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에 있어서 언어와 사람은 상징이고, 의사소통의 수단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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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에 있어서 언어와 사람은 상징이고, 의사소통의 수단은 꿈이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10.25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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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존재와 상징 | 칼 구스타프 융 외 지음 | 설영환 옮김 | 글로벌콘텐츠 | 452쪽

이 책은 일반인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융의 연구를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쓴 해설서이다. 융의 관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현대 정신의학과 심리학에 영향을 끼쳤다. 우리가 익히 쓰는 ‘외향적’이니 ‘내향적’이니 혹은 ‘원형’이니 하는 말들이 모두 융의 개념이다. 오늘날 이 개념들을 인용하는 경우도 많고, 또 그만큼 오용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의 공로 중에서도 가장 특출한 것은 그의 ‘무의식’의 개념이라 하겠다. 이것은 프로이트의 ‘잠재의식’처럼 단순히 억압당한 욕구가 쌓인 잡다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의 귀중하고도 현실적인 부분이며, 자아(ego)의 의식적이고도 깊이 생각하는 세계로서 한없이 넓고 풍부한 세계이다. 무의식에 있어서 언어와 사람은 상징이고, 의사소통의 수단은 꿈이다. 그래서 존재와 인간의 상징을 연구하는 것은 결국 인간과 인간 자신의 무의식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작업이다.

이 책은 각 장마다 연구자가 다르다. 1장은 융, 2장은 헨더슨, 3장은 폰 프란츠, 4장은 야페, 5장은 야코비이다. 1장은 『존재와 상징』 전체를 아우르는 융의 ‘꿈’을 분석하는 내용이다. 2장은 신화에 어떤 무의식이 들어가 있는가를 분석하였고 3장은 개인의 생애에 걸친 꿈 전체의 목적을 분석하여 ‘자신’은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분석하였다. 4장은 무의식은 시각예술에 어떻게 적용되는가, 5장은 3장과 비슷하지만 ‘젊은이’들의 개성 발달에 집중하였다. 3장의 경우는 중년을 개성이 완전히 성숙한 단계로 보고 그것을 분석했으며, 5장의 경우는 개성이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고민을 해결하고자 연구한 것이다.

융은 의식이 무의식으로부터 유래되고 정신을 무의식과 동일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무의식은 꿈을 통해 나타나는데 합리적이고 구체화된 의미가 아니라 상징적인 이미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꿈을 통해 의식적인 심리 현상의 무의식적인 면을 탐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의 마음의 구조는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뉘는데 그중 무의식은 개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으로 구분하고 있다. 집단 무의식은 인간이란 종이 기본적으로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특징적인 요소이고 개인 무의식은 개인의 삶이나 경험에서 생겨나는 후천적, 경험적으로 생기는 정신작용으로 생각했다.

개인 무의식은 의식과 대립적인 특성이지만 의식과 관련성이 있어서 의식이 관여하는 곳에 무의식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무의식과 의식은 반대 급부의 성향을 가지지만 함께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후천적이고 경험적으로 얻어지는 개인 무의식은 외부적인 현실의 영역에서 내부의 마음의 영역으로 영향을 미치며 무의식에 영향을 주게 된다. 융의 학설에서 무의식이란 정신의 내부에 있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정신적인 것의 실체 혹은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개인의 무의식은 아동기 때부터 생활하고 경험하게 되는 과정 속에서 정신의 특성이 무의식에 축적되어 정신의 기능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한다. 아동기부터 체득되고, 발전하면서 중년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완성이 된다고 믿었다. 가령 사회적 인격인 페르소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경험했을 때야 비로소 형성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인이 한 개인으로서 성장하여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되는 과정을 융은 개별화 과정이라 칭했다. 개별화는 한 개인의 특성이 발달되어 가는 차별의 과정이라 보았다. 말하자면 개별화 과정으로 인해 개인의 무의식이 특성을 가지고 형성되는 셈이다.

책에서 흥미로운 파트는 신화 속에서 나타난 무의식을 다룬 2장과 시각 예술에 있어서의 상징성을 다룬 4장이다. 인간의 집단 무의식은 이미지, 상징, 신화와 같은 형태로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데 신화에는 공통적으로 어둠에 대한 이미지가 등장한다. 카오스로 대표되는 어둠은 인간이 어둠에 근원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집단 무의식으로 신화에 드러난 것이다. 신화 속에 뱀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보이는 것도 인간이 가진 뱀에 대한 근원적 공포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홍수, 추위 등에 대한 상징도 집단 무의식으로 신화에 자주 등장한다. 과거로부터 인간의 DNA에 새겨져 내려오는 근원의 공포를 건드리는 것인데 지금은 어둠이나 홍수, 추위 같은 과거의 큰 재난을 과학기술로 어느 정도 극복을 했음에도 여전히 인간의 무의식에는 그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는 것이다.

시각예술에도 무의식의 상징이 많이 담겨 있는데 융은 무의식은 이미지를 창출하고 상징화하며, 자율적인 창조기능이 있다고 하였다. 인간의 정신세계는 아름다움 자체를 즐기는 기능도 있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기능도 있다는 뜻이다. 원, 동그라미는 모든 측면에서 정신의 전체를 표현하는 것으로 원시적인 토테미즘이나 현대 종교에서건, 신화나 꿈에서건, 만다라나 천문학자들의 구형의 개념속이건 구(球)는 항상 삶의 유일지상의 절대적 측면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 역시 집단 무의식이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융의 견해로는 무의식이란 의식의 위대한 안내자요, 친구요, 지도자이기 때문에 이 책은 인간과 인간 정신문제에 대한 연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우리는 꿈을 통하여 무의식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 책을 살펴봄으로써 개개인의 삶을 통하여 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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