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윤리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정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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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윤리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정초할 것인가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9.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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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성리와 윤리: 윤리 개념의 한국적 정초 | 양일모·이원석·정원섭 지음 | 아카넷 | 288쪽

한국은 19세기 말 서양과의 만남 이후로 개화기, 대한제국 시기, 식민지 시기, 남북분단의 상황을 거치면서 근대적 국민국가를 형성해 왔다. 지난 150여 년은 한국의 역사상 가장 급격하고 복잡한 형식으로 전개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성리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예교(禮敎), 유교적 규범이 일상화된 전통 질서는 근대 국가를 형성하는 사이에 비판의 대상으로 간주되면서 표면적으로는 서양으로부터 도입된 새로운 가치체계가 이를 대신하였다. 삼강오륜 혹은 수신제가 등의 유교적 가르침은 진부한 이념으로 간주되었으며, 개인의 자유와 정치의 민주 등 새로운 가치관이 형성되었다.

그렇지만 한국의 근대를 내면적으로 분석해 보면,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유교적 규범이 개인의 행위나 정치적 질서 속에 내면화되어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즉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단순한 서양 사상 혹은 서양 윤리의 도입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상에서 전통적으로 윤리란 무엇을 의미했는가? 서양 윤리 사상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의 윤리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윤리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정초할 것인가?

이 책은 인륜의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몇 가지 문제를 설정하고 이에 답한다. 첫째, ‘한국에서는 어떤 문제를 윤리적 문제로 간주하며, 어떤 문제는 윤리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윤리의 영역 문제, 둘째, ‘21세기 한국 사회 윤리는 어떤 특색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윤리의 내용 문제, 셋째, ‘우리의 전통 윤리로 간주되는 유학의 기본적 가르침은 서양의 윤리 사상이 도입되면서 어떻게 재구축되어 있는가’ 하는 윤리의 수용 문제,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중요한 영향을 미친 윤리 사상은 무엇이며, 이러한 윤리 사상은 어떤 방식으로 수용되어 터 잡게 되는가’ 하는 윤리의 정초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현재 한국의 ‘윤리’ 문제를 거시적·미시적 방면에서 분석한다. 즉 한국에서 서양 윤리 사상이 도입되는 과정을 통시적으로 고찰하면서 유사한 사상적 토대를 지닌 중국과 일본의 모습과 비교하여 근대 한국 윤리 형성 과정의 특징을 추출하고, 아울러 윤리 문제의 수용과 분석에서 비교철학적 분석과 사상사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윤리’ 개념은 일본의 번역어로부터 수용된 것이므로, 일본과 중국에서 윤리 개념의 형성 과정을 분석하면서 근현대 한국에서 윤리 개념이 형성되고 사회적으로 확장되어 언어적 권위를 형성하는 과정을 개념사 연구 방법론을 통해 분석한다.

요컨대 이 책에서 저자들은 첫째, 개념사라는 방법을 통해 윤리 개념이 한국 사회에서 정초되는 과정을 통시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윤리에 대한 이해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주목하고, 둘째, 비교철학의 방법을 통해 우리와 유사한 유교 문화권 국가인 일본과 중국에서 윤리 개념이 어떻게 수용되고 변화되었는지를 주목함으로써 윤리 및 그 동반 개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를 객관화해 보고자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윤리 개념의 지형도를 구축함으로써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역사적 지평 위에서 증진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윤리 교육 및 인성 교육의 구체적 콘텐츠 제공을 통해 우리 사회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적절한 윤리에 대한 사회적 요청에 하나의 대답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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