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은 시진핑의 일장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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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몽은 시진핑의 일장춘몽”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09.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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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중국몽의 추락: 중국은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사라진다 | 이승우 지음 | 기파랑 | 264쪽

중국몽은 ‘두 가지 100년’을 상징적 시한으로 내걸고 중국 굴기를 천명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공산당 총서기의 청사진이다. 제1단계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 인민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건설하는 것, 제2단계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룬 현대적 사회주의를 완성함으로써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유일 패권국(G1)으로 등극한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중국 제조 2025(Made in China 2025)’와 ‘일대일로(一帶一路,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중국몽 실현의 두 축이다. 이 책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의 꿈, ‘중국몽’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국내 최초의 책으로, 가장 쉽게 쓴 예언서이다.

옛 소련이 해체되고 일본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한때 미국과 중국을 세계 양강으로 묶어 부르는 ‘G2’라는 말이 유행했다. ‘G2를 넘어 G1으로’가 말하자면 중국몽의 핵심인데, 책은 “G1은 고사하고 G2 자체가 허상이었다”고 잘라말한다.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오랫동안 중국의 국제 전략은 ‘도광양회(韜光養悔)’,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우는 것이었다. 쓸데없이 기존 강대국들의 경계심을 자극해 중국 굴기에 장애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중국 관변 학자들을 중심으로 ‘G2’ ‘신형 대국 관계(新型大國關係)’ 같은 호기로운 전망이 노골화되면서, 당장 미국부터 중국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될 국가적 위협’으로 바라보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특히 돋보이는 분석은 중국이 미국의 보복으로 인해 과거 소련 해체와 일본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게 되리라는 것이다. 애당초 미국이 중국과 국교를 맺고 중국을 세계 자유무역 질서로 안내한 것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함이었고, 그 중국이 미국에 칼끝을 겨누자 미국이 이번에는 중국 죽이기에 나섰다. 일본 또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초 기지로서 미국의 비호 아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으나 미국에 위협이 되기 시작하자 환율 카드로 버블 경제를 야기했고, 그 버블이 붕괴한 결과가 20년째 계속되고 있는 장기 침체다. 중국에 적대적인 미국의 정책은 ‘이단아’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돌출발언, 기껏해야 공화당 강경파의 한때의 화풀이일 거라는 순진한 전망에도 일침을 놓는다. 성장 둔화, 통계보다 더 위태한 외환 보유고, 부동산 버블 붕괴 등, 중국 경제의 내부 위기 조짐은 일찍부터 관측돼 왔다. 여기에 하필이면 2020년 중국발 코로나 19(COVID-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동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중국 경제 붕괴를 가속화할 결정타가 됐다.

이 책은 전통적으로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돼 온 식량과 에너지에 주목한다. “못 먹이면 민심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면서 체제를 위협할 불씨로 농촌 출신 도시 빈민인 ‘농민공(農民工)’과 퇴역 군인 집단을 지목한다. 전체주의 독재 정권이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입증되었다. 중국은 이미 1976년과 1989년 두 차례에 걸친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내부 모순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2019년 ‘우산 혁명’으로 촉발되고 2020년 ‘송환법’과 ‘보안법’으로 한층 격화된 홍콩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엑소더스를 겪고 있다. 거세지는 인권·민주화 요구를 더 이상 힘으로 찍어누를 수 없다는 게 공산당 정권의 고민이다.

한국은 5000년 ‘애증의 이웃’으로 중국과 부대끼며 정치적 영향을 주고받아 온 관계다. 중국몽이 주변국과 인류 사회에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한국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중국의 굴기는 주변국들은 물론 인류의 번영과 평화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국제정세 속에서 번번이 오판으로 위기를 자초해 왔다. 떠오르는 만주족(청)을 등지고 망해 가는 명나를 편든 결과가 정묘·병자호란이었고, 근대화를 거부하고 청·일·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결과가 망국이었다. 유이하게 잘한 선택이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세우고, 미국과 안보 동맹을 맺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외교 현실은 또다시 어리석은 선택을 향하고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책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미중 충돌과 중국·홍콩 내 글로벌 기업들의 엑소더스가 한국에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는데도 굴러온 기회를 걷어차고 위기를 자초하는 악수(惡手)를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화웨이 퇴출과 함께 그 대항마로 한국의 삼성전자를 염두에 두고 있고, 홍콩에서 빠져나온 글로벌 기업들이 대안으로 고려하는 동아시아 거점으로 한국이 유망하다는 점 등 ‘중국의 어려움을 한국의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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