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하고 저렴한 화석연료 . . . 인류의 행복과 비극의 원인
상태바
무궁무진하고 저렴한 화석연료 . . . 인류의 행복과 비극의 원인
  • 고현석 기자
  • 승인 2019.12.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삶의 지혜 34강>_ 정용훈 KAIST 교수의 「자연과 자원」

네이버문화재단의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여섯 번째 강연 시리즈 ‘삶의 지혜’가 매주 토요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 카오스홀에서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보람 있고 성숙한 삶의 실현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살펴보는 이번 시리즈는 주로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객관적인 사실, 또 보다 넓은 사고와 관점에서 처세와 이존(以存)을 보다 확실한 삶의 사실에 이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으며 전체 50회로 구성되어 있다. 34강 정용훈 교수(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의 「자연과 자원」 강연 중 주요 대목을 발췌·요약해 소개한다.

                         정리   편집국
사진·자료제공 = 네이버문화재단

                     

정용훈 교수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이 “문명의 근원인 자연의 한계에 구속될 수밖에 없다”라는 데에서 모든 이야기를 출발한다. 그렇게 볼 때 인간이 “필요로 하는 자원의 대부분은 에너지 자원”이고 특히나 산업혁명 이래로는 화석연료가 에너지의 핵심 역할을 해왔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화석연료의 “현재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는 것이 인류의 행복과 비극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짚으며 그로 인해 이미 지구가 “제6의 대종멸기에 들어갔다” 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언급한다. 이에 과연 “화석연료를 끊을 방법이 있을까”를 진지하게 물어봐야 하며 그에 더하여 막연한 추정 대신 “각 나라별로 환경에 맞는 에너지 믹스”를 어떻게 가져갈지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얘기한다.

▲ 지난달 23일, 정용훈 교수가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_ 삶의 지혜』’의 34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사진제공=네이버문화재단
▲ 지난달 23일, 정용훈 교수가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_ 삶의 지혜』’의 34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사진제공=네이버문화재단

인류의 생존은 생물학적 기능을 발달시키고 유지시키는 기본적 의식주를 바탕으로 문명을 형성함으로 생존 이상의 꽃을 피운다.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생활에서 발전한 형태의 기술적,  물질적 사회 구조의 형태를 이루어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류의 문명 유지, 즉 다른 표현으로 지속가능성은 문명의 근원인 자연의 한계에 구속될 수밖에 없다.

인류의 문명이란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필요에 의해 발생된 다양한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한 인간의 설계 작업의 현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인간이 자신의 필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선택한 답의 총체가 현재의 문명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필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답이 존재하는 솔루션 공간(solution space)은 무한하지 않고 자연이 제공하는 자원의 범위에 한정되어 있다. 자연 속에 살아야 하는 인간은 필요에 의해 문명을 형성하고, 문명은 당연하게 자연에 의해 그 답이 한정된다.

지구상에 살아야 하는 인간이 지구 하나로 해결할 수 없는 문명을 구축했다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가진 자원은 얼마의 스케일일까? 과연 현재의 문명은 인류에게 주어진 자연이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의 양으로 한정되는 공간 안에서 지속될 수 있을까? 영원을 추구할 수는 없지만 한정된 지속가능성이라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떤 도전을 해야 할까?

무궁무진한 화석연료, 그 끝은 언제?

18세기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혁명이 가능했던 이유와 지금도 진행형인 이유는 무엇일까? 엄청난 규모의 일을 적은 연료로 싸게. 이것이 산업혁명이 혁명이었던 이유다. 사람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양의 일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할 수 있게 되어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무궁무진한 화석연료가 현재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는 것이 인류의 행복과 비극의 원인이다.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기후 변화와 멸종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지금 예측으로는 21세기 말에 4~5도 온도가 증가될 것이며 대규모 멸종의 시작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화석연료로 인해 해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2ppm씩 늘어나고 있다. 반면 산소는 2ppm씩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와 산소 고갈 속도가 대멸종 시기의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다. 이미 지구는 제6의 대멸종기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화석연료에는 항상 메탄이 함유되어 있다. 동일한 무게일 때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약 85배 더 강력한 온실효과를 유발한다. 석탄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천연가스는 실상 석탄에 비해 온실효과가 적지 않으며, 또 다른 형태의 천연가스인 영구동토층의 메탄과 해저의 메탄은 우리가 태우지 않아도 온난화로 방출될 위험에 처해 있어 지구 온난화의 열쇠는 천연가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화석연료 연소에 의존하는 문명을 지속할 경우 10만년 만에 산소로 호흡하는 모든 생명체는 사라진다. 아니 그 한참 이전에 끝날 것이다. 온난화로 얼음 속 메탄이 대량 방출될 것이며, 이로 인한 온난화는 지난 대멸종에서 경험했듯이 지구상 생명체가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는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가격이 올라가는 것뿐이다. 반면에 오른 가격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그 무엇인가가 시장에 나타난다면 이제 더 이상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대체제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그 대체재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로 무탄소 에너지 혁명을

에너지 변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있다. 원자력은 우라늄의 핵분열에서 나오는 에너지이고, 재생에너지는 태양의 핵융합에서 나온 에너지를 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의 형태로 이용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원천은 태양에너지이다. 인류가 처한 기후 변화와 대멸종의 위기는 너무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 때문에 발생했다. 해결 방안은 화석연료를 버리고 수력, 풍력, 태양광, 원자력과 같은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각각의 한계 때문에 이 중 어느 한 가지만으로 인류 에너지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이들 모두를 적절히 조합하여 에너지 믹스를 구현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친환경 에너지 사용이다.

