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블랙홀의 존재를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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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블랙홀의 존재를 증명하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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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본 노벨상] IBS_vol. 2 2020 노벨물리학상

2020년 노벨물리학상은 블랙홀의 예측 및 관측에 성공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일반상대성이론으로부터 블랙홀의 이론적 가능성을 입증한 로저 펜로즈(옥스포드대 교수)와, 우리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하인하르트 겐첼(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 연구소장)과 앤드리아 게즈(UCLA 교수)가 그들이다. 블랙홀은 과학자는 물론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으나 아무도 그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노벨물리학상은 이러한 블랙홀이 이제는 확고한 과학적 탐구 대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블랙홀이란 그 질량에 의한 중력이 너무 강하여, 주변의 어떠한 물질도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모종의 경계면으로 둘러싸인 물체를 일컫는다. 흔히 이러한 경계면의 크기를 블랙홀의 크기로 지칭하고, 블랙홀의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 부른다. 그 이유는 경계면 밖에서는 경계면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설명하기에도 기묘한 이러한 물체는 1915년 아인슈타인이 중력을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직후, 슈바르츠실트에 의해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해로서 존재함이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블랙홀의 실재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분명 별은 중력에 의해 중심으로 수축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별의 내부 활동에 의해 존재하는 복사압과 축퇴압 등은 중력과 균형을 이루며 별의 형태를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태양을 예로 들어보자. 태양 정도의 질량을 가진 블랙홀의 크기는 겨우 반경이 1km 정도이다. 중력에 의해 과연 이 정도까지 압축될 수 있을까? 1930년대 찬드라세카르, 오펜하이머 등은 당시 알려진 기본 입자에 관한 물리법칙을 반영하여 별의 진화 최종 단계에서 중력 붕괴를 겪지 않을 수 있는 질량의 최대값을 구했다. 겨우 태양 질량의 몇 배 밖에 안 되는 그 값에 비해, 더 큰 질량의 별들은 연소가 끝난 후 중력에 의한 수축 및 붕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보인 것이다. 사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다음 질문이다. 중력 붕괴로 별의 잔해가 블랙홀 반경 안까지 수축되었다면 그 이후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가? 압력을 무시할 수 있는 물질과 구면 대칭성을 가정하고 계산했을 때 물질은 결국 별의 중심을 향해 붕괴되며 밀도가 무한대가 되는 특이점에 도달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이러한 결론은 당대 과학자들에게 거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특이점은 물질의 종말 뿐만 아니라 물리 법칙의 한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퀘이사의 발견과 특이점 정리
한편 1963년에 2020년 노벨물리학상을 가능케 한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가 이뤄진다. 3C 273이란 이름의 퀘이사로, 지구로부터 24억 광년 정도 떨어져서 우리 은하를 다 합친 것보다 수십 배 밝은 빛을 뿜어내는 천체이다. 관측에 의하면 이렇게 강력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천체의 크기는 겨우 태양계 정도여야 한다. 이는 기존 별의 진화와 성단의 존재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여기서 블랙홀이 등장한다. 만약에 태양보다 백만 배에서 십억 배 정도로 무거운 천체가 중력 붕괴로 인해 블랙홀이 되면, 주변 물질은 빠르게 블랙홀 주위를 회전하며 빨려 들어간다. 흥미롭게도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클 수 있었다. 즉 가장 어두운 천체가 가장 밝은 빛을 생성시키는 동력이 되는 셈이다. 퀘이사의 발견은 중력 붕괴로 생기는 천체의 존재 가능성과 그 운명에 대한 연구에 과학적 명분을 주었다. 펜로즈에게 노벨상을 안긴 논문 ‘중력 붕괴와 시공간의 특이점(1965년 피직스 리뷰 레터스 게재)’도 퀘이사 발견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자, 그럼 전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중력 붕괴로 인해 작은 공간 안으로 수축한 물질은 특이점을 피할 수 있을까? 수축된 물질의 밀도가 매우 높아 특이점 도달 전에 폭발이 일어나거나, 물질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준평형상태로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펜로즈는 이에 대하여 전에 없던 명쾌한 답을 제공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1) 일반상대성이론이 맞고 2) 과거로부터 물질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며 3) 물질이 충분히 수축하여 빛조차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다다르게 되면 그들의 세부 상호작용과 상관없이 반드시 유한한 시간 안에 특이점에 도달함을 증명한 것이다. 이것을 ‘특이점 정리’라 한다. 펜로즈는 중력 붕괴에 의한 복잡한 수축 과정을 직접 다루지 않고도 미래에 특이점이 없다고 할 때 생기는 위상수학적 모순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증명을 해냈다. 펜로즈의 논문은 특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전제 조건의 명료함과, 증명 과정의 우아함을 갖춰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이후 이러한 위상수학적 방법론은 일반상대성이론 및 우주 구조의 연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형성된 블랙홀의 특이점은 사건의 지평선 안에 반드시 갇히게 되고 블랙홀 내부의 일은 외부에 영향을 주지 못하므로, 지평선 밖 관찰자는 특이점을 해소하는 새로운 이론 없이도 블랙홀의 생성과 진화를 과학적으로 다룰 수 있음도 의미했다.

