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호칭’으로 살펴본 색다른 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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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호칭’으로 살펴본 색다른 문화인류학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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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한자로 이해하는 문화인류학: 호칭에 숨어 있는 한자의 비밀 | 장이칭, 푸리, 천페이 지음 | 김태성 옮김 | 여문책 | 432쪽

언어는 문화의 가장 중요한 담지체이고 문자는 언어의 유일한 표기부호다. 고대 중국어, 즉 한자는 글자 하나가 독립된 단어로서 완전하게 한 가지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그 용례의 발전과 변화는 고스란히 중국 문화와 역사의 발전과 변화를 반영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어에서 쓰이는 호칭의 변화와 유형, 특징, 독특한 풍속 등을 서술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호칭의 형성과 사용, 변천에 담긴 사회적·문화적·역사적 배경을 통해 세밀하고 체계적인 문화인류학적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연계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 한계가 많았던 원시시대에는 자기 씨족의 기원을 동식물을 포함한 자연물에서 찾았으며, 이를 자신들의 수호신으로 받들었다. 이렇게 신화된 사물이 바로 ‘토템’이다. 이런 토템을 각종 표시로 여기저기 새기거나 장식물로 가공해 몸에 패용함으로써 서로 다른 씨족들과 교류하고 왕래하는 과정에서 신분을 나타내고 자신을 다른 씨족과 구별했다. 토템이 다양한 변화와 발전을 거쳐 나타난 씨족명이 바로 성씨의 원형이다. 이 책에 따르면 지금까지도 토템에서 유래한 성씨가 남아 있다고 한다. 예컨대 측백나무를 뜻하는 ‘백(柏)’ 자는 나무의 이름이지만 여러 성씨의 기초로 쓰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柏’ 씨는 최소한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오래된 성씨 중 하나인 셈이다.

▲ 토템 기둥(totem pole)
▲ 토템 기둥(totem pole)

중국의 고대 하夏, 상商, 주周 3대에는 ‘씨’가 ‘성’의 하위계통이었고 자손의 출생에 따라 구별했다. 이 책에서는 성과 씨의 구별이 공리적인 차이에 기인하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하, 상, 주 3대 이전에는 귀족에게만 씨가 있고 평민에게는 씨가 없었으며 남성은 씨로 칭하고 여성은 성으로 칭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씨는 신분의 귀천과 지위의 고하를 나타내는 데 쓰이고 성은 혼인을 구별하는 데 쓰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하지만 성과 씨의 구별은 서한 시기에 이르러 완전히 사라졌다. 이때부터 ‘성’이나 ‘씨’ 하나만 쓰든 ‘성씨’를 함께 쓰든, 전부 한 가족의 이름을 대표하게 되었다. 게다가 위로는 천자에서 아래로는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전부 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성씨의 응용에 남녀 구분도 없어지는 단계로 변화하게 되었다.

성과 씨가 결합되기 전에 성이 같다는 것은 확실히 공동의 조상과 혈연관계를 공유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예컨대 상고시대에는 성이 ‘姬(희)’인 사람들은 전부 황제의 자손이었고, 성이 ‘姜(강)’인 사람들은 전부 염제의 자손이었다. 하지만 성과 씨가 결합된 이후로 성씨의 뿌리는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해졌으며 성이 같은 사람들도 더는 단일한 관계가 아니었다. 성이 같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혈연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새로운 성이 이전의 씨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고,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씨들 역시 각자 다양한 연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연원이 다른 씨들이 같은 한자를 쓰면서 계속 변화해 오늘날과 같은 성으로 발전한 것이다.

‘姜(강)’이나 ‘孔(공)’처럼 지계支系가 번다한 현대의 성씨가 아주 많은 것은 씨의 연원이 그다지 다양하지 않은 데다 나중에 여러 씨가 성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연원의 성씨들 사이에 교잡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연원을 가지고 따져볼 때 출생지와 생활근거지가 성이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한편 성이 다른데도 조상이 같은 경우가 많다. 성은 씨에서 나왔고 씨는 또 초기의 성에서 분리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중국의 성과 씨가 실제로 같은 원류를 갖게 된 원인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姜(강)’이라는 성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만 해도 여呂, 허許, 사謝, 고高, 국國, 기紀, 구丘, 제齊, 강强, 상商 등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상당수의 소수민족이 사랑한 성이 있으니 바로 ‘金’이다. 황금이나 귀한 것을 상징하는 ‘金’자를 성으로 쓴 대표적인 예가 고대 신라인들이며 지금도 한국인과 중국 조선족 중 상당수가 ‘金’ 성을 갖고 있다(2015년 통계청 기준으로 살펴보면 현재 한국인 중 가장 많은 성씨가 바로 ‘김’으로 압도적인 1위이며 무려 천만 명을 훌쩍 넘어선다). 그밖에도 ‘金’ 성은 강족, 몽고족, 경파족, 달한이족, 회족, 토가족뿐 아니라 청나라 황족인 애신각라(愛新覺羅) 씨에서 바꾼 것도 있다. 이처럼 ‘金’ 성은 다민족, 다원류의 성씨 군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고대 중국을 이해할 수 있는 참신한 경로인 동시에 우리와 중국의 문화적 친연성을 이해하고 우리의 고대 문화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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