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의 악기 '거문고', 그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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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의 악기 '거문고', 그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09.27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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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거문고의 악기학: 고대 현악기의 역사와 담론 | 김선옥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80쪽

이 책은 한국음악과 교수이자 40여 년간 거문고 연주자로 활동해 온 저자가 그동안 거문고를 연주하고 후학들을 가르치며 쌓아온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거문고와 관련된 핵심 내용들을 총체적으로 정리한 연구서다. 국악의 기본을 되짚는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대표 현악기인 거문고의 기원과 역사를 살펴보고 거문고의 전통 연주법과 기보법, 거문고의 대표적인 악곡과 음악 사상 등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거문고를 즐겨 연주했던 옛 선비들이 거문고에 어떤 가치를 두고 연주해왔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거문고의 미학적 부분까지 포괄적으로 다뤘다.

책은 총 3부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거문고의 기원과 역사, 중요한 고악보의 예를 살펴보고 있다. 1장에서는 한국사의 시대별 고고학 자료들을 통해 거문고의 기원과 구조, 변천 과정을 살펴보고 거문고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인식을 유추해본다. 2장에서는 현존하는 고악보들 중 연대가 명확히 밝혀진 거문고의 악보들을 중심으로 거문고의 기보법을 살펴본다. 거문고의 고악보는 어느 악기보다 많은 수의 자료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음악사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 거문고 악보들의 내용과 특성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거문고 산조의 시초부터 다양한 류와 그 특징들을 보여준다. 4장에서는 거문고의 음악 장르를 총체적으로 다루면서 분야별 곡목들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거문고 연주와 관련해 필요한 정보들을 담았다. 5장에서는 거문고를 기본적으로 연주할 때 사용하는 주법, 조현법, 자세 등을 설명하고 있으며 6장에서는 거문고의 6현에 담긴 의미를 알아보고 거문고 연주에 대한 이해를 위한 핵심 요소인 구음에 대해서 살펴본다. 7장에서는 정악을 연주할 때 요하는 연주법에 대해서 살펴보고 8장에서는 산조를 연주할 때의 연주법에 대해서 알아본다. 9장에서는 창작악을 위한 연주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전공자들이 본인만의 연주 방식을 되돌아보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저자가 수십 년에 걸쳐 습득해온 기술과 새롭게 고안한 연주 방법들, 이제까지 통용되지 않았던 거문고 연주 기호들을 수록해 거문고를 배우는 이들이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3부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거문고를 늘 가까이하며 교양의 악기로 삼았다는 점을 음악적 사상과 함께 살펴본다. 조상들의 음악적 사상 속에서는 거문고가 풍류를 즐기는 수단이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성장과 절제를 위한 악기이기도 했다는 점을 설명한다. 10장에서는 선비들이 거문고를 음악적 활용 목적보다는 곁에 두는 악기 자체로서 선호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줄이 없는 거문고를 가까이 둔 조상들의 모습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11장에서는 거문고를 연주할 때의 덕목을 살펴보고 있으며 12장에서는 음악 및 거문고와 관련한 담론 속에서 거문고의 음악적 특성이 조상들의 어떤 사상 속에서 나타나는지 설명하고 우리 음악 장르의 미적 특징들을 논한다. 우리의 옛 조상들이 인간의 참된 도리를 지키기 위해 음악을 가까이했고, 음악 자체를 즐기기 위한 연주보다는 인격 수양을 위한 목적으로 악기를 연주했다는 점을 살펴본다.

이 책은 거문고를 가까이했던 우리 선조들의 음악 사상을 다양한 사료와 이미지 자료 등을 통해 함께 살펴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악 전공자들과 연구자들에게 본인만의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관심 분야를 찾아볼 수 있게 안내해주는 거문고 관련 자료집의 기능도 한다. 저자는 거문고 분야에서 아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다양한 곡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여러 고문헌들에 관한 해석과 거문고 음악과 관련된 철학 사상들까지 함께 다루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거문고에 대한 종합적인 지식을 얻는 것에 더해 거문고가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으며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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