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이고 상업화된 언론의 정파성…저널리즘 질적 하락의 핵심 동인
상태바
선정적이고 상업화된 언론의 정파성…저널리즘 질적 하락의 핵심 동인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10.11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술 세미나] 한국언론학회·한겨레신문 ‘신뢰받는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세미나
맨 왼쪽부터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김양순 한국방송 ‘저널리즘토크쇼 제이’ 팀장, 권태호 한겨레 편집국 부국장, 남재일 경북대 교수, 사회자 양승찬 숙명여대 교수,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최지향 이화여대 교수, 홍성철 경기대 교수
맨 왼쪽부터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김양순 한국방송 ‘저널리즘토크쇼 제이’ 팀장, 권태호 한겨레 편집국 부국장, 남재일 경북대 교수, 사회자 양승찬 숙명여대 교수,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최지향 이화여대 교수, 홍성철 경기대 교수

우리 사회에서 언론은 심각한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 저널리즘 신뢰도는 세계 최하위'라는 말이 더는 새롭지 않고 기자를 비하하는 '기레기' 표현도 일상화한 지 오래다. 여기에 더해 이념, 성별, 빈부 등 각자의 위치에 따라 언론에 대해 요구하는 바가 갈라지고 있다. 신뢰의 위기, 경영의 위기, 정당성의 위기에 처한 한국 언론, 위기 극복의 길은 무엇인가.

한국언론학회와 한겨레신문은 8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신뢰받는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공동세미나를 열었다.

한국 언론은 불신의 시대를 겪고 있다. 언론계가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미디어 환경 변화와 함께 독자의 강한 뉴스 이용 편향성은 저널리즘 신뢰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의 언론은 생존의 기반인 이용자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용자의 반응에 상관없이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하는지 등의 갈등 상황에 놓여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처럼 편향적 뉴스, 즉 나의 입맛에 맞는 뉴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뢰받는 저널리즘의 원칙은 무엇이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등 신뢰 위기를 넘어 생존까지 위협받는 한국 언론의 위기 극복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세미나에서의 발표와 토론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 발제 1.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정파성과 함께하는 정론의 가능성’

▲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첫 발제자로 나선 남재일 교수는 정당과의 병행적 양극화 속에 정파성이 심각한 우리 언론의 특징적 현상을 짚으며 어떻게 정론 회복이 가능한지를 타진했다.

남 교수는 한국 사회의 정파성과 언론의 경영위기가 겹치면서 정파성의 상업화가 찾아왔으며 이는 정파성의 양극화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남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정파성은 정당에 대한 태도로 언론의 정파성은 선정적이고 상업화되면서 저널리즘의 질적 하락의 핵심 동인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파성 보도에서 이념성과 선정성을 구별하는 것이 우선”이며 “언론은 정파성이 아니라 사회 정책에 대한 일관된 관점과 태도를 뜻하는 정치성을 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언론은 더 이상 정론의 담지자가 아닌 ‘의견을 상품화하는 판매상’이다. 남 교수는 올해 신뢰받는 언론인 1~3위에 손석희‧김어준‧유시민이 꼽혔다며 “이 세 명 가운데 전통 저널리즘 관점에서 기자는 없다. 독자들은 어떤 사실에 대한 정확한 전달을 원하고 있다기보다 정파 저널리즘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란 상품이 팔린다는 건 그만큼 시민들이 ‘사이다 저널리즘’을 원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전통매체가 경영 위기를 겪으면서 이 같은 현상은 심화했다. 전통 매체가 누리던 뉴스 생산과 유통의 독점적 지위가 없어져 정보가 아닌 ‘의견’이 상품이 되면서다.

