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시대, 20학번 새내기에게 띄우는 안부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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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시대, 20학번 새내기에게 띄우는 안부의 편지
  • 정대성 부산대·서양현대사
  • 승인 2020.10.25 17: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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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정말이지 2학기마저 이렇게 시작될지 몰랐습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모양새로 말입니다. 무엇보다 새내기들의 실망이 가장 컸을 듯합니다. 사실 누가 봐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어요. 입학은 했지만 학교에 갈 일이 없는 채로 1학기를 다 보냈으니까요. 모두가 여러분과 함께할 2학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가을 코로나 확산설이 되풀이되어도 설마, 설마 했지만 결국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새내기들을 목 빠지게 기다린 선배들도 많이 허탈하고 아쉬워했어요. 봄기운 가득한 캠퍼스가 새내기 웃음으로 빛나는 광경을 보지 못한 대학 성원 모두 마음이 아팠고요. 의기소침한 새내기들을 위한 학과 소개 동영상을 만들어 보내는 선배들의 애틋한 마음이, 익숙지 않은 온라인으로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자그마한 위안이 되길 바랄게요.

그리고 새내기들은 코로나19라는 ‘역사적 대전환’을 몸소 체험한 귀한 세대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대학을 넘어 인생의 긴 여정을 꾸리는 일에 좋은 교훈일 수도 있고요. 코로나를 겪으며 야생동물 서식지를 포함한 환경파괴와 무분별한 난개발의 폐해를 깨닫거나,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가 우리 삶과 직결된 문제임을 느끼게 되었으니까요. 코로나로 인한 여파나 고통의 정도가 계층과 빈부에 따라 첨예하게 갈리는 모습을 보며, 사회 정치적 불평등과 분배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도 물론입니다.
 
코로나19는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박쥐와 살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와 일으킨 세계적 소용돌이는 그간 인류의 삶에서 기인한 불가피한 결과였지요. 이대로는 결국 재앙과 파국만이 남았음을 여실히 증명했고요. 이제 ‘다른 삶’을 상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윤만을 앞세운 개발과 발전이, 자연과 환경 파괴를 피하지 못하는 경제성장이 인류에 덕/독이 되는지 질문해 볼 때가 아닐까요.

성장이 멈추니 하늘이 맑아지고 자연이 살아난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리지요. 인간의 고통, 아니 자본주의의 고통이 자연에게는 숨통을 틔워주는 지금의 현실은 자연의 고통이 곧이어 더 큰 인간의 고통으로 돌아옴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아니, 그 고통은 벌써 인간의 숨통마저 조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자 자연의 보호를 받는 존재이기에, 자연과 어우러지는 ‘다른 세상’ 말입니다.

당면한 삶과 관련해 걱정은 코로나가 인간을 좀비처럼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좀비가 인간을 전염시키듯, 코로나 감염자는 인간에게 감염을 전하는 좀비와 다름없지요.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스크’를 한 사람들을 향한 분노와 혐오는 그 두려움 때문이고요. 결국 코로나19로 인해 ‘두려움의 문화’가 탄생했습니다. 이 새로운 현상이야말로 정말 무서운 ‘최악의 바이러스’입니다. 공동체인 사회와 대학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지요.

더욱이 새내기들은 안타깝게도 ‘공동체로서의 대학’을 거의 경험하지 못하고 있어서 더 걱정입니다. 자유로이 함께 호흡하며 교류하는 강의실 수업은 물론이고, 신입생 환영회부터 학과 및 각종 동아리 활동까지, 동기나 선배들과 꾸려나가는 학문·생활 공동체로서의 대학이 멈춰 섰으니까요. 하지만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자기 방이나 카페에서 나 홀로 접속하는 수업과 온라인 접촉은 살아 숨 쉬는 대학 공동체 본연의 모습이 아닙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하려고 꿈꾼 것들, 동기와 선배와 교수님과 함께 어울려 하려던 것들에 대한 기대를 놓지 말기 바랍니다. 혼자만의 대학에 절대 길들지 않기 바랍니다. 실망은 있었지만, 절망은 없습니다!

(* 이 글은 부산대학교 학보 <부대신문>에 실린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임을 밝힙니다.)


정대성 부산대·서양현대사

현재 부산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있으며, 독일 빌레펠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68혁명을 비롯한 서양현대사의 여러 쟁점을 연구하고 있으며, 고전과 문학, 영화와 음악을 아우르며 역사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68혁명, 상상력이 빚은 저항의 역사』와 독일에서 나온 『Der Kampf gegen das Presse-Imperium: Die Anti-Springer-Kampagne der 68er-Bewegung』(언론제국에 맞선 투쟁: 68운동의 반슈프링어 캠페인) 등이, 역서로는 『68운동: 독일, 서유럽, 미국』과 『68혁명, 세계를 뒤흔든 상상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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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완 2020-10-27 20:21:06
선배님께서 꼭 읽어보라며 보내주셔서 읽었는데 정말 위로가 많이 되네요. 비록 신입생이 즐기고 누려야할 것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진 이후의 즐거운 대학생활을 기다리며 학교 생활을 힘 낼 수 있을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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