▲ 펜로즈는 중력 붕괴로 인해 물질이 충분히 수축하여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경계면에 트랩이 된 경우,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결국 특이점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 펜로즈는 중력 붕괴로 인해 물질이 충분히 수축하여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경계면에 트랩이 된 경우,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결국 특이점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초대질량 블랙홀과 우리 은하의 중심
펜로즈의 ‘특이점 정리’는 블랙홀이 일반상대성이론의 강력한 예측임을 수학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1960년대 후반부터 중성자별이 발견됨으로써 과학자들은 별의 진화를 통해 밀도가 매우 높은 천체가 실제로 생성 가능하며, 블랙홀도 예외가 아님을 깨달았다. 별의 생성이 왕성한 은하의 중심에는 블랙홀이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블랙홀은 주변의 물질을 지속적으로 빨아들이면서 질량을 계속해서 증가시킬 수 있다. 퀘이사 또한 활동 은하의 핵으로 성장한 초대질량 블랙홀과 그 주변 강착원반의 상호작용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은하가 더 이상 폭발적으로 별을 생성하지 않고 블랙홀이 빨아들이는 물질의 양이 현저히 줄어들더라도, 이미 무거워진 블랙홀은 은하의 중심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활동 은하 외에도 수많은 나선 및 타원 은하들의 중심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할 것이라는 추측으로 이어졌고 우리 은하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 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A* 로 불리는 전파원이 바로 그러한 초대질량 블랙홀의 후보였다. 남은 문제는 어떻게 그것을 증명하느냐였다.

1990년대 겐첼과 게즈는 각각 관측팀을 꾸려 이를 증명하려는 경쟁에 뛰어든다. 겐첼 그룹은 칠레 남유럽천문대의 NTT/VLT 망원경을, 게즈 그룹은 하와이 켁 (Keck) 천문대의 망원경을 사용하여 우리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의 증거를 찾으려 했다. 태양의 질량은 그 주위를 도는 행성의 움직임을 통해 추론할 수 있고 그 크기의 상한은 가장 가까이에서 회전하는 수성의 움직임을 통해 추론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우리 은하의 초대질량 블랙홀에 대해서도 케플러의 법칙에 따라 주위를 도는 별들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그 안에 존재하는 물체의 질량과 크기의 상한 혹은 밀도의 하한을 구할 수 있다. 따라서 굉장히 긴 시간 동안 별들의 움직임을 정밀 추적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겐첼과 게즈의 팀은 각각 성간 물질에 의한 흡수가 적은 근적외선 영역을 20여년 이상 관측했다. 장기간 별들의 궤도를 추적하려면 지상의 망원경이 현실적인 관측 수단이 된다. 하지만 지구 대기의 난류로 인해 별의 이미지가 흐려지거나 흔들린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정확한 궤도 측정에 치명적인 약점이 되므로 두 그룹은 각각 난류에 의해 흐려지는 이미지를 보정하는 기술들을 적용했다. 그 중 2000년대에 들어 활용된 적응 광학 (adaptive optics) 기술은 별 위치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주었다. 이 기술의 기본 원리는 다음과 같다. 우선 관측 방향 근처에 레이저를 쏘아 인공으로 가이드 별을 만들고 관측한다. 이 때 가이드 별의 위치가 고정되도록 망원경의 거울을 미세 조정하고, 이러한 피드백을 은하 중심을 보는 망원경에 실시간 반영하여 난류 효과를 상쇄시킨다. 이렇게 첨단 기술을 이용한 장기 관측을 통해, 두 팀은 우리 은하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4백만 배 정도 질량을 가지는 무거운 물체가 존재하며 그 밀도는 블랙홀이 아닌 다른 것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 블랙홀과 직접 조우한 것이다.

