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대학 내 '性 비위' 심각한 수준…대학교수 성인지·윤리의식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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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대학 내 '性 비위' 심각한 수준…대학교수 성인지·윤리의식 높여야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10.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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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3년간 교육분야 성범죄 330건…대학 〉 고 〉 중 〉 초 순
- 대학 성 비위 사건 4년제 대학 109건, 전문대 40건
- 국립대 권력형 성범죄 3년 새 2배 증가
-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대응 조치 부실…교수 대상 성교육 절실

대학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성폭력은 학생 등 구성원들의 인권과 학습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이다. 2017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미투 운동의 확산과 더불어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피해 구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었다. 동시에 대학 내 성범죄 문제 역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3년간 대학 내 성 비위 행위 건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3년간 ‘교육분야 성희롱 성폭력 신고센터’에 접수된 성범죄 중 대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신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3년간 대학교원 성 비위 행위는 4년제 대학에서 109건, 전문대학에서 40건이 발생했으며, 특히 국립대학에서 일어난 교수-학생 간의 권력형 성희롱·성폭력사건은 최근 3년 새 2배 이상 증가해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연수구 갑)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육분야 성희롱 성폭력 온라인 신고센터 개설 이후 신고접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월부터 2020년 9월 9일까지 총 330건(기타 사안 및 단순 질의 사안 제외)의 신고가 접수됐고, 학교급 별로 대학교와 같은 상급학교에서 성범죄 관련 신고가 많이 접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급 별로는 초등학교 31건, 중학교 56건, 고등학교 88건, 대학교 150건이다. 사건유형별 신고 접수 건수는 성희롱이 155건, 성폭력이 151건, 디지털성폭력이 7건, 기타가 17건으로 나타났다.

▲ 최근 3년간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신고접수 현황(자료제공=박찬대 의원실)
▲ 최근 3년간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신고접수 현황(자료제공=박찬대 의원실)

특히 '교원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신고'는 전체 330건 중 165건(50%)으로 무려 절반을 차지했다. 교원이 교원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57건, 학생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55건, 학생이 교원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2건, 기타는 51건으로 집계됐다. 분기별 접수 현황을 보면, 2020년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 등교가 이뤄진 가운데서도 사건 접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또한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또 다른 자료 ‘최근 3년간 대학교원 성비위에 따른 징계현황’에 따르면 4년제 대학에서 109건, 전문대학에서 40건의 교원 성 비위 행위가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 설립 형태별로는 4년제 대학의 경우 국립이 30건, 국립대학법인이 4건, 사립이 75건이었고 전문대학의 경우 공립이 1건, 사립이 39건이었다. 성별로는 4년제 대학의 경우 남성 교수가 103건, 여성 교수가 4건, 자료제출 거부가 2건이었다. 전문대학은 성별을 구분하여 집계하지 않았다.

직급별로는 4년제 대학의 경우 교수 50건, 부교수 25건, 조교수 28건, 겸임교수 2건, 초빙교수 1건, 강의전담교수 1건, 제출거부가 2건이었고, 전문대학의 경우 교수 11건, 부교수 13건, 조교수 10건, 명예교수 2건, 학과장, 초빙교수, 겸임교원, 산학협력교수가 각 1건씩이었다.

4년제 대학에서 파면, 해임, 면직 등 중징계를 받은 경우는 57건(52.29%)이었고, 전문대학에서 파면, 해임, 직권면직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은 경우는 21건(52.5%)이었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정청래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마포을)이 전국 35개 국립대와 국립대 인권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2017~2019) 대학 내 성희롱·성폭행 사건이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수치가 국립대라는 것이 더욱 충격적이다.

최근 3년간 국립대학 내 총 397건의 성범죄 사건이 벌어졌으며 연도별로는 2017년 101건, 2018년 145건, 2019년 151건으로 3년 동안 꾸준히 늘어났다. 신고자와 가해자의 관계 기준으로는 학생과 학생 사이의 성범죄 건수가 231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교수-학생 간이 49건, 학생-기타가 26건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학생 사이의 성범죄는 2017년 67건에서 2020년 90건으로 최근 3년 새 1.3배 증가했으나, 학생이 교수로부터 성희롱·성폭행 피해를 호소하는 사건은 2017년 10건에서 2019년 22건으로 3년 새 2.2배(10건→22건) 늘어나 빠른 증가율을 보였다.

▲ 최근 3년간 국립대 성폭력 신고자-가해자 현황 (자료제공=정청래 의원실)
▲ 최근 3년간 국립대 성폭력 신고자-가해자 현황 (자료제공=정청래 의원실)

교원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대부분 위계관계 상황에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피해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죄책감, 불안감으로 인해 성범죄 피해사실을 제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다. 여기에 문제 교수에 대한 학교 측의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도 한 몫 한다.

따라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는 학업을 평가하는 교수와 평가 대상인 학생 간의 특수성에 비추어볼 때 학생들의 정신적 피해와 학습권 침해와 같은 2차 피해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 취업 등 사회진출을 앞둔 학생이 자신의 신분을 노출 시키며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유형별로는 언어적 성희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준 강제추행과 같은 성범죄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모바일 환경이 정착되면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같이 메신저앱상에서 언어를 통한 성희롱, 음란물 전송 등이 포함된 ‘기타’ 유형의 성범죄도 빠르게 늘고 있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운 것을 감안할 때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질 우려가 큰 실정이다.

배움의 터전인 대학에서 성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특히 스승인 교수로부터의 성범죄 피해가 급증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정청래 의원은 "피해를 입은 학생은 학업과 취업을 포기하는 등 정신적 충격이 극심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성범죄 교수가 정직 몇 개월 뒤 복직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며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학교 측의 조치에 대한 교육부의 지속적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 "대학 내의 성범죄가 다양한 유형으로 증가하고 있어 학생들이 마음 놓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대학의 제도 개선을 주문함과 동시에 성범죄 교원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박찬대 의원 역시 “교육 분야 성희롱·성폭력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특히 교원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의 경우 엄격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의원은 “대학에서 교수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하고 있지만, 온라인 클릭 몇 번이면 교육이수가 된다거나 성폭력 관계 법률만 나열하는 등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있다”면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교수 대상 성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내 성범죄 문제가 사회문제로 불거지며 최근 들어 이전에 비해 강력한 사법 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학 측 대응은 여전히 안이한 수준이다. 학내에서 발생하는 학생에 대한 부당한 권리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제도적 감시가 필요하다. 한편, 정부는 대학 내의 성 고충 전담기구 설치를 의무화하기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학교원 성 비위에 따른 징계 현황 (2018~2020.7월)(자료제공=박찬대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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