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서와 진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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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서와 진화론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19.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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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타스]
▲ 하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1903)
▲ 하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1903)

진화론은 20세기와 21세기를 관통하는 명제이며, 진화론적 사고방식은 사회학에서도 계속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생물학에서의 진화론은 복잡하고 변화하며 때로는 논쟁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변이, 선택과 천이에 대한 기본 개념은 사회학에 널리 적용되고 있는 도구이다. 사회생물학적 설명과 유전자와 문화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공진화 같은 두 가지 주요 접근 방법이 사회진화학의 접근 통로가 되고 있다.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는 유전자와 문화적 요소 모두에서 일어날 수 있다.

스펜서(H. Spencer)는 개인주의, 반교권주의, 그리고 공리주의의 견해에 크게 영향을 받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철학자, 생물학자, 인류학자, 사회학자이자 정치 이론가였다. 스펜서는 19세기 중반에 진화론의 강력한 옹호자였으며, 당시 그의 명성은 다윈(C. Darwin)에 버금갔다. 스펜서는 초기에 철학, 심리학과 사회학 연구에 진화론을 적용하고 확장시키려고 노력하였다. 그의 견해는 노직(R. Nozick) 같은 자유의지론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현재, 그는 주로 자연권의 옹호, 실용실증주의 비판 같은 자신의 정치적 사상 때문에 철학의 영역에서 기억되고 있다.

생물학이 어떻게 사회적인 주제가 되었으며 사회이론에서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펜서는 사회에 대한 개인의 우위 그리고 종교에 대한 과학의 우위를 주장하였다. 그의 걸작은 생물학, 심리학, 윤리학과 사회학의 원리에 대한 포괄적인 저서인 <종합철학>(1896)이다. 그는 자연선택을 포함한 진화 원리를 인간의 사회학, 사회 계급에 적용시킨 사회진화론의 창시자이다. 스펜서 시대에 사회진화론은 <자유방임 경제학>을 정당화시켰는데, 스펜서는 여기에 <적자생존>과 <진화> 개념을 도입하였다.

스펜서는 물질계, 생물계, 인간의 마음, 인간의 문화와 사회의 점진적 발달 같은 포괄적인 진화 개념을 발전시켰다. 스펜서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기 훨씬 전부터 <적자생존>과 <진화>란 용어를 독자적으로 주조(鑄造)하여 사용하였다. <적자생존>은 <자연선택>을 강하게 암시하는데, 스펜서는 <라마르크주의>를 신봉하였으며, 진화론을 사회학과 윤리학에까지 확장하였다. 스펜서는 콩트(A. Comte)의 실증철학에 크게 영향을 받아,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하였다. 과학 지식의 실증적 특성과 생물은 진화과정에 있다는 자신의 신념에 기반을 두고 스펜서는 지식은 변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스펜서는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특정 개념이 수정되고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스펜서의 연구방법은 종합적인 것이었다. 각 분야의 과학 또는 탐구의 목적은 자료를 축적하고, 이러한 자료로부터 기본 원리 또는 법칙을 축적하는 것이라 여겼다.  따라서 스펜서는 각 분야의 과학적 증거와 결론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고자 노력하였다. 1862년에 출간된 <종합철학 체계> 초판에서 스펜서는 모든 현상을 진화의 긴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연속성 원리>에서 순일(純一)한 생물은 불안정하며, 단순한 생물에서 보다 복잡하고 비균질적인 생물로 발달했으며, 그러한 진화가 발전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변이의 종류에 대한 완전하고 결정된 구조를 제공하는 진화에 대한 스펜서의 정의이다.

스펜서는 진화 과정이 필수적이란 생각을 가졌음에도, 그것은 전체적으로만 <필요>하며, 진화 과정에 대한 그의 설명에는 목적론적인 요소가 없다. 진화에 대한 스펜서의 이해에는 획득형질의 유전을 주장하는 <라마르크주의>가 포함된다. 그는 생물의 발달에 외부 요인의 직접적인 영향을 강조하였다. 스펜서는 진화가 생물 자체의 특성 및 발생과 자연선택의 단순한 원리에 기인한다는 다윈의 주장을 부정하였다.

스펜서는 생물학 연구로부터 진화에 대한 증거를 찾아냈다. 그는 모든 생물에서 점진적인 분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하였으며, 인간의 본성은 개량될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기존의 과학적 견해는 인간 본성의 불변이라는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거부하였다. <인간의 본성>은 단순히 본능과 감성의 합이며, 사회적 존재로 적응할 것이다. 스펜서는 인간의 삶도 진화의 긴 과정의 연속이라 주장하였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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