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학술지 출판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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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꾼 학술지 출판문화
  • 박웅기 숭실대·언론홍보학
  • 승인 2020.09.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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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리포트]
- 학술논문 출판과정, 그리고 아카이브 저널

머리가 복잡할 때 일기를 적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소식을 전할 때는 편지를 적는다. 학자(Scientist)들은 자신의 생각을 “논문(paper)”이라는 형태의 글에 담는다. 그리고 다른 학자들과 의견을 주고받을 때에도 이 논문을 활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논문을 신문이나 잡지,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에서 접한다. 그 형태는 제작 여건상 많이 줄어들거나 편집된 형태다. 반면, 실제 논문을 제작 및 생산하고, 유통에 참여하는 학자들은 연구의 시작에서부터 논문으로 출판되기까지 수많은 험난한 과정을 겪는다. 아마 창작물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과정이자 경험일 것이다.

학술논문의 출판과정

출판 과정은 어떻게 보면 의외로 단순명료하기도 하다. 대부분의 학술지를 관리 및 발행하는 기관이나 학술단체에서는 논문 출판 과정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관련 홈페이지나, 이미 출판된 논문 학술지 제일 뒷부분은 상세하게 논문 출판 및 심사 과정에 대해서 서술하는 편이다. 형식이나 규정은 관련 학문분야나 학술단체 등에 따라 편차가 존재하지만, 크게 ▲심사 규정 ▲연구 윤리 규정 ▲투고 규정 그리고 ▲편집 규정 등으로 나누어진다.

출판 단계는 다음과 같다. 제일 먼저 연구자의 논문이 완성되면 첫 번째, 어느 학술지나 학회에 자신의 논문을 투고/출판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SCI(Science Citation Index), SCIE(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 A&HCI(Arts & Humanities Citation Index), SCOPUS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특정 연구자나 학교 및 단체의 연구능력을 평가하는 편이다. (논문 출판물에 등급을 매겨 점수화하는 문화는 질적 평가가 아닌 양적 수준의 평가라는 지적과 함께 학술 연구계에서 논란이 많은 편이다.)

두 번째, 투고하고자 하는 학술지를 결정했다면, 학술지의 공식 홈페이지나 기존 출간물들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투고 방식이나 양식을 숙지하고 이에 따라 논문을 맞춰서 투고하면 된다.

▲ 한국연구재단 국내 학술지 인용 색인 목록(왼쪽)과 사회과학 분야 학술지 논문심사 규정 사례(오른쪽). 출처: 한국연구재단 및 한국 방송 학보 홈페이지
▲ 한국연구재단 국내 학술지 인용 색인 목록(왼쪽)과 사회과학 분야 학술지 논문심사 규정 사례(오른쪽). 출처: 한국연구재단 및 한국 방송 학보 홈페이지

세 번째, 논문을 형식과 절차에 맞춰 다듬고 특정 학술지나 학회에 투고를 했다면, 자연스럽게 논문 심사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이 과정은 학회나 학술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우리가 언론에서 많이 접하는 세계적인 학술지의 논문 심사 과정은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요즘에는 인터넷과 여러 인프라의 발달로 인해 과거보다는 빠르게 논문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네 번째, 투고한 논문이 매우 우수하다면 ‘무수정 게재’나 ‘보완 후 게재’ 등의 이름과 함께 학술지의 발행 기간 내에 논문이 출판된다. 하지만 논문이 심사를 거쳐 바로 출판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부분 보완 및 수정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수정 및 보완 과정을 거치면서 전 세계 어느 연구자가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되어야 비로소 논문의 형태로 나온다.

많은 학술지나 학회들은 보통 논문 투고자들에게 논문 심사비나 출판비를 부담하는 편이다. 적게는 몇만 원이지만 많게는 수백만 원의 비용을 논문을 출판하려는 개인 연구자나 소속 기관이 부담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바꾼 출판문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대세로 여겨지지만, 논문의 유통과 생산과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대면’이었다. 물론 논문을 선정 및 출판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이나 편집위원들이 “면대 면”으로 결정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현재 시국에서는 아주 예외적인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코로나19의 유행과 함께 유네스코와 같은 단체는 전 세계의 과학 및 의료 장관 및 관계자들과 협의에서 바이러스 연구와 관련 빠른 정보 교류를 최우선으로 하여 신속한 정보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출판사나 출판업자들에게는 새로운 위기로 작용하며 연구자(생산자)와 출판사/학술단체(유통업자) 간에 새로운 정보 생산 및 공유에 대한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오픈액세스 저널이란

오픈 액세스 저널이란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읽고 쓸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이러한 오픈 액세스 저널의 최대 장점은 시간과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학술 논문들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폐쇄적(closed)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관련 학술 단체나 기존의 회원이어야 하며, 이는 대체적으로 일종의 회원 가입 및 유지비를 매년 지불하게 된다. 이는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된다.

또한 이미 전술했듯이 전통적인 논문의 심사 방식은 긴 논문 심사 기간이 걸리는 반면(기본적으로 편집자들이 심사위원들을 섭외하고, 또 이들 간의 교류로 인해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오픈 액세스는 바로바로 연구자들이 논문을 게재하고 학자들이나 독자들이 논문을 ‘무료’로 바로 읽어 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기존의 논문의 생산 및 접근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수시로 논문(즉, 정보 및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연구와 논문 출판 과정의 긴 여행의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편법은 없지만,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긴 과학의 역사가 차근차근 발전해온 것처럼, 역사의 작은 부분을 꾸릴 수 있는 논문 한 편 한 편을 써내는 그 과정 자체에 의의가 있지 않을까.

[출처] IBS(기초과학연구원) 포스트 | 2020. 08. 27 | (https://m.post.naver.com/my.nhn?memberNo=37571784)


박웅기 숭실대·언론홍보학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학과장과 동대학원 언론홍보학과 주임교수, 숭실대 사회과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방송학회 총무이사 및 연구회 회장, 미국 메인주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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