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진보주의자의 이상적 자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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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진보주의자의 이상적 자아상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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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로라 대소 월스 지음 | 김한영 옮김 | 돌베개 | 808쪽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생애와 작품은 사회와 국가, 자연과 삶의 진실에 관한 과감한 실험의 연속이었다. 자연주의자로 알려진 소로는 환경주의자일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자, 박물학자, 반인종차별주의자, 반제국주의자, 반자본주의자, 사회 개혁가로서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다양한 성취를 이룬 인물이다. 새로운 세대를 위해 인문주의적 사유를 펼치며 시대를 앞서는 놀라운 성과를 남긴 소로는 21세기 진보주의자의 이상적인 자아상이라 할 수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소로의 생애와 그 세대 전반을 다룬 종합적인 평전으로, 미국의 판테온에 오른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출간했고, 미국 주요 언론사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저자 로라 대소 월스는 미국에서 사람들의 입에 가장 쉽게 오르내리는 작가이자 미국 문학 연구자에게 난제이자 과제로 여겨지는 소로의 삶을 세밀하고 풍부한 이야기로 확장했다. 월스는 광범위한 새로운 연구와 소로의 모든 텍스트를 통해 그의 생애와 모순, 시대와 장소를 넘어선 현재성을 추적해 '죽은 껍질'이 아닌 지금 여기 '살아 있는 존재'로서의 소로를 보여준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무엇보다 이 책은 소로를 단순한 자연주의자로 묘사하지 않는다. 생태와 환경에 관한 그의 연구는 현재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세밀하고 정교했고, 로라 대소 월스는 이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소로는 생태학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에 국립공원과 야생 보호 구역의 체계를 만든 생태과학의 개척자이며, 다윈의 『종의 기원』을 최초로 읽은 미국인 자연과학자다. 소로는 자연과학을 깊이 연구할수록 이성만으로는 알 수 없는 '야생'을 더욱 갈구하게 되었고, 소로는 자연에 숨어 있는 '관계들의 묶음'을 이해하고자 노력한 끝에, 생태학이 출현하기 훨씬 전에 그 분야를 개척했다. 그는 자연을 관찰하면서 꽃이 언제 피는지, 월든 호수의 얼음이 몇 월 며칠에 녹는지, 언제 단풍이 드는지, 눈이 며칠에 몇 인치 내렸는지를 일지에 세세히 기록했다. 그는 꽃을 보면 그달의 며칠인지를 오차 범위 이틀 이내에서 알아맞힐 수 있다고 자랑했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그가 남긴 엄밀한 기록을 활용해 기후 변화로 점점 더 빨라지는 봄, 갈수록 꾸물거리는 가을, 더 짧아지는 겨울을 추적할뿐더러 월든의 식물 공동체에 일어난 구성의 변화를 조사하고 있다.

또한 월스는 작가로서의 소로에 주목한다. 소로는 ‘말’이 실제로 세계를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이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마음을 심오하고 아름다운 시처럼 묘사했다. 소로의 저작은 각각이 자신만의 구체적이고 단독적인 이야기를 품은 동시에 그 전체가 하나의 완성된 사유로서 함께 움직인다. 대자연을 향한 관심이 폭발한 시기의 기록과 생각을 모은 『월든』에서 소로는 일상의 아주 작은 경작 행위에 영적 은유를 입히고 그러한 단어를 통해 영혼과 육체, 하늘과 땅이 한데 엮어서 살아 있는 우주 전체를 담아냈다.

그러나 『월든』은 소로 저작의 일부에 불과하다. 소로 스스로 7일에 걸친 천지창조의 이야기이자 지식의 창세기라고 선언한 『콩코드강과 메리맥강에서 보낸 일주일』, ‘세인트 존’호 난파 사고 현장을 묘사하는 초현실적인 장면으로 시작하는 세기말적 자연주의 작품이자 『월든』의 어두운 쌍둥이이라고도 칭해지는 『케이프 코드』, 아주 작은 씨앗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어 놓는지 생생히 묘사한 『야생 열매』와 『씨앗의 확산』, 한 여인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한 「어새벳강」, 와추세트 인근의 여인숙에서 묵었던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따뜻한 정을 그린 「여인숙 주인」, 탈출한 돼지를 잡는 일화를 스케치한 소동극으로 마크 트웨인의 작품 못지않게 익살맞은 문학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돼지 잡기」 등 소로를 알기 위해 탐독해야 할 중요한 작품들의 매력을 저자는 탁월한 필치로 소개한다.

이 책에서는 소로의 핵심적인 작품과 사유, 성과 외에도 인간 소로의 삶을 만날 수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야심 찬 하버드 대학생이었고, 형과 함께 엘런 수얼 오스굿이라는 한 여자를 사랑하다 실연당해 슬퍼한 청년이었으며,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넋이 나간 젊은이였고, 가업인 연필 공장 일을 도우며 양질의 흑연과 연필을 만들어 미국 연필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기술자였고, 황홀경에 빠져 우주의 재생력을 찬양하는 몽상가이자 고독한 산책자이기도 했다. 또한 소로는 생계를 위해 측량 일을 하면서 본인이 측량한 땅의 나무가 잘려 나가고 개발되는 것을 목격하고는 자본주의의 폐단과 노동 소외에 가슴 아파한 노동자였으며, 환경 운동의 시대가 오기 오래전에 인간의 무분별함 속에서 미래 세대의 비극을 본 예언자이기도 했다. 저자는 출간된 글과 미출간된 글을 모두 포함하는 방대한 소로 저작을 바탕으로 기벽과 모순이 가득한,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소로를 그려낸다.

소로는 자연이 주는 무한한 생명력에 경탄하며 온 생애에 걸쳐 사유를 확장하고 글을 써 내려갔다. 소로는 더 높은 법칙에 따라 '뜻을 품고' 사는 삶, 즉 우리가 내리는 선택의 도덕적 결과를 인지하고 반성하는 삶을 강조했다. 소로는 우리의 선택이 정치적 환경과 자연환경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선택을 포함해 모든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선택의 총합이 결국 지구라는 저울에 올라간다. 그리고 이 행성은 월든 호수처럼 섬세하고 예민해서 아주 작은 변화도 즉시 감지한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세대, 후손을 위한 현재를 생각했다. “죽음 속에서도 우리는 살아 있다.” 소로는 자신의 말이 씨앗처럼 날아가 사람들에게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우리라는 믿음을 간직한 채 눈을 감았다.

저자는 이러한 소로의 뜻을 후대에 전하고자 장대하고 친절한 전기를 썼다. 소로와 그의 가족, 친구, 마을, 삶, 사유, 저작에 관한 새롭고 매혹적인 정밀 묘사는 19세기의 위대한 소설처럼 읽는 사람을 책 속으로 깊이 끌어당긴다. 이 책은 소로를 생생하게 되살릴 뿐 아니라, 소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는다. 저자는 ‘월든 호수의 은둔자’가 아닌 새로운 시대를 위해 사회적으로 헌신한 소로, 자유의 투사이자 지구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예언자 겸 대변자 소로를 우리에게 선물해 준다. 저자는 독자가 이 책을 통해 소로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새로운 창조를 목격하고 꿈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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