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잠재적 지적 수명 손실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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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잠재적 지적 수명 손실 연수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0.08.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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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고등교육]
▲ Photo=iStock
▲ Photo: iStock

코로나19는 교육현장과 학문세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육의 '뉴노멀'에 대해 논한다. 그러나 미국 엠포리아 주립대학(Emporia State University)의 생물학과 명예교수로 온라인 저널 ‘Kansas School Naturalist’의 편집자인 존 리처드 슈락(John Richard Schrock) 교수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교육과 학문의 발전에 초래한 엄청난 피해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그는 코로나19가 우리의 지적 발전을 어느 정도 쇠퇴시켰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잠재적 지적 손실 연수’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University World News> 8월 7일자 판에 게재된 슈락 교수의 기고문을 정리 소개한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의 교사, 교수, 학부모들은 우리가 교육, 연구, 그리고 지적 발전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전염병이 과연 각 나라와 전 세계의 학문적 발전을 얼마나 늦추게 될까? 우리는 의료계로부터 차용해 적절히 수정한 방법을 통해 이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전염병 의학에선 ‘잠재적 수명 손실 연수’(Years of Potential Life Lost: YPLL)는 중요한 계산치이다. 오늘날 선진국에서 영아 한 명의 생명을 구하면, 우리는 잠재적으로 60년 이상의 수명을 건지는 것이 된다. 노인의 생명을 구하면 우리는 그들에게 몇 년 더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셈이 된다.

‘잠재적 수명 손실 연수’는 각종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해 초래된 수명 손실에 대한 수학적 추정치를 제공한다. 이것은 일본과 이탈리아처럼 높은 기대수명 추정치를 가진 국가들로부터 열대성 질환(tropical diseases)으로 흔히 낮은 기대수명 추정치를 보이는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 평균 기대수명에 근거한다.

‘잠재적 수명 손실 연수’는 표준 생존 연령(대략 65세)을 기준으로 추산된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소아질환으로 다섯 살에 사망하면 수명 손실 연수(YPLL)는 60년이다. 또 성인이 심장마비로 오십 세에 사망하면 수명 손실 연수는 15년이다. 따라서 YPLL로 특정 질병이 인구에 끼치는 손실을 추정할 수 있고, 이는 의학적 연구나 약품개발에 자금 지원을 결정할 때 고려될 수 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적으로 창궐할 당시 그때까지 남자 평균수명은 54세, 여자는 48세였다. 미국질병통제본부의 추정에 의하면 이 치명적인 감염병은 67만5천명의 미국인 생명을 앗아갔고, 미국인의 평균수명 기대치를 12년이나 낮추었다.

잠재적 지적 수명 손실 연수 (Years of Potential Intellectual Life Lost: YPILL)

John R. Schrock
John R. Schrock

지적 성취의 둔화나 퇴보를 가늠하기 위해 유사한 측정법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잠재적 지적 수명 손실 연수(YPILL)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첫째, 교육수준과 사회에 지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잠재력을 기준으로 인구의 상당 부분들을 축소하거나 배제할 경우, 둘째, 학교 폐쇄나 전쟁 등으로 인해 학생들을 위한 교육상의 노력이 축소될 경우, 셋째, 연구와 출판에 있어 학문적 발전이 지연되거나 멈출 경우, 그 사회 모든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피해의 정도를 평가하는 보다 복잡한 추정치가 될 것이다.

현대 세계사를 보면 몇몇 국가들의 경우 교육상의 비극이 있었다. 중국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거의 모든 학교들이 문을 닫아, 상당히 많은 수의 학생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후 학교 재개와 함께 교육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통해 중국인들은 극적으로 향상되었지만, 결국 잃어버린 한 세대를 남겼다.

캄보디아에선 크메르 루즈 집단이 특히 교사와 의사 등 가장 교육을 많이 받은 시민들을 포함해 많은 지식인들을 죽였다. 이 나라는 아직도 회복 중에 있다. 그리고 현재 중동지역에선 수많은 시리아 난민의 자녀들이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YPLL과 비슷하게 이런 모든 상황은 교육받은 시민들의 이와 같은 손실이 미래세대들의 지적 발전을 얼마나 늦추었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수학적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코로나 팬데믹이 의료 역량을 초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조금씩 다른 시기에 걸쳐 일시 멈춰 섬에 따라 교육과 연구 그리고 그 외 다른 지적 발전 역시 멈춘 상태이다.

테스트 지표 (The testing indicator)

표준화된 테스트는 하나의 분명한 지표가 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s Assessment), 즉 PISA 테스트를 이용해 국가 간 교육 분석을 수행해 왔다.

