의 징후인 것이다.

그러므로 니체에게 절대적 보편타당성에 대한 철학적 요구는 월권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사상에 기초해 니체는 어떤 다른 위대한 철학자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새롭고 다양한 형식의 철학적 글쓰기를 시도한다. 이런 점은 니체 입문자로 하여금 니체 이해의 출발점으로 삼을 만한 그 어떤 궁극적이고 확고한 발판도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니체는 자신이 체계로 남을 수 없다는 운명을 알고, “나는 하나의 뉘앙스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만큼 독자가 자기 스스로 방향을 설정해야 할 필요와 욕구는 강해진다. 니체의 독자는 니체를 읽을 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스스로에게서 발견한다. 나는 얼마나 니체를 견뎌낼 수 있는가. 최종적 확실성으로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해 니체가 던지는 의심을 얼마나 멀리까지 함께 따라갈 수 있는가. 그리고 더 이상 니체를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궁극적인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깨닫는 지점은 어디인가. 니체 읽기는 이런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이다.

니체의 철학함은 인간 삶의 방향 설정이 형이상학 없이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대한 실험이며, 이 실험은 니체 자신뿐 아니라 독자들까지도 대상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니체에 ‘입문’하는, 즉 니체의 ‘살갗 안으로’ 들어가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니체의 저서를 읽는 것이다.

그러나 방대한 그의 저작 목록뿐 아니라 그의 텍스트가 담은 ‘문학적’인 면 또한 니체의 사상이 대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점들이, 온갖 권위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려 한 니체에게 오히려 권위를 부여하는 것은 아닐까? 니체 자신이 대상으로 삼은 ‘독자’를 니체가 밀어내는 것은 아닐까?

▲ 프리드리히 니체
▲ 프리드리히 니체

이 책은 이런 점에서, 가장 니체적인 니체 입문서로 쓰였다. 저자는 니체를 ‘위버멘쉬’, ‘힘에의 의지’, ‘영원회귀’ 같은 몇몇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개념들을 통해 니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니체의 비판적 사유 태도 자체로부터 이 개념들이 이해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전제로부터 구성되었다.

1장에서는 니체가 살아온 환경과 그의 경험이 마치 한 권의 전기를 보는 것처럼 생생히 전개된다. 이는 니체의 성격이나 윤리적 태도가 어떠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니체의 사유가 오직 환경에 의해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이를 이해하지 않고는 니체를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니체에 대한 정치적 해석, 즉 분별력을 잃은 최초의 파시스트적 전사로서의 니체를 강조하려는 해석들이 애초부터 개연성이 전혀 없음 또한 분명히 확인시켜준다.

2장에서는 이러한 삶의 경험들이 니체의 철학적 저작에 대해 지니는 의미를 니체 자신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드러낸다. 이어지는 장들은 마치 니체 안으로 들어간 저자가 니체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니체의 사유가 원전의 문장을 통해 드러난다. 이는 니체를 ‘학설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 아닌, 니체의 의도처럼 ‘가르침에 반대하는 가르침’으로 보여주려는 저자의 시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