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사회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좁은 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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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사회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좁은 회랑’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10.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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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좁은 회랑: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 |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지음 |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896쪽

국가가 과도한 권력을 가지면 국민의 자유는 제한된다. 반대로 국가 권력이 너무 약해지면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돌입하고 개인의 생명과 재산은 위협 받는다. 너무 많은 자유가 오히려 자유를 제한하는 역설에 빠지는 것이다. 이 책은 국가의 번영을 위해 전제주의로 흐를 위험성을 차단하고 시민사회가 너무 많은 자유로 무질서해지는 위험성도 차단하며 ‘힘의 균형’을 달성하는 법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인터넷 테러, 이익집단 간 갈등, 팬데믹, 빈부격차와 경기침체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힘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토머스 홉스를 인용하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피하기 위해선 사람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국가의 힘은 커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개인의 자유는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는 현대 국가가 직면한 딜레마에서 출발한다.

저자들은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선, 국가와 사회가 ‘좁은 회랑’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좁은 회랑’은 국가와 사회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공간인데 이곳이 문이 아니라 회랑인 이유는 국가와 사회가 서로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언제 어디서든 회랑 밖으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이 좁은 이유는 그만큼 균형을 달성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 좁은 회랑의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
▲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

국가와 사회 사이 균형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은 많다. 그러나 같은 요인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결과를 불러오는 건 아니다. 각 나라가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가 겪어 온 문화적, 역사적 요인들도 중요한 요소다. 이 책은 고대 아테네의 도편추방제에서부터 현대 중국 정치체제의 토대가 된 춘추전국시대 ‘법가’와 ‘유가’ 사상, 스위스의 용병제, 오늘날 구글과 같은 특정 기업들이 정보를 지배하는 미국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국가와 사회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 탐색한다.

자유는 이 책의 핵심 주제다. 개인이 자유롭기 위해서 국가와 사회가 균형을 이뤄야 하고, 이 균형이 이뤄졌을 때 국가가 경제적으로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여기서 경제학과 사회과학의 주된 논쟁이 발생한다.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은 어느 수준까지 경제에 개입할 수 있는가? 국가가 개입해야 할 활동과 시장에 맡겨둬야 할 부분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핵심은 국가가 사회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역량을 키우는 과정에서 여전히 사회의 견제를 받느냐다. 그러자면 사회가 국가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즉, 국가의 개입이 유익한 것인지 판단하려면 개입에 따른 경제적 상충관계만 봐서는 안 되며 이에 따른 정치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단지 국가가 지닌 역량의 크기만이 아니라 국가의 역량을 누가 감시하고 통제하며, 그 힘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문제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한 나라의 정치체제는 경제의 질과 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아프리카 티브족,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 경제성장에 따른 열매가 제대로 분배되지 않은 미국의 사례들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대중에 대한 통제가 심해지는 중국을 보면 우리의 미래는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디지털 독재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한편 중동과 아프리카가 겪고 있는 최근의 혼란스러움을 보면 무정부 상태라는 미래상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책에서 어느 쪽도 우리가 직면할 미래라고 단언할 순 없다고 말한다.

역사는 ‘종언’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흘러갈 것이며 한 나라의 정치체제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체제는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을 맞춰갈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 책은 팬데믹과 AI시대, 오늘날 정부의 경제 개입과 관련해 많은 논쟁거리가 있으며 새로운 정치를 필요로 하는 한국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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