그 중 한 분석에서는 한 국가의 학생들이 컴퓨터 화면을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그들의 성적은 더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대면수업이 전면적으로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면 미래 그들의 성적이 크게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험을 목표로 한 교육’(teaching-to-the-test)을 통해 얻는 표준 지식의 성취에 대한 테스트와 쉽게 시험 준비가 되지 않는 적성(aptitude)에 대한 테스트는 구별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그 자체가 언어이며 보편적인 수학, 현실과 경험에 기반을 둔 보편적인 과학, 그리고 사회에 기반을 둔 상당히 가변적인 어학과 사회 과목 사이에도 테스트는 또한 구별되어야 한다. 실제 실험실과 현장 체험을 온라인으로 제공할 수 없다는 것 역시 과학을 하나의 취약한 학과목으로 만든다.

그러나 지적 발전에는 학생들, 그리고 다양한 시험에서 그들이 얻는 점수보다 훨씬 더 많은 요인들이 연관되어 있다.

연구 (Research) 

현재 대학에서 진행 중인 많은 연구는 일시 중단되었다. 대부분의 실험실과 현장연구는 정지했다. 많은 실험연구용 동물들이 안락사 되었다. 사람들 간 대면적인 상호작용을 수반하는 대부분의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적 연구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국내 및 국제 학술회의들은 다 취소되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온라인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전문가들이 자신의 연구를 다듬어 개선하고 새로운 연구 방안을 설계하려면 필요시 그때그때 긴밀하고 의미 있는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온라인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직접 소통의 손실은 측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 그리고 이와 연관된 이슈들에 대한 연구는 예외지만, 연구와 학술회의의 감소는 결국 출판 부진과 출판물의 페이지 수 감소를 초래할 것이다. 수준미달의 논문 게재 혹은 아주 느슨한 동료심사(peer review)에 대한 우려들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오직 연구가 완전히 재개될 때만이 대부분의 연구 출판물들은 이전 수준을 다시 회복하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특허 건수의 감소도 아마 곧 보게 될 것이다.

시대정신 (Zeitgeist)

시대정신도 역시 차이를 만들어낸다. 미국에서는 존 F. 케네디, 로버트 케네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암살의 여파로 1963~1977년 사이에 학생들의 SAT 점수가 49점이나 떨어졌다. 수험생이 매년 증가해 2백7십만 명에서 4백2십만 명으로 늘어난 이상, 학생 풀의 급감이 급격한 점수 하락의 이유는 아니었다. 테스트 기준도 바뀌지 않았다.

한 후속 연구는 대학입시위원회(College Board)의 1977년 보고서 ‘On Further Examination’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는 ‘국가적 혼란’을 지적했다. 간단히 말하면, 미국이 ‘잘 나가던’ 전후(戰後) 유포리아(euphoria)와 대조적으로 암살사건들 이후 미국은 두려움과 걱정에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현재의 전 세계적인 ‘멈춤’ 상태의 영향이 이와 유사한 교육상의 ‘우울증’ 혹은 정신적 공황상태란 결과를 낳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인가?
 
보통 당해년도 고등학교와 대학 졸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만, 우리는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전체 재학생들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교육을 덜 받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국가들마다의 셧다운(shutdown) 사정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각 국가에는 한 학기나 그 이상 부족한 기술과 지식을 가지는 전체 학생들 세대가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교육 파이프라인(education pipeline)의 앞자리에 있는 학생들이 비록 보충을 위해 과외 특별 대면수업을 받는다고 해도 그들이 받은 손실들이 완전히 보충될 수는 없을 것 같다. 발전은 현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배움의 창구는 닫힌다.

결합과 변이 (Combinations and variations)

각 나라의 교육과 연구 역량은 각국의 역사와 경제에 따라 서로 다르다. 따라서 교육 발전에 있어서의 손실 지표와 연구·출판 침체의 척도를 결합한 YPILL(잠재적 지적 수명 손실 연수) 치수는 정상적인 시기에는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나라에 따라서 당연히 다를 것이다.

이러한 관계들은 검역 이동 제한과 출입국 관리 변경으로 인해 역시 바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미국에 와서 교육받고 미국에 남아 미국의 공학, 물리학, 화학, 그리고 분자생물학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형성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아주 많이 의존해 왔다.

유진 가필드(Eugene Garfield)는 계량서지학(bibliometrics)의 선구자였다. 만약 그가 지금 생존해 있다면 당연히 ‘잠재적인 지적 수명 손실 연수’(YPILL)와 유사한 무엇인가를 제안했을 것이다. 계량서지학은 연구 출판물의 감소를 이미 정량화해낼 수 있을 것이다. 유사한 계량학은 출판 이전 단계의 연구 부진에 대해 숫자를 붙여 계량적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 교육에 있어서의 침식이나 쇠퇴 현상을 측정하는 것은 더 많은 어려움을 제기한다. 시험점수는 어떤 과목들에서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을 알아낼 수 있겠지만, 창의력 감소나 의기 상실을 직접 나타내진 못한다. 그리고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는 YPILL 지표들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예술과 인문학 분야의 상태를 평가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운 문제이다.

‘잠재적 수명 손실 연수’(YPLL)가 전염병 의학을 주도하지는 않지만 의학적 치료가 인간의 수명에 어떻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잠재적 지적 수명 손실 연수’(YPILL) 개념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지적 발전을 어느 정도 늦추는지를 전반적으로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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