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leadership)과 헤드십(head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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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leadership)과 헤드십(headship)
  • 조창현 논설고문/전 한양대 석좌교수·행정학
  • 승인 2020.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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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 칼럼]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되면서 정부 각 부처 장관이나 그 산하 기관장 그리고 사기업의 책임자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의 출석 여부가 한창 논란이다. 국정감사장이 마치 법정 같아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부나 기업의 간부들이 당당하게 자기 소신을 펴기보다는 되도록 덜 얻어맞는 방법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어찌 보면 가엾기까지 하다. 언제부터 시작된 전통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질문을 하는 국회의원들은 마치 법정에서의 재판장처럼 무소불위의 권위를 자랑하려고 하고 증인들은 겸손하다 못해 마치 법정의 피고인과 별로 다르지 않은 저자세로 혹독한 질문을 피하려고 애쓴다. 자연히 증인으로 불려 나가지 않으려고 별별 꼼수를 쓰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몇년 전에 도하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사건(?)은 당시 여권의 원내총무가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잠재적 증인이 될 소지가 있는 모 대기업의 수장 출석을 막아주는 대가로 그의 딸을 취직시켰다는 것이었다. 이쯤 되고 보면 국정감사가 정부 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사기업의 수장들이 출석을 가장 피하고 싶은 자리가 아닌지 모른다. 물론 이들이 이처럼 국정감사를 피하려는 속내는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나 그것은 단순히 기본적 예의도 지킬 줄 모르는 선량들의 수준을 탓하기 전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정부 및 사기업 최고책임자의 역량과 소신과는 무관한 것인지 동시에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과연 그들은 그런 어마어마한 조직의 최고책임자로서의 자격이 있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들인가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가끔 한국에서도 청취할 수 있는 미국 의회에서의 청문회를 비롯한 각종 질의에 나선 그 나라의 정부 및 민간기관 책임자들의 소신 있는 답변과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답변을 피하려 하는 것 같고 그들은 거침없이 소신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왜일까? 한 마디로 우리는 우두머리를 뽑은 대신에 그들은 그야말로 리더를 뽑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리더와 우두머리의 차이는 전자는 조직을 이끌고 나가는 사람인 데 반해서 후자는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인사는 공·사를 막론하고 한마디로 승진 인사다. 차관(또는 부사장)했으니 장관 해도 된다는 논리다. 아니다. 차관과 장관의 역할과 필요한 자격요건은 현격하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이 점에서 늘 실수를 한다. 여기서 리더의 자질이나 자격요건을 다 설명할 수는 없으나 한마디로 말한다면 리더는 소신을 가지고 조직을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이며, 우두머리는 되도록 사고를 방지하여 무사히 임기를 마치는 역할이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그간 자리를 잘 지키는 우두머리들이 정부조직이나 사기업체를 맡아 왔다. 무사안일이 잉태되는 순간이다. 그러니 무사히 임기를 마친 것을 큰 ‘덕목’으로 생각해서 축하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다. 일반 직원들은 무사히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좋은 덕목이 될 수 있으나 최고책임자는 아니다. 무사가 덕목이 못 된다. 무사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직의 이해당사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 조직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의 목표와 사명을 명확히 하고, 전 조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생산성의 향상을 도모하여 고객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등 체계적이고 그야말로 무난히(?) 조직을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의미에서 공공행정과 사기업 운영에는 근본적 차이가 없다. 단지 그 목표가 이윤 추구 여부로 다를 뿐이다. 공공행정이 어려운 것은 계량화하기가 쉽지 않은 많은 분야에서도 정성적(qualitative) 혁신을 촉구하는 추가적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매우 까다로운 책무가 주어졌을 때에 더러는 우리 정부의 능력을 의심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는 의외로 성공적이다. 앞으로도 우리에게는 어떠한 많은 낯선 과제들이 주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할 일은 ‘인사가 만사’라는 신념으로 꾸준히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다.


조창현 논설고문/전 한양대 석좌교수·행정학

연세대 정법대를 나왔으며 아메리칸대학에서 행정학 석사,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펨부록 캠퍼스 교수, 한양대 행정학 교수, 한양대 명예 및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지방자치란 무엇인가?》, 《지방자치의 이론과 실제》, 《행정학원론》, 《재무행정론》, 《지방자치론》, 《지방행정론》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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