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한약의 예방기술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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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과 한약의 예방기술 비교
  • 지규용 동의대학교·한의학
  • 승인 2020.09.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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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규용의 행림방담(杏林放談)]

요즘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환자가 늘어나고 세계적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라 2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너나할 것 없이 전례 없는 기상이변과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등으로 2중, 3중고를 겪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정치권력들은 경제악화의 득실과 면피용 백신만 계산하는 것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문자 그대로 빙산의 끄트머리(一角)만 잡고 뉴스와 여론과 시간이 소비되고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코로나질병의 임상양상과 바이러스 특성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면서 국내외 유력 제약 및 생명공학사에서 백신임상시험을 한다는 소식이 여러 건 들려오고 있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가을철과 맞물려 고등학생 이하 62세 이상은 독감백신을 무료 접종한다 하고, 일부에서는 코로나와의 동시유행사태를 막기 위해 아예 전 국민에게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도 한다.

미국 FDA의 백신효과판정 허가기준이 50%라 하고, 한 국내 신문기사에 의하면 “독감백신 효과는 50~60%에 그치지만 그래도 맞으면 중증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약한 노인이나 임산부에게 맞히는 것”이라고 한다. 또 모더나의 백신3상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미국의 한 교수도 코로나백신의 효과가 50%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역시 독감백신의 예방효과를 40~60%라고 하였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핫한 전문가인 파우치소장도 “전체 인구의 70% 정도가 백신을 맞고 예방효과가 75% 이상이라야 집단면역을 기대하지만(52,5%) 코로나 백신효능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으니 백신이 나와도 공공보건조치를 계속 이어가야”하며, 출시 시기도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될 것이라 예측하였다. 이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비록 백신전문가는 아니지만, 50%와 연말만을 기대는 지금 시기에 한의학이 국민보건에 기여할 수 있고,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조치가 있으므로, 백신과 비교해 보려고 한다. 제약사가 백신을 제조할 때는 보통 WHO에서 그 해 겨울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바이러스 종류와 타입에 관한 정보를 6월경에 받아서 이루어진다고 하며, 보통 서너 종류에 효과를 갖는 3~4가백신이 공급된다. 이렇게 보면 독감백신도 결국 예측에 의한 것이고, 더구나 독감은 RNA바이러스여서 변이율이 높아 성공률이 50% 정도일 수밖에 없다.

전염병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은 물론 거리두기와 위생수칙인데, 이는 정부에 의한 보건정책영역이다. 그 다음으로 의학 분야 전문가들이 담당해야 할 본질적인 부분이 예방과 치료이다. 그중 백신 원리와 유사하게, 한의학에서도 오래 전부터 다양한 예방법이 사용되었다. 그중에서도 유행 단계에서 비감염자에게 예방적으로 복용하게 하는 탕약이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중의학에서는 사스와 신종플루 때는 물론 이번 코로나유행 상황에서도 예방용 처방을 공개하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복용하게 하였다. 그 제조 원리와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전염병 현장에서의 진료경험을 통하여 취득한 진단 및 치료정보를 바탕으로 병원체(邪氣)의 특성을 분석한 뒤 이에 취약성을 갖는 환자의 병리적 특징(病機)과 주요 증상을 유형화한다. 그리고 환자의 정기를 강화하면서 육기의 편차와 독성의 정도 및 병리를 고려하여 처방하되 모든 사람에게 사용되는 점을 고려하여 약물의 용량을 안전한 수준으로 구성한다. 중국은 지역에 따라 기후상도 다양하여 대개 지역의 명노의(名老醫) 또는 명중의들에 의해 복수의 처방이 제시된다. 이를 참고하여 각 성(省)에서는 기본처방을 정하고 보험을 적용하며 이미 제약화된 것들도 많다.

또 국무원 주관으로 중국과학원에 속한 중국중의과학원에서 현장점검과 함께 여러 전문가 의견들을 종합하여 포괄적인 진료방안을 제정하고 전국의료기관에 배포한다. 올해에는 중국과학원의 원사이자 중의과학원 수석연구원인 통사오린이 1월 24일부터 약 2개월간 우한 방문 이후 진행했던 내용을 언론에 소개한 바 있다.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너무 달라 믿기 어려울 수 있는데, 국내에서 첫 발견된 1월23일부터 2월 9일까지 단 18일간 중국임상시험등록센터에 오른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관련연구 중에서 중의임상이 총 32건으로 전체의 53%임을 고려하면, 중국내에서 중의학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과학수준이 떨어져서 중의학을 과학조직 안에 두고 방역보건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태생적으로 관념을 배격하고 과학적 유물론을 주장하는 것이 사회주의이고 공산당 아니던가?

