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에서 상호문화주의(interculturalism)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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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에서 상호문화주의(interculturalism)로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09.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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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상호문화주의: 결속과 다양성의 새로운 시대 | 테드 캔틀 지음 | 홍종열·김성수·김윤재·김정흔 옮김 | 꿈꿀권리 | 344쪽

우리는 과연 겉으로만 문화의 다양성을 떠들고 사실상은 여전한 차별과 차이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가? 저자는 여기에 다문화주의의 함정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문화주의를 주창하던 것이 실상은 차별과 차이를 더욱 강조해왔던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 책은 다문화주의의 대안으로서 상호문화주의에 관한 이론과 정책을 정리한 책으로 세계화와 초다양성 시대의 ‘모든 차이의 양상들’에 대한 새로운 미래 개념들을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세계화는 세계―거의 모든 국가―를 보다 더 다문화적으로 만든다. 각 국가들은 갈수록 더욱 다양한 국적, 문화, 신앙, 민족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로 구성되어 가고 있다. 노동 및 금융 시장의 개방과 함께 여행의 용이성은 세계화의 불가피함을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국경을 넘나들고 서로 다른 그룹 간 결혼을 하며, 새로운 가상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차원에서 실제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개인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공동체와 집단정체성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다. 또한 정체성 정치는 새롭게 상호 연결되어 가고 있는 세계를 지지하고 고무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로의 역행을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나라의 정부들이 변화를 중재하기 위해 사용해 왔던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정책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데에 실패하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당대의 현실을 인지해가며 긍정적인 미래를 구상해 나가기보다는 변화의 물결을 저지하는데 애쓰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워했다. 이는 공동체와 그 안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하고 있는 방식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새로운 ‘문화 항해의 기술(cultural navigation skills)’을 통해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개방성과 참여성을 고취하고, 나아가 우리 자신과 우리의 정체성을 다른 방식으로 사유해보고자 한다.

▲ <상호문화주의>의 저자 Ted Cantle
▲ 저자 Ted Cantle

만일 한 사회가 보다 더 결속력을 다지면서 서로 다른 문화 및 구분들에 의해 분열되는 상황을 피하고자 한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저자는 공동체들 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고자 확장된 결속(cohesion)과 통합(integration)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개념적이고 정책적인 체계로서 ‘상호문화주의(interculturalism)’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는 ‘다문화주의’를 대체하고, 결속된 공동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긍정적 모델로 제시된다. 세계화되고 초다양성(super diversity)화되어 가는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위한 새로운 비전 역시 제시한다.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되어가고 있는 세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배워가야 하는가?” 저자는 ‘모든 형태의 차이에 대한 긍정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실천적 해답을 찾아가면서, ‘다문화주의’에서 ‘공동체결속’으로, 그리고 ‘상호문화주의’로 이동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한다. 세계화, 초다양성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세계시민주의’와 ‘상호문화도시’를 제안하고, 우리 자신과 우리의 주변을 정의하는 ‘정체성’에 대해서도 새삼 숙고하기를 권한다. 초다양성 시대에 정체성은 더 이상 머물러있는 개념이 아니다. 역동적 정체성, 세계시민 정체성, 초국가적 정체성, 혼종 정체성/다중 정체성을 습득하여 문화공동체들 간의 상호작용, 혼합과 혼종화를 증진시켜나가야 한다. 그야말로 세계, 국가, 개인의 다원주의적 변환이 필요한 때다. 저자는 그 실천 방법으로 ‘상호문화대화’와 ‘문화 항해 기술(cultural navigation skills)’을 강조한다.

상호문화주의의 핵심 기술, ‘문화 항해의 기술’은 무엇이며, ‘상호문화역량’은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문화 항해의 기술이란,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개방성과 참여성을 말하며, 나아가 우리 자신과 우리의 정체성을 다른 방식으로 사유해보고자 하는 의지를 말한다. 차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양성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적응할 수 있는 교육 및 학습 경험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일상의 경험이 요구되며, 보다 폭넓은 사회에서는 정부기관들과 NGO 단체들의 ‘개방성’ 지향, 나아가 보다 국제 지향적인 교육과 경험적인 학습의 기회가 필수적이며, 학교의 교육과정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정체성은 어떤 경우에도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형성된다. 정체성의 핵심은 사회적으로 규정되고, ‘역사적으로 발생되며 본질적으로 관계적’이기 때문에,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인 것’이 아닌 ‘우리가 아닌 것’에 의해 정의된다.

학교, 대학, 직장, 지역사회 단체는 포용과 개방성에 기초한 상호문화대화와 보다 넓은 사회적 상호문화주의를 신장시켜야 한다. 특히 고립되고, 분리되고, 패쇄적인 공동체들이 넘어설 수 있는 기회들이 만들어져야 하며, 이러한 공동체들에게는 불균형한 기반을 극복할 자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상호문화적인 환경을 증진할 능력과 자신감을 갖출 수 있도록 공공 기관, 자원봉사 단체, 고용주들을 위한 전문성 개발도 촉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보다 ‘세계시민적인 형태의 정체성’을 장려하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의 폭넓은 연대를 모색하고, 다른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리더십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또한 공적 영역에서의 신앙과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고, 여러 차원의 다양성에 대한 소속을 가치 있게 여기며 증진하는, 독립적이고 세속적인 거버넌스 체계의 지지가 요구된다.

또한 상호문화역량의 발전은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의 과정에 대응하여 끊임없이 자기 스스로를 재확립하고 역동적인 정체성의 형태를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개방적 문화의 일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상호문화주의는 단순한 정책과 프로그램 그 이상이다. “상호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고, 문화를 가로질러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며 상호문화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며,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분리되어 살아온 과거의 역사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우리가 이루기 원하는 세상을 적극적인 방식으로 그려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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