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람이 미워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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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람이 미워할 수는 없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10.11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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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 성서학자가 들려주는 기독교와 성소수자 이야기 | 박경미 지음 | 한티재 | 368쪽

성소수자 문제에 있어 우리는 성서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문제를 성서학자가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문자주의적 성서해석에 매여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주류 개신교 교단과 극우 개신교인들의 행태를 보며 느낀 부끄러움과 책임감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저자는 극우 개신교인들은 차치하더라도, 주류 개신교 교단과 신학대학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선으로, 신앙의 실천으로 여기는 조처들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한국 신학과 신학교육의 실패라고 여기며, 이에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성서를 문자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매우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성서의 일부를 문자적으로 읽고 거기에 진리의 깃발을 세울 때 실은 반(反)성서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서 자체보다 성서를 어떻게 읽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성서는 원래 어떠한 문헌인가. 성서는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이용되었는가. 보다 근본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세계와 인간의 문제들에 대한 답을 성서에서 구할 때 어떠한 접근 방법을 취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들을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서 다시 한번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들을 염두에 두면서 성소수자와 관련해서 문제가 되는 구체적인 본문들을 역사적으로, 비판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성서에 대한 신학적 관점의 차이가 모두 해소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자주의적 성서해석으로부터의 탈피는 비판과 성찰, 토론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서 절실하게 요구되며, 이것은 오늘날 한국 개신교 존립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근거로 인용되는 성서 본문을 살펴보기에 앞서, 성소수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1부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악의적인 소문들, 극우 개신교가 동성애 반대운동의 선두에 서게 된 역사적 맥락, 국내 성소수자 인권의 현주소와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현황에 대해 알아보고,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과 동성결혼의 문제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법, 지방자치단체들의 인권조례,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도 살펴본다. 1부 마지막 장 ‘역사 속의 성소수자’에서는 인류의 역사에서 이성애와 동성애가 정상/비정상의 관계로 고착되어온 과정을 사회ㆍ정치ㆍ문화적 맥락에서 살펴본다.

▲ 2019년 6월1일 서울퀴어퍼레이드, 옆에선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 2019년 6월1일 서울퀴어퍼레이드, 옆에선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인간의 성에 대한 성서의 이해와 거기 근거한 신학적 견해 역시 그 시대의 한계 안에 있으며, 따라서 제한적이다. 이러한 제한적 이해에 비해 ‘앎과 이해에 근거한 사랑’을 추구하는 것은 성서와 신앙의 근본에 속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앎과 이해에 근거한 성서적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성서 본문만이 아니라 오늘의 경험을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성서와 오늘의 경험, 이 둘을 함께 끌어오는 것, 그것은 앎과 이해에 근거한 성서적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2부 ‘성소수자와 성서’에서는 성서 안에서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보이는 본문들에 대한 그동안의 학계 연구들을 소개하면서,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서 자주 인용되는 성서 본문들의 역사적 맥락과 의미를 짚어보고 비판적으로 재해석한다.

저자는 성서의 역사기술의 중요한 특징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다시 말해 아래서부터의 관점에서 쓰여진 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인간의 성적 지향과 관련된 과학적 지식이라는 객관적 기준과 함께, 성서 전체의 그러한 핵심적인 메시지가 또 하나의 판단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성서는 그것이 내포하는 다양한 인간 경험의 빛과 어둠을 함께 볼 때 비로소 그 역사적이고도 풍성한 의미를 드러내며, 우리는 성서의 그러한 역동성 안에서 일관된 사랑과 해방의 소식을 읽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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