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행위와 사회과학적 ‘설명’의 본질적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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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행위와 사회과학적 ‘설명’의 본질적 기준은?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9.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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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사회적 행위를 설명하기 1, 2: 사회과학의 도구상자[양장] | 욘 엘스터 지음 | 김종엽 옮김 | 그린비 | 360쪽

사회과학의 핵심 개념으로 ‘선택’을 제안하며 사회적 행위의 본질을 고찰하는 욘 엘스터의 논쟁적 저서다. 이 책은 1부 「설명과 메커니즘」, 2부 「마음」, 3부 「행동」, 4부 「상호행동」 그리고 결론 「사회과학은 가능한가?」로 구성된다. 과학 이론적 전투를 개시하는 1부와 그런 전투를 통한 고지 점령을 선포하는 결론이, 마음에서 행동으로 그리고 행동에서 상호행동으로 이어지는 변증법적 전개의 사회이론을 에워싸는 구성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음-행동-상호행동의 연속선상에 자신의 사회이론과 타당하고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이론들을 ‘합리성’과 ‘선택’이라는 개념에 따라 재구성하고 배열한다. 우리는 우리의 합리성을 ‘설명’할 수 있는가? 우리의 신념과 감정은 합리성을 제한하는가? 집합적 행위, 의사결정은 어떤 메커니즘을 갖는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응답한다.

저자의 논의는 지난 몇십 년 동안 사회과학에서 일어난 혁신의 중요한 전선 하나를 잘 드러내고 전달하는 이점이 있다. 이 책이 소개하는 게임이론, 베이즈적 통계학, 사회심리학, 그리고 사회심리학과 경제학의 혼성으로 형성된 행동경제학만큼 혁신적인 분야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입증하는 것은 이런 학문이 만들어낸 개념들이 얼마나 일상적 언어로까지 정착했는가인데, 오늘날 ‘죄수의 딜레마’, ‘내시 균형’, ‘무임승차’, ‘애쉬의 동조 실험’, ‘밀그램의 권위 실험’, ‘대표성 어림법’, ‘소유효과’, ‘승자의 저주’ 같은 개념들은 사람들에게 널리 잘 이해되고 있거나 최소한 귀에 익숙한 것들이다. 이러한 현대 지식의 최전선에서 이뤄진 논의들을 대량으로 학습할 수 있으며, 그것의 과학적 가치를 잘 음미하고 있는 이 책은 사회현상을 바라봄에 있어 높은 수준의 인식틀을 제공한다.

▲ 저자 욘 엘스터
▲ 저자 욘 엘스터

물론 저자는 이미 이 책의 이전 판(2007)을 통해 신고전파 경제학, 합리적 선택 및 공공 선택 이론, 집합행동 이론, 협상 이론, 앞서 언급했던 게임이론과 행동경제학 등의 분야에서 이뤄진 최신의 사회과학적 성과들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정돈하고 비판하고 재조합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책(2차개정판)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이런 현대적 성과를 세네카, 몽테뉴, 파스칼, 몽테스키외, 라 로슈푸코, 데이비드 흄, 알렉시 드 토크빌, 제러미 벤담, 에드워드 기번, 애덤 스미스, 마르셀 프루스트 같은 이들과 아주 적극적인 의미에서 ‘함께’ 읽는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예컨대 몽테뉴와 ‘함께’ 행동경제학을, 그리고 흄과 ‘함께’ 집합행동 이론을 읽는 놀라운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이론적 관점에서 이 책의 저술 의도에 대해 상기해야 할 것은 사회과학계가 전문가인 척하면서 엉터리 설명을 휘두르는 협잡꾼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과학을 탐구하고자 하는 이라면 그런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사회과학자라면 그런 ‘헛소리’를 하지 않기 위해 훈련된 감수성을 배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저자는 자연과학이든 사회과학이든 제대로 된 과학이라면 모름지기 '설명'을 지향해야 한다고 봤다. 사회과학을 위한 그의 작업이 이제 사회과학을 과학답게 하는 작업으로 확장된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사회과학에서 가능한 설명의 양식을 명료하게 제시하고자 하며, 그런 과제를 감당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사회이론 구축을 방해하며 엉터리 설명을 제공해 온 사회이론들을 통렬히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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