▲ 겐첼과 게즈 팀은 각각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 A* 주위를 돌고 있는 별들 중 S2 (S02) 라 명명된 별의 궤도를 정확히 분석하여 그 안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함을 밝혀냈다. [A&A 615, L15 (2018) 참조]
▲ 겐첼과 게즈 팀은 각각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 A* 주위를 돌고 있는 별들 중 S2 (S02) 라 명명된 별의 궤도를 정확히 분석하여 그 안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함을 밝혀냈다. [A&A 615, L15 (2018) 참조]

블랙홀을 통한 기초물리연구
블랙홀은 더 이상 이론적 개념이 아닌, 천문학적으로 관측 가능하며 관측된 천체들 중 하나이다. 2017년 노벨물리학상의 주역인 LIGO 중력파 관측소의 중력파 발견도 두 개의 항성질량 블랙홀의 병합 과정에서 생성된 것이 아니라면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더 최근에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 (EHT) 을 통해 얻은 M87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이미지 또한 블랙홀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이다. 전파, 적외선, 엑스선 그리고 중력파까지 현대에 이르러 블랙홀을 ‘볼 수’ 있는 기술들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우리를 블랙홀 지평선 근처로 안내하고 있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관측된 블랙홀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한 이해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2010년대 들어 130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퀘이사들이 다수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태양보다 10억 배 정도 무거운 초대질량 블랙홀을 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의 우주 나이는 겨우 현재 나이의 1/20에 불과한데 기존의 블랙홀 성장 모델에 따르면 그만큼 질량이 커지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설명하려는 다양한 가설들이 제기되고 검증하기 위한 연구도 한창 이뤄지고 있다.

블랙홀은 일반상대성이론과 기본 입자에 대한 표준모형 너머 자연법칙에 대한 중요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블랙홀 특이점에서 물질의 밀도가 반드시 무한대가 되는지, 중력 붕괴로 특이점에 도달하기 전 실제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등을 알기 위해서는 초끈 이론을 위시한 양자중력이론의 완성이 필수적이다. 또한 1970년대 이후 블랙홀 열역학 연구가 활발이 이루어져, 블랙홀이 사실은 양자역학적으로 완전히 검지 않고 소위 호킹 복사라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며, 결국 증발하여 사라질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블랙홀의 증발 과정과 양자역학적 특성에 대한 사고실험은 다양한 패러독스를 만들어 냈다.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 또한 이론물리학자들 사이에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한편 블랙홀이 호킹 복사를 통해 에너지를 방출하고 증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원시블랙홀의 발견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원시 블랙홀이란 별의 진화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블랙홀이 아닌, 아주 뜨거웠던 우주 초기에 밀도 요동으로 인한 중력 붕괴로 생성될 수 있는 가설상의 블랙홀이다. 블랙홀은 가벼울수록 더 빨리 증발하므로, 태양보다 훨씬 가벼운 원시블랙홀의 증발은 망원경을 통해서 관측 가능하다. 아직 원시블랙홀이 관측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히 흥미롭고 많은 물리학자들이 원시블랙홀의 발견 가능성을 높이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블랙홀은 또한 암흑물질 자체가 가진 미시적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될 수도 있다. 이렇게 형성된 블랙홀은 항성 진화와는 다른 질량 분포를 만들어 낸다. 이는 블랙홀의 발견이 암흑물질의 미시적 본성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블랙홀은 자연의 가장 근본적인 법칙은 물론, 우주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빼 놓을 수 없는 대상이다. 일반상대성이론 탄생 이후 긴 여정 동안 수많은 흥미로운 발견들이 이뤄졌다. 하지만 여전히 블랙홀에 관해, 혹은 블랙홀이라는 창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우주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궁금증과 탐구할 것들이 많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이 블랙홀을 매개로 한 새로운 기초물리연구를 이끌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 | 신창섭 순수물리이론 연구단 연구위원

[출처] 과학자가 본 노벨상_vol.2 노벨물리학상편(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0991/selectBoardArticle.do?nttId=19158) | 작성자 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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