문제는 국내 정치 담론 특징이 이념이 아닌 ‘정파’에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념이 일관된 정치적 관점으로 세계를 보는 것이라면, 정파성은 특정 정당 입장에 기대 자기 정치적 의견을 제시하는 경향이다. 남 교수는 “정치 의견을 대변할 시스템이 없어 광범위하게 시민이 배제되고, 현 정치 제도에서 거대 양당이 충돌해온 역사”를 그 요인으로 꼽으며 “한국 사회에서 이념적 차이는 극단적이지 않지만 정당 일치감에 따른 정파적 지지는 극단적”이라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저널리즘 원칙 중 하나인 객관주의와 중립성의 한계도 지적했다. 남 교수에 의하면 "객관성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은 현실 외면과 책임 회피를 초래하고, 중립성은 이념이 아니라 지배적인 상황에 순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들이 정확성·중립성·공정성 제고 등 저널리즘 원칙을 강화하고, 뉴스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며 정론을 펼치면 독자들이 응답할 것인가? 이에 대해 남 교수는 디지털 매체 환경과 매우 다양한 주장이 공론장에 나오는 다원화된 사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과거 대중 매체들이 일방향적 소통에 적합한 방식으로 보여준 저널리즘의 가치인 ‘객관성’이 지금의 저널리즘에도 유효한지 의문이라며 객관적 저널리즘의 한계가 있음을 주목했다.

언론은 ‘정파적 양극화’에 부응하는 습관을 버리고 어떤 잣대로 정치 현실을 보도해야 할까. 남 교수는 객관주의 프레임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그간 객관성에 대한 기자들의 추구와 강박은 사실 사회 현실의 정치적 측면을 외면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지금 일어나는 격렬한 정치적 현실에 대응할 권력이 형성되지 않았다. 편안한 구경꾼 자리에 안주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정치적 판단 잣대를 세울 것을 주문한 남 교수는 “각 언론사가 사회적 폭력과 부정의에 대한 반대를 편집의 최우선으로 잡고, 무시와 차별, 정체성 정치의 구체적 양태를 쌓아야 한다. 예컨대 취재보도 준칙에 해당 언론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구체적 사례로 빼곡히 적혀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해당 언론사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사설과 칼럼을 통해 지속적으로 표명해 강력한 담론 설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이어 "지금까지 언론이 해온 기업 활동과 정론 추구 등 저널리즘의 상업주의 모델 자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천 전략으로 언론사 조직도 독립성을 가진 다원적 조직으로 전환하고, 선정적 정파성에서 탈피하기 위해 윤리적 시민의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해 사회 정책에 대한 일관된 관점과 태도를 뜻하는 정치성으로 이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발제 2.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이야기가 폭발하는 시대, 저널리즘 신뢰 회복의 조건’

▲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현업 언론인으로서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의 사회적 인식 3단계론을 인용하면서 "한국은 언론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단계를 지나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언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 확신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기레기 담론'의 근원과 보도 양상을 분석해 언론이 신뢰를 잃어가는 과정을 되짚었다. 2010년부터 2020년 9월30일까지 ‘기레기’라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를 수집해 보도량이 정점을 찍은 시기를 살폈다. 첫 번째 정점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이른바 ‘한경오 사태’였다. 두 번째는 이듬해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 등 인플루언서들의 ‘기레기 발언’을 인용한 보도가 쏟아지던 때였고, 가장 최근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보도들이었다.

이 대표는 "지금 한국 언론이 겪고 있는 위기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위기다. 뉴스 없는 미디어의 시대, 독자 없는 언론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언론은 선민의식을 극복하고 가르치려드는 태도를 벗어나야 한다. 독자들과 싸워선 안 되며 반성과 사과, 진실 앞에 겸허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더 비판적이어야 하고, 투명성을 부여해야 하며 감시견으로서 더 많은 맥락과 신뢰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양승찬 숙명여대 교수
▲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양승찬 숙명여대 교수

▷ 종합토론: 양승찬(사회·숙명여대 교수), 권태호(한겨레 편집국 부국장), 김양순(한국방송 저널리즘토크쇼 제이 팀장), 박아란(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최지향(이화여대 교수), 홍성철(경기대 교수)

