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사존숭, 애민애향, 위민구국의 선비 금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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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사존숭, 애민애향, 위민구국의 선비 금난수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09.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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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성재일기: 16세기 재지 사족의 올곧은 삶과 문화의 기록 | 이연순·김종석·박청미·안영석·이정철 지음 | 은행나무 | 256쪽

최근 역사 연구는 국가나 민족 같은 거대 담론보다는 개인적이고 일상의 소소한 담론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조직이나 집단의 관점이 아니라 개인의 눈으로 당시 사회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향이 보다 생동감 넘치고 다채롭기 때문이다.

일기는 한 개인의 기록물이지만 시대의 공유물이기도 하다. 시대에 담긴 개인의 삶이 곧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대부의 일기는 관찬 사료에서는 볼 수 없는 조선시대 생활사를 복원하는 데 더없이 귀중한 사료다. 이 책은 차별 없이 학문을 나누고 백성과 가까이 있는 삶을 선택한 위기지학과 실천의 선비, 16세기 재지 사족이었던 성재 금난수가 50여 년간 기록해온 일기를 바탕으로 문학, 교육학, 철학, 사학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공동연구팀을 구성해 학제 간으로 연구한 결과물로서 성재 금난수가 성실히 기록해온 일기를 통해 16세기 조선 선비의 생활사를 복원한다.

특히 성재일기는 그날그날의 날씨, 수시로 모시는 제사, 가족의 건강과 간병, 열었던 계회와 유람, 본인과 자제들의 과거 시험 일정과 공부 내용, 시대적으로 중요한 사건 등이 기록되어 있으며 16세기 영남권역의 일상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개인적인 삶과 더불어 당시의 사회상 또한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이는 사회가 실제로 어떻게 이해되고 움직였는지 생생하게 알아보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마을의 지도자로서 의병 활동을 벌이고 조정의 소식에도 관심을 가지며 적극적으로 대처한 사실을 기록한 부분이 그렇다. 이처럼 생활일기로서 뿐만 아니라 전쟁일기, 더 나아가 관인일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 문헌은 다양한 각도에서 시대를 살피고 고찰하는 데 중요한 텍스트로 연구 가치가 있다.

성재 금난수는 이황의 제자로 ‘위기지학’을 삶의 중심점에 두고 다양한 사회적 실천 활동을 펼쳐왔다. 위기지학은 이황의 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남들에게 보여지는 자기 자신의 모습보다 스스로 세운 신념과 다짐을 굳건히 지켜나가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이런 스승의 가르침을 따랐던 성재는 높은 관직을 탐하기보다 자신의 뿌리인 고향에 머물며 지방 사회의 주춧돌 역할을 한다.

먼저 친사존숭의 학문 활동으로 스승의 저술 작업을 돕는 것은 물론 공동 참여했고 역동서원 등 교육 시설 건립에도 힘썼다. 이황의 최측근이었던 조목을 따라 퇴계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교재 『주자서절요』를 작업했고 후에는 『심경의의』 편집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류성룡에게 위요를 부탁하거나 이이에게 아들의 교육을 부탁하는 등 다른 학맥과 품계의 사람들과도 꾸준히 교유하며 학문의 장을 넓혀 나갔다.

또한 애민애향의 사회적 실천 활동으로 권선징악과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세운 향촌의 자치 규약을 만드는 데 힘썼다. 대표적으로 고향 지역의 문인들이 무리하게 인근 토지를 서원에 부속시키는 것에 반대했고 후에 토착민들의 농지와 점포를 지키기 위해 향약을 만들어 인근 관청과 향리에 전파했다.

위민구국의 애국적 실천 활동으로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모집하여 조직하는 형태로 드러났다. 아들 중 한 명은 군수를 담당했으며 백성들의 형편을 고려해 명군의 보급 역시 지원했다.
이렇게 위기지학의 삶을 꾸준히 실천해온 금난수지만 지방의 한 사족으로서 고을을 가꾸고 키워나가는 데 한계를 느낀 흔적이 일기를 통해 드문드문 드러난다. 마을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향촌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데 근본적인 해결방침이 되긴 어렵다는 생각에 아들들은 과거에 급제하도록 돕는다. 개인의 명예와 욕심보다는 향촌 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렇듯 『성재일기』에는 개인적인 성취보다 함께 나아가는 삶을 택한 금난수의 지조와 정취가 그대로 묻어 있다. 이황의 신념을 이어받아 학문, 향촌, 나라를 위해 실천적 삶을 살아온 그의 행보는 개인주의적이며 목표지향적인 현대인에게 연대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책에서는 총 다섯 명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이연순 강사는 『성재일기』의 ‘일기문학’적 가치를, 김종석 연구원은 금난수가 이황 사상의 발전을 위해 주로 펼쳤던 교유 활동 기록을 조사했으며, 박청미 강사는 위기지학의 신념을 지키던 금난수가 왜 아들들을 과거에 급제시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면밀히 살펴본다. 또한 안영석 교수와 이정철 강사는 금난수가 퇴계 정신을 계승해 실천적 위기지학을 행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그의 사상을 이어가기 위해 펼친 활동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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