지속가능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0년까지 석탄 사용은 현재의 절반 이하로 급격하게 줄여야 하며, 원유 사용도 대폭 줄여야 한다. 가스 사용량은 현재 수준에 묶어두어야 하고,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는 현재 수준의 2배로 확대해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은 2000년 수준의 양으로 묶어야 하고, 원자력과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는 현재 수준의 2배 이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산업혁명이 가능했던 이유는 새롭게 나온 대안인 석탄을 이용한 증기기관의 성능과 가격이 모두 기존의 에너지 사용 방식을 쉽게 압도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무탄소 에너지 혁명을 추구해야 하는데,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현존하는 화석연료(석탄, 원유, 가스)를 쉽게 압도하기는 어렵다. 원자력의 안전성과 사용 후 핵연료 관리에 대한 기술적 발전과, 재생에너지 고유의 간헐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지 않는다면 현재 수준의 원자력과 재생 에너지로서는 화석연료 대체가 생각보다 아주 길어질 수 있다. 사고로부터 자유로운 원자로,  폐기물 발생이 극소화된 원자로, 밤에도 쓸 수 있는 태양광, 바람이 불지 않아도 사용 가능한 풍력이 석탄, 원유, 가스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성능이 우수해야 혁명은 가능할 것이다.

나라별로 환경에 맞는 에너지 믹스를

스탠퍼드 대학의 The Global Climate and Energy Project(GCEP)를 통해 생산된 연구 결과물 중에 전 지구 스케일의 에너지 이용을 보여주는 플로차트가 있다. 이 자료에서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1) 인류가 이용하는 에너지를 파워로 표현할 경우 20테라와트(TW)가 좀 덜 되는 양이다. 이들 에너지의 3분의 2 이상은 화석연료 혹은 바이오연료인 석탄, 원유, 가스 및 바이오매스(고전적 바이오매스 즉, 땔감이 대부분이며, 현대적 바이오매스는 미미함) 등이다.
2) 태양에 의해 지구로 유입되는 에너지는 16만 2000TW 정도이며, 이 중 3만 4000TW는 반사되고, 나머지는 대기, 해양, 지표에 흡수된다. 흡수되는 에너지의 지역별 차이가 온도 차이를 가져오고 이것이 바람을 일으켜 풍력의 근원이 된다. 전체 풍력 에너지는 870TW 정도. 흡수된 에너지의 일부는 물을 증발시켜 구름을 만들고 비를 만들어 수력의 근원이 된다. 총 수력의 잠재량은 7TW 정도. 지표에 도달하는 태양광은 8만 6000TW로서 인류가 사용하는 20TW 수준을 훨씬 넘어가는 양이 지표에 도달한다. 무한정의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
3) 잠재량은 사실상 무한하나 실제로 이용 가능한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은 한정적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고유의 간헐성이 있어 24시간, 365일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니다. 수력은 댐에 저장해서 24시간 365일 사용할 수도 있으나, 댐의 크기와 강수량이 한정적이라 사실상 24시간 365일 사용은 불가능하다. 결국 보조적인 발전원이 필요하며, 이는 현재 가스, 석탄, 원자력이 감당하고 있다.
4) 원자력의 연료인 우라늄의 양은 육상의 우라늄이 100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며, 이를 재활용하면 10만 년 정도 사용 가능하다. 바닷물에 있는 우라늄은 36만 년 사용 가능하며, 이 또한 재활용할 경우 3600만 년 사용 가능한 양이다. 사실상 무한정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5) 핵융합의 연료인 리튬과 중수소도 사실상 무한정이다.
6) 지열도 32TW 정도로 인류 전체 사용량을 넘어서는 엄청난 양이다. 그러나 실제 사용량은 지역적 한계로 미미하다.
7) 광합성에 의해 생성되는 양은 90TW로서 이 또한 인류가 모두 사용할 양을 초과하는 막대한 양이다. 이 중 0.04TW가 화석연료로 변환되고 있다. 만약 우리가 화석연료를 0.04TW 이하로 사용한다면 화석연료도 재생에너지의 범주에 포함되게 된다. 그러나 10TW 내외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현재 화석연료는 재생에너지가 아니다.

이와 같이 원자력도, 태양광과 풍력도, 지열에너지도, 핵융합도 인류의 모든 에너지를 공급하기에는 충분한 양이 있다. 그러나 실제 가용한 양은 기술과 경제성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 고려할 때 앞으로 화석연료를 제외한 무탄소 에너지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미래에 달려 있다. 원자력은 안전성과 사용 후 핵연료 관리에 관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와 일조량 및 풍량 부족에 의한 지역적 비경제성 문제 해결에 매진해야 한다. 각 나라별로 환경에 맞는 에너지 믹스를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어느 하나가 빠져도 화석연료가 아닌 무탄소 에너지로 전환하는 에너지 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