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의 자화상, 법인전입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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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의 자화상, 법인전입금
  • 고영남 논설위원/인제대·법학
  • 승인 2020.09.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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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직설]

요즘 사립대학들은 이미 승인된 교비회계의 본예산마저 추가경정예산이라는 이름으로 고쳐가며 긴축 운영 중이다. 이는 대학가의 코로나 블루 가운데 하나로, 휴학생이 늘고 외국인 유학생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럴수록 국가의 재정적 지원 혹은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전입금이 큰 도움이 될 테지만, 한국의 형편상 그중 어느 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국가의 재정부담 비율을 높이라는 주장과 그 방안 등을 여러 차례 제시하였다. 같은 취지에서 그런 책무성에서 역시 자유롭지 않은 학교법인의 책임을 따져보고자 한다.

한국의 ‘사립학교법’은 그 용어처럼 사립학교를 규율하는 법률이 결코 아니다. 주로 학교법인의 설립, 기관 및 재산 등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학교법인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다. 결국 학교법인의 책무를 따지자면 여기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 법률에 의하면, ‘학교법인은 그가 설치하여 경영하는 사립학교에 필요한 시설, 설비와 학교 경영에 필요한 재산을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를 경영하는 데 필요한 운영수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에 관한 규범에는 침묵한다. 다만 그 시행령에서 교비회계의 세입은 수업료와 전입금 등의 수입으로 구성한다고 할 뿐, 법인회계나 병원회계에서 전출되어 오는 전입금의 최소 비율 등을 전혀 규율하지 않는다. 물론 ‘대학설립·운영 규정’(대통령령)에서 학교법인으로 하여금 그 대학에 대하여 매년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생긴 총수입에서 당해 수익용 기본재산에 관한 제세공과금과 법정부담경비를 뺀 (일반업무회계로 전입된) 금액의 80% 이상을 대학 운영에 필요한 경비로 충당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실상 실익 없는 명령일 뿐이다. 대학을 설립할 때나 필요한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과연 어떠한 수입을 바랄 수 있겠는가.

즉, 한국의 사립대학이 무슨 돈으로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때 비로소 학교법인의 허상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의 통계 DB에 의하면 (4년제) 사립대학에서의 등록금 의존율은 교비회계의 수입총액과 비교하여 2016년 기준 54.0%, 운영수입과 비교해서는 60.4%에 이르는 반면, 사립대학에 넘기는 법인전입금은 2016년 사립대학 수입총액에 대비하여 4.3%에 불과하다. 특히 2014년 4.7%와 2015년 4.4%에서 이어지는 하락세가 확연하다. 이를 2016년 기준 학생 1인당 법인전입금으로 나누면 60만 원에도 미치지 않는데, 이는 학생 1인당 등록금 737만 원의 8%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별 법인전입금 현황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재정기여도가 평균(4.3%)에 미달한 학교법인이 대부분이고, 3%도 안 되는 법인이 70%에 이른다. 심지어 1%도 안 되는 법인도 46%에 이른다. 법인전입금 비율이 10%를 넘는 경우가 12%에 불과한데, 이 수치야말로 학교법인의 솔직한 자화상이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이를 법정부담전입금, 자산전입금 그리고 경상비전입금으로 구체적으로 나누어보면 더욱 명확하다.

먼저, 절반의 학교법인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라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 등의 법정부담금을 회피하여 이를 교비회계로 떠넘기고 있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당 법률에서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할 보험료 등을 교비회계로 떠넘길 수 있도록 뒷문을 터놓았기에 이를 규범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태다. 사학연금과 퇴직수당부담금의 경우는 ‘교육부 장관의 승인’ 등의 요건을 달아놓았기 때문에 법정부담금 납부 비율이 70% 내외에라도 달하는데, 건강보험이나 산재·고용보험의 경우는 그런 요건조차 부재하여 그 납부율이 20% 내외에 머문다. 법정부담금을 전액 부담한 학교법인은 24%에 불과하며, 나머지 76%의 학교법인은 대학의 운영권을 대학구성원들에게 내놓는 게 적절하다.

다음으로, 자산지출에 대비한 그 전입금 비율 역시 2016년 기준 7.4%에 불과하다. 자산전입금은 건물의 매입비나 건설비 등 대학의 자산적 지출에 해당하는 법인부담금인데, 사실 자산지출이 생긴 경우 그 정상적 비율은 100%가 되어야 한다. 자산적 지출이 생긴 126개 대학 중 86%의 자산전입금은 전혀 없다.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할 자산전입금을 구체적으로 규율하지 않는 법률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으나, 무엇보다도 학교법인 스스로 그 부담을 교비회계에 떠넘기고 있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엄중한 것이다. 교육 여건을 개선하거나 대학구성원의 복지를 확대하는 데 사용될 재정을 빼앗아 주인 행세하는 데 쓰이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편 자산전입금만으로 그 지출을 감당한 대학은 7개(5.6%)인데, 이 정도가 정상이라는 뜻이다.

끝으로, 사립대학이 학교법인으로부터 받는 인건비, 관리운영비, 연구·학생경비 등의 지원금을 경상비 지원금이라고 하며, 바로 이것이 법인전입금의 실체라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학교육연구소>의 통계 DB에 따르면, 법정부담금과 입시관리비를 제외한 대학의 운영지출에 대비하여 경상비 전입금 비율은 2012년 3.2%, 2013년 3.0%, 2014년 2.9%, 2015년 3.5%, 2016년 3.3%에 불과하다. 경상비 전입금이 전혀 없는 대학이 45.5%나 된다. 1% 미만의 대학도 75%에 이를 정도로 대부분 학교법인이 경상비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대학에 군림하며 지배하되 지원은 않겠다는, 한국의 사학법인이 보여주는 자화상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사립학교법’ 등 법률이 보장한 학교법인의 권한을 정당하게 할 만한 재정적 책무의 토대를 제대로 확보한 학교법인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사립대학이 일단 설치되어 ‘대학설립·운영 규정’(대통령령)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학교법인은 아무런 제한 없이 그 사립대학의 운영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립대학의 유지와 성장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운영수입은 주로 등록금수입임에도 사립대학의 운영 및 통제권은 재정기여도가 거의 없는 학교법인에 귀속된다는 말이다. 더 붙이자면, 이는 일단 사립대학을 설립하기만 하면 학교법인으로서는 사립대학을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는 말과 같다. 오랫동안 굳어진 대학의 서열과 ‘명문’이라는 속물의 레벨은 갈수록 힘을 발휘한다지만, 그에 반해 정직하게 자기 책무를 다하는 학교법인의 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부디 기여하고 헌신한 만큼만 권세를 누리기 바란다. 이제 대학은, 특히 사립대학은 모두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님을 확인한다.


고영남 논설위원/인제대·법학

인제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로 <교수평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민주법학> 편집위원이며, 전공은 계약법으로 교육법, 인권법, 주택법, 법여성학 등에도 관심이 많다. 저서로 『여성과 몸』(공저, 2019), 『대학정책, 어떻게 바꿀 것인가』(공저, 2017), 『민법사례연습』(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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