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학술원 역대 회원 15명이 친일파…서울대 쏠림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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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학술원 역대 회원 15명이 친일파…서울대 쏠림 심각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10.08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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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학술원, 10명 중 8명이 서울대 출신
박찬대 의원 "학술원 발간 간행본, 친일행적 삭제 및 옹호"
(사진제공=대한민국학술원)

국내 학술인들의 '명예의 전당'으로 꼽히는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중 친일 행적이 있는 교육자와 학자가 15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회원 10명 중 8명이 서울대 출신으로, 서울대 쏠림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의원이 7일 대한민국학술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역대 회원 중 15명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것으로 밝혀졌다.

등록된 인물은 고승제, 고황경, 김동화, 김두헌, 김준보, 김활란, 남흥우, 박일경, 백낙준, 신기석, 신석호, 유진오, 이병도, 이인기, 이항녕(가나다 순)이다. 이중 고승제, 김두헌, 신기석, 신석호, 이병도, 유진오 등 6명은 학술원의 초대 회원이었다.

1954년 초대회원 63명으로 창설된 대한민국학술원은 학술 연구 경력이 20년 이상으로 학술 발전에 현저한 공적이 있는 경우에만 회원이 될 수 있다. 회원이 되면 '대한민국학술원법' 등에 따라 매달 180만원씩 회원 수당을 받고 회의 참석·학술 연구 지원비를 받는다. 회원 임기는 평생이다.

특히 고황경, 김활란, 백낙준, 신기석, 유진오는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보고한 ‘국가공인 친일파’에도 포함된 인물이다. 국가 차원에서 우대·지원하고 학술연구와 그 지원 사업을 행하는 학술원 멤버 중에 친일 이력이 있는 회원도 다수 존재했다.

또 박 의원은 학술원이 2004년 발간한 ‘앞서가신 회원의 발자취’라는 간행본에서 회원들의 친일 행위를 옹호하거나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간행본에서는 이화여대 초대 총장인 김활란에 대해 '그 시기를 전혀 모르는 새파란 젊은이들이 당시의 신문·잡지를 들추어 보고, 일제의 체제에 협력한 김활란을 친일파’라고 떠들고 있지만 그 시대의 인물을 오늘 편하게 앉아서 마음대로 폄론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서술했다.

이어 “일제하에 여성을 가르쳐야 하는 사명감으로 이화를 지키며 고통의 나날을 보낸 그를 함부로 헐뜯는 것은 예의에 벗어나는 일뿐 아니라 정당한 일도 아닌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헌헌법의 기초를 저술한 것으로 잘 알려진 유진오 회원도 친일행적을 삭제하고, 변론하고 있다. 간행본에서는 그가 친일행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1930년대 중반부터 1945년까지의 행적을 적지 않고 있다. 또 일생동안 일제하 헌법을 저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일본식민지였던 한국에는 일본헌법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본제국헌법에 대한 논의는 민족주의자로서는 기피하고 싶었을 것이다’라고 변론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학술원은 친일의혹이 있는 나머지 인물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변호와 행적 삭제로 회원의 과거를 미화하고 있다. 학술원은 ‘앞서 가신 회원의 발자취’의 발간사에서 ‘일제하의 암울한 시기에 교육을 받았으며, 해방공간의 혼란 속에서 교육계, 학술계를 담당했던 선구자들이시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학술원의 친일행적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친일인명사전 등록 15명 회원 중 6명의 회원(김동화, 김두헌, 김활란, 백낙준, 신석호, 유진오)의 기록은 홈페이지의 경력, 학력 등 기재사항이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친일행적 15명은 모두 총 25회의 국가훈장을 수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고승제, 김준보, 남흥우, 신기석, 이병도 5인은 학술원 회원 신분으로서 대한민국학술원이 수여하는 학술상을 수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학술단체가 친일행적 회원이 있는 것은 친일을 은폐하고 옹호해왔던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후대 세대에 이런 아픈 역사가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리고 상처를 치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학술원 회원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학술원 회원 145명 중 114명(78.6%)이 서울대 출신으로 나타나면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 7명(4.8%), 고려대 3명(2.1%), 기타 대학(14.5%)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5년간 가입회원 26명 중 20명(76.9%)도 서울대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은 학술원의 비정상적인 회원 선출 방식을 지적했다. 학술원 회원은 현재 학술원 회원 또는 학술원이 지정하는 해당분야 학술단체(학회)로부터 후보자를 추천 받아 회원 선출을 진행하고 있다. 그 뒤 총회에서 회원 승인을 진행하는데 총회는 보통 회원들의 전원 참석으로 진행된다. 서울대 회원이 80%를 차지하고 있는 학술회가 서울대 출신을 지속적으로 뽑을 수 밖에 없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회원을 1차로 심사하는 분과회를 살펴보면 학벌치우침은 더욱 심각하다. 인문사회 1분과는 서울대 강의 경험이 있는 고려대 1인을 제외한 전원이 서울대 출신으로, 서울대 철학, 교육학, 심리학과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문사회 2분과 또한 2017년 선출된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출신을 제외하고는 전부 서울대 어문계열로 드러났다. 인문사회 3분과는 숭실대 출신 1인을 제외하고는 전부 서울대 출신이다. 인문사회 4분과는 서울대와 성균관대 법학 출신회원만 있다. 인문사회 5분과는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을 제외하고는 없다. 인문사회 6분과는 12명 중 8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자연 1분과는 15명 중 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출신을 포함한 11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자연 2분과는 14명 중 11명이 서울대 출신이지만, 북해도제국대학 출신의 서울대 명예교수 1인과 서강대 출신의 서울대 명예교수 1인을 포함하면, 서울대 출신은 13명에 이른다. 자연 3분과는 15명 중 13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자연 4분과는 12명이 서울대 출신이지만, 시립서울농업대학 출신의 서울대 명예교수를 포함하면 13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자연 5분과는 14명 중 10명이 서울대학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학술원 회원이 회원 후보자를 추천하고 분과회의 심사와 총회의 승인을 거쳐 회원을 선출하다 보니 학술회가 서울대 출신을 지속해서 뽑는다는 의혹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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