국내에서는 전염병에 대해 한의계의 참여가 불가하여 대응경험이 없다 보니 부득이 고전의서와 중국의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고자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에 강조점을 표시한 부분인데, 전 세계 환자사례에서 보듯 노약자와 기저질환자가 취약하므로 먼저 환자의 저항력과 체력이 코로나 방어를 위한 첫 번째 관건이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변이형의 대륙별 분포차이나 후각과 미각이상증상의 차이에서 보듯 기후환경의 차이는 바이러스의 인체적응이라는 생명현상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바이러스와 인체접촉지점의 온습도환경 항상성조절은 두 번째 관건이다. 그리고 실제 인체에 감염되었을 때 증상을 발현하는 정도와 증후유형은 바이러스마다 많이 다르므로 현장에서의 환자유행상황으로부터 어떤 기관계통으로 침범하여 증후를 어느 정도까지 심하게 일으키는지 파악하여야 환자별 예방과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이처럼 실제 환자에게 발현된 질환의 병리기전 억제가 마지막 관건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유효성 및 안전성을 만족하는 용량이다.

역사상 큰 전염병이 유행할 때 곽향, 패란, 관중, 방풍 등이 빈번하게 사용되었는데, 2002~3년 사스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폐염(SARS)이 유행할 때도 역시 그러하였다. 당시 상하이 사스진료의사들이 제시한 예방약은 원나라 때 쭈단시가 만든 옥병풍산에 금은화, 관중, 진피의 세 가지를 더 가미한 것이었다. 예방을 위해서는 인체의 저항력과 회복탄력성, 피부의 한선조절기능 및 감각기관과 호흡기점막의 습윤도, 기도점막의 이물배출기능 등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옥병풍산 중의 황기와 백출과 방풍은 약물수를 최소화하면서 항피로, 항저온고온, 항산소결핍, 항바이러스, 항균 및 수분배설과 강장작용을 갖는다. 여기에 SARS의 비전형폐염이 고열과 답답한 마른 기침을 하므로 해열과 염증복구 및 기도분비를 촉진하는 금은화 등의 세 약재를 가미한 것이다. 또 COVID-19에는 같은 바이러스면서 우한의 지역특성인 습탁을 치료하기 위해 이 처방에 패란만을 더하여 운용하고 있는데, 상용량에서 부작용이 보고된 예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

여기서 보이려는 것은 예방약을 구성하는 원리이다. 백신을 제조하는 논리와 근거보다 훨씬 정교하지 않은가? 문제는 근거중심의학이 요구하는 효능 대 약리물질의 통제되고 규격화된 검증인데, 이상에 언급된 약재들의 임상적 효능은 물론이고 약리학적 효능도 동물실험수준까지는 대체로 밝혀져 있다. 하지만 검증에 소모되는 경제적 상대효용이 얼마나 클 것이며, 백신도 시급성에 근거하여 절차를 생략한 채 위험을 무릅쓰고 허가하는 판국에 이미 사용 안전성과 효과성을 알고 있는 예방수단을 방치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처사인가?

더구나 앞으로 유행이 걱정되는 인플루엔자는 질환 특성이 잘 알려져 있고, 한의사들도 그만큼 익숙한 질환인지라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방 및 치료방법과 도구들도 잘 갖추어져 있다. 백신은 예측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한의약은 환자 진료현장에서 이상과 같은 세 가지 관건사항을 고려하여 직접 정보들로 구성하는 종합적인 레시피이다. 더구나 증상이 나타나고 항생제 적용조건을 갖추기 전에라도 약제내성과 같은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렇듯 정부예산으로 광범하게 실시하는 백신예방조치와 비교하면 한의학에 대한 인식과 지원은 너무나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바라건대 인체 자신의 저항력과 회복력을 기르며 항바이러스작용을 갖는 효과적인 수단과 방법들이 널리 알려지고 사용되어 트윈데믹의 위기를 잘 헤쳐나갔으면 한다.


지규용 동의대학교·한의학

경희대학교 한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를 취득했다.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로 있다. 대한동의병리학회 회장, 동의대학교 한의학연구소장과 한방바이오연구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관심사는 한의학이 예전에 누렸던 정상과학의 지위를 되찾기 위한 정지(整地) 작업과 한의학 이론의 일반화다. 저서와 역서로는 『격치고역해』, 『새로운 한의학 터닦기』, 『상한론정해』, 『현대상한론』, 『한방병리학』, 『동양철학과 한의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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