권태호 한겨레신문 부국장은 언론의 과도한 정파성이 한국 언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데 동의하는 한편, 기자사회를 둘러싼 환경 변화를 언급하면서 기자들의 정보 접근권은 약해졌고 엄청난 공격과 비난을 받고 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방송과 달리 신문은 어느 정도 정파성을 띠는 게 여론 다양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권 부국장은 “일부 독자들이 특정 언론에 (객관성보다) 정파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때 일종의 자기검열이 언론사 내부에서 작동하게 되는데,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내부 자기검열이 논리적 귀결성과 사실관계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진다면, 긍정적인 효과도 없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언론이 정파 보도에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파(진영)든 무관하게 사실관계 확인과 상식과 합리에 기반한 논리적 연결에 더욱 신경 써야 하며, 무엇보다 정파에 앞서 가치를 추구하는 보도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양순 KBS <저널리즘토크쇼J> 팀장은 저널리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언론 수익구조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팀장은 “신문·방송이 돈을 벌지 못하니까 선정적 정파주의로 나간다. 자극적인 기사는 클릭이 늘고 돈이 된다. 오보인데도 휴일 스케치 기사인데도 단독을 달면 클릭 장사가 잘되는 현실"이라며 ”장사가 되니까 그렇게 한다. 말도 안 되는 이런 단독을 붙이는 행태는 절대 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그는 실질적인 측면에서 신뢰 회복을 생각한다면 언론이 할 수 있는 것과 절대 해선 안 되는 것, 포털이 해야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살펴봤으면 좋겠다며, 대표적으로 기사 수정 이력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무얼 수정하고 무얼 바꿨는지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투명성 강화의 첫 걸음이다. 또 외국에서 가짜뉴스에 ‘빨간딱지’를 붙이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로이터저널리즘 연구를 통해 우리 뉴스 이용자들이 자신과 관점이 비슷한 것을 선호해 환증편향이 강해지는 현상을 짚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덴마크 등 주요국은 객관적 뉴스를 선호하는데 한국은 진보든 보수든 정파적 기사에 쏠렸다”며 이용자가 편향적이어서 언론이 편향적인지 논쟁이 되기도 했지만, 둘 다 편향적이라면 언론이 중심을 잡고 사회 감시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언론보도에서 왜 그렇게 누구 가족 이야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중요한 기사를 제쳐놓은 채 가족 기사 이야기를 1절만 하고 끝내지 11절까지 나가나”라고 비판했다.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나쁜 뉴스가 휩쓸고 있는 언론 현상에 대해 “학부 수업에서 좋은 기사 리스트를 제시한다. 좋은 기사가 확산되도록 언론재단 등에서 제도적으로 실천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거론하면서 "언론의 역할이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대"임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좋은 언론이 되려면 언론사가 주머니를 열고 좋은 기자를 많이 고용해 좋은 기사를 쓰게 하면 되는데 현재로선 쉽지 않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언론사마다 기자 수가 줄고 기사 양은 늘었다. 고품질 기사를 생산하기 쉽지 않은 구도”라는 것이다. 공짜에 대해 당연시 여기는 시대가 되었다는 홍 교수는 뉴스를 공짜로 보는 환경이 달라져야 하며 이용자도 언론이 건강해지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독자들은 '기자니까 임금은 적지만 자부심 갖고 열심히 일하라'고 할 게 아니라 언론에 구독료 내고 후원하면서 신뢰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은 기업에 의존하는 광고 중심 모델에서 기사 중심의 후원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디지털로 여러 매체를 병독하는 미디어 소비자들은 입맛에 맞는 기사를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이 많아지면서 편향성을 갖고 정파적 소비를 한다. 이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들이 오른쪽 뉴스와 왼쪽 뉴스를 함께 읽도록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에게 균형감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