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는 근대의 산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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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는 근대의 산물이 아니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09.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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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민족: 정치적 종족성과 민족주의, 그 오랜 역사와 깊은 뿌리 | 아자 가트·알렉산더 야콥슨 지음 | 유나영 옮김 | 교유서가 | 608쪽

민족과 민족주의는 순수한 사회역사적 구성물인가?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내린 종족성과 민족주의의 근원을 추적하는 이 책은 대부분의 민족주의는 정치적 종족성의 특정한 형태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나아가 종족성 자체가 무엇인지, 그것이 왜 항상 정치적이었는지, 그것이 왜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강하게 사로잡는지를 묻는다.

민족주의는 어떻게 기원했으며, 어째서 이토록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민족과 민족주의가 근대에 상상된 혹은 발명된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한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종족은 언제나 고도로 정치적이었고 민족과 민족국가는 수천 년 전 국가가 시작된 이래로 존재해왔음을 보여준다. 문화가 일찍이 우리의 원시적 조건으로부터 인류 진화에 적응해왔고 친족과 더불어 종족성과 종족에 대한 충성을 규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내린 종족성과 민족주의의 근원을 추적한다. 국가와 제국의 발생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종족성과 민족주의의 폭발적 성격과, 그것이 정체성과 연대를 형성하는 더욱 해방적이고 이타적인 역할까지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근대주의 계율은 현재의 민족 및 민족주의 연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고, 실제로 이루어진 큰 진전들을 극단적으로 과장함으로써 연구 방향을 크게 오도했다”면서, 근대주의·도구주의 이론가들은 종족민족 현상의 깊은 뿌리를 보지 못하고 민족과 민족주의를 순수한 사회역사적 구성물로 취급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특히 “중세 유럽을 포함한 전근대 세계의 사람들에게 민족 개념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중요하지 않았거나 정치적 의미가 없었다는 생각은 근대 사회 이론이 범한 가장 큰 착오 중 하나다”라고 강조한다.

민족 및 민족주의의 개념이나 기원과 역사를 다루는 학제적 접근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갈린다. 민족이 근대에 탄생한 역사적 구성물이라고 보는 ‘근대주의’ 입장과, 민족이 근대 이전의 시기에 기원을 둔다고 보는 ‘전통주의’ 입장으로, 저자는 전통주의의 입장과 뚜렷이 맥을 같이한다.

▲ <민족>의 Azar Gat
▲ 저자: Azar Gat

1장에서는 이론적 논의와 핵심 개념에 대한 정의를 소개하고, 2장은 수렵채집 집단에서 기원한 친족 집단이 씨족을 거쳐 부족으로 발전한 과정을, 3장은 기원전 1만 년 전에서 5천 년 전 사이에 부족 조직으로부터 대규모 종족이 형성되고 종족 공간에서 국가가 형성된 과정을 개관한다. 4장은 고대 이집트와 중국을 비롯하여 유럽을 제외한 전 세계에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국가와 민족들을 살펴본다. 소국의 한 형태인 도시국가는 한 종족 공간을 여러 개의 도시국가군이 나누어 가지는 형태로 출현했는데, 도시국가들끼리는 평소 자주 대립했지만 외세의 위협이 닥쳤을 때는 서로 동맹을 맺는 경향을 띠었다. 또 제국은 여러 종족으로 구성되었고 영토 내에 있던 민족국가들을 압살하기도 했지만, 그 주변부에서 민족국가의 형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5장은 서로마제국 멸망 이후 유럽에서 생겨난 민족국가들에 초점을 맞추고, 6장에서는 민족이 대중 주권, 커뮤니케이션, 도시화, 이주 등 근대적 혁명에 의해 구성된 산물이라는 이론을 반박한다. 전근대에 이미 존재했던 대중적 민족 정서가 이런 혁신에 의해 해방되고 변형되어 훨씬 큰 힘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주요 주장은 다음과 같다.
▶국가와 헌법에 대한 정치적 충성을 그 유일하고 주된 기반으로 삼아 존재하는 민족은 거의 없다
▶근대화는 민족주의를 출범시킨 것이 아니라 해방시킨 동시에 변형, 강화했으며 그 정당성을 크게 높였다
▶궁극적으로 민족주의란 마음의 상태다
▶종족은 국가를 만들었고 국가는 종족을 만들었다
▶민족국가가 유럽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사실이다
▶민족국가는 한 종족과 한 국가가 대체로 일치한 경우에만 출현했다
▶대부분의 민족주의는 정치적 종족성의 특정한 형태다
▶언어의 공유가 민족 단결의 가장 보편적인 접착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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