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불교가 바라본 일본의 불교와 사회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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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불교가 바라본 일본의 불교와 사회문화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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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일본의 종교문화와 비판불교 | 길희성·류제동·정경일 지음 | 동연출판사 | 308쪽

제목으로 제시된 “비판불교”라는 어구는 이 책이 불교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집필되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그것은 이제 고유명사가 된 일본의 학문적인 조류를 지칭한다. 일본 고마자와대학 불교학 교수인 마츠모토 시로는 1986년에 개최된 국제학술대회에서 “여래장사상은 불교가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불교의 근본 사상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수년 뒤 같은 대학의 하카야마 노리아키 교수가 쓴 <비판불교>라는 책 제목이 그대로 이러한 학문적 운동의 이름이 되었다. 세계 학계가 이런 흐름을 주목한 이유는 이 운동이 단지 학문적인 불교 연구에 그치지 않고, 불교사상과 연계된 일본의 토착문화와 사회, 나아가 혼합주의적 종교문화까지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누어 제1부에서는 ‘비판불교의 대승불교사상 비판’을 다루고 제2부에서는 ‘비판불교의 일본 사회 및 종교 비판’을 다룬다.

비판불교의 불교 내적 비판 정신은 어디에 기인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간단히 말해서 그것은 비판불교가 붓다의 근본 사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거기에 입각해서 비판불교는 그 후에 전개된, 좀 더 정확히 말해, 인도 대승불교 중기 이후로부터 전개된 유식사상(唯識思想), 특히 여래장(如來藏)사상과 불성(佛性)사상 그리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중국 찬술로 간주되는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이후에 전개된 본각(本覺)사상 그리고 이에 근거한 천태(天台)본각사상과 선(禪)불교사상 등 중국 불교사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사상들을 통틀어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사실상 비판불교의 비판은 대승불교사상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리고 일본 불교사상이라고 특별히 지칭할 말한 내용은 별로 없다. 다만 위에 언급한 대승불교사상이 지닌 사회적 함의가 일본 사회와 문화에 끼친 부정적 결과에 비판불교는 주목하고 있다.
--- 「머리글 _ 일본 사회, 종교문화 그리고 비판불교」 중에서

종교적 혼합주의가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초래한다는 비판불교의 주장은 다른 종교 연구자들에 의해서도 지지된다. 예를 들면, 신불습합은 신도와 불교의 역할분담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조셉 스패는 일본의 신도는 피안의 일은 불교에 넘기고 차안의 일에 전념했다고 한다. 여기서 스패가 강조하는 것은 그리스도교와 달리 신도는 세계를 변화시키지 않고 그냥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즉 신도의 차안성은 세계 변혁적(world-transforming)이기보다는 세계 긍정적(world-affirming)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세계 부정적(world-denying) 피안성이 강한 불교와 세계 긍정적 차안성이 강한 신도가 사회적 차원에서는 유사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즉, 세계 부정적 불교가 사람들로 하여금 차안의 세계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들어서 오히려 기존 질서를 긍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세계 긍정적 신도는 차안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긍정함으로써 동일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그러한 결과는 종교혼합주의나 신불습합 혹은 화(和)의 논리로 인해 무조건 기존 질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기보다는 세계 부정성이 원래부터 없었던 신도와 세계 부정성을 상실한 불교의 습합에서 무비판적인 현실 긍정이 배가되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비판불교가 문제 삼는 것은 신불습합 현상 자체가 아니라 불교의 피안적 세계 부정성과 역설적이지만 이와 밀접하게 연결된, 아니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무비판적인 현실 긍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곧 불교 자체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비판불교가 기체설에 물든 불교를 비판하는 것이다.
--- 「4장 _ 비판불교의 일본 종교문화 비판」 중에서

사실 유일신 신앙에 길들여진 서구 신학자들의 눈에는 윤리적 비판의식의 부재 내지 결여는 불교뿐 아니라 동양 종교 일반이 지닌 문제로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다. 유일신 신앙의 세계관이나 인간관에서 볼 때 절대와 상대, 영원과 시간, 일과 다, 본체계와 현상계 사이에는 무시하기 어렵고 건너기 어려운 존재론적 단절이 놓여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고에 길들여진 유일신 신앙의 사람들이 대승불교사상, 특히 화엄철학이나 선불교사상 같은 것을 접할 때 보이는 일반적 반응 가운데 하나는 자기들이 그렇게도 경계하고 폄하하도록 세뇌되어 온 이른바 ‘범신론’(pantheism)이 아닌가 하는 회의적 반응이다. 마치 범신론만은 안 된다는 듯이 그들은 부정적인 어투로 말한다. 유일신 신앙의 관점에서 볼 때, 범신론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성스럽게 여기고 품는 무조건적인 현실 긍정에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 모든 현상이 선악시비를 가리지 않고 신이 내재하는 성스러운 것이고 신의 현현 내지 양태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승불교사상에 대한 비판불교의 비판적 시각도 이런 그리스도교의 범신론 비판과 근본적으로 궤를 같이 한다. 유감스럽지만 마츠모도 교수의 시야와 관심이 과연 불교사상이라는 테두리를 넘어 이런 폭넓은 비교종교학적 통찰에까지 미치는지 필자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 「종합적 비평 _ 비판불교와 한국 종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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