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극복을 위해 더 나은 자유사회, 다문화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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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 극복을 위해 더 나은 자유사회, 다문화사회로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9.13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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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현대인의 자유와 소외: 분절되어가는 현대 사회와 인간 소외 현상의 기원과 특징 | 황갑진 지음 | 산지니 | 304쪽

이 책은 근대 시기 급속한 발전과 함께 자본의 도구로 전락한 인간의 모습과 그로 인해 발생한 소외 문제를 다룬다. 소외는 인간이 만든 구성물이 인간을 억압하고 그로 인해 자유가 침해될 때 발생한다. 오늘날 현대인이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형태의 소외 현상은 이윤 추구의 자본주의에 경도된 사회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오늘날과 같이 조직화된 사회에서 자유와 소외는 보편적인 문제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비인간화(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권을 우선시하는 민주주의 가치에 방점을 두고 사회 성원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다문화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판사회과학자들은 20세기를 19세기 산업사회와 구분되는, 소비가 강조되는 대중사회라고 규정하면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비인간적이고 억압적인 권력을 비판했다. 이들은 20세기 유럽의 사회특성이 기술 발전으로 생산력이 향상하여 자유와 소외라는 양면적이고 모순된 모습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수많은 사회과학 비판이론은 현대인의 소외를 지적한다. 현대인은 자유로운 존재인가, 아니면 소외된 존재인가? 왜 다수의 현대인은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면서도 자아를 실현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가 되는가? 저자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는 인간 소외라는 본질적 문제를 사회과학 이론과 역사적 맥락에서 검토한다.

저자는 극단적인 빈곤과 기아 현상 또는 전쟁과 대량학살로 인해 파괴된 삶과 같은 특정 소외 현상이 아니라, 산업화가 발달한 국가들에서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섯 가지 영역(노동, 권력, 환경문제, 가족, 다문화사회)에서 발생하는 소외 현상을 분석한다. 노동과정에서 발생한 소외 현상은 현대 사회 소외 현상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은 거대 조직 속에서 노동하고 그 대가로 얻은 소득으로 소비생활을 이어간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사회일수록 조직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대인은 거대한 조직에 소속되어 생존을 위해 필요로 연결된 일면적이고 수단적인 관계를 맺는다. 물질을 기반으로 이뤄진 이 같은 관계는 계급적이고 도구적이다. 조직의 이윤과 효율성을 위해서 행동이 통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신분적으로 자유로운 주체이지만 생산관계에서 임금을 벌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도구가 된다. 이 과정에서 소외 현상이 발생하고, 여기에 강제적 권력이 더해지면서 소외 현상은 심화한다.

환경문제로 발생하는 소외 현상은 오늘날 특히 주목할 만한 논의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쾌적하고 윤택한 삶을 향유할 수 있게 됐지만,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특성은 환경문제를 야기했다. 오염은 각종 직업병, 재해로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외가 발생한다. 저자는 이윤이 아니라 공존이라는 민주적 가치에 방점을 두고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야 환경문제로 인한 소외 현상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피력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자의 연대도 변화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용자와 노동자를 직접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프리랜서가 확대되면서 노동자가 점차 분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면 노동의 질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연대를 분절시켜 결과적으로 노동자가 권익을 주장하기 힘든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어서 불필요한 소비를 촉발하고 이것은 다시 환경문제로 이어진다. 기술발달로 인한 이러한 사회변동은 노동현장을 넘어서 가장 기초적이고 보편적인 집단인 가족관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래사회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따라서 사회분업이 심화할 것이며, 물질적 이해관계에 기초한 연대는 공동의 가치와 믿음을 상실한 사회를 조장할 것이다. 공동체보다 개인의 삶이 우선되는 사회는 고독하다. 저자는 일상생활 속 다섯 가지 소외 현상을 분석하고 공동체적 연대가 끊어진 고독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건전한 민주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권위주의 문화를 청산하고 다문화주의의 실현을 강조한다. 차이를 존중하고 차별이 없는 다문화사회를 통하여 자유사회가 실현되면 소외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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