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기술 응용한 스스로 움직이는 '불가사리 로봇'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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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기술 응용한 스스로 움직이는 '불가사리 로봇' 등장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8.3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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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 UNIST 김지윤 교수팀, 텐세그리티 구조 ‘소프트 로봇’ 제작 기술 개발
- 다양한 움직임 갖는 불가사리 로봇 제작 가능

국내 연구진이 건축기술을 응용해 스스로 움직이는 불가사리 로봇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신소재공학부의 김지윤 교수팀이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소프트 로봇' 제작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건축물에 쓰는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tensegrity structure)를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움직일 수 있는 '불가사리' 로봇을 제작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텐세그리티 구조는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재료와 실처럼 팽팽하고 유연한 재료가 씨줄과 날줄처럼 엉켜 있는 구조다. 적은 재료로 강한 강도, 유연성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건축물에 주로 쓰인다.

▲ 불가사리 로봇의 형태와 거동
▲ 불가사리 로봇의 형태와 거동

흔히 로봇이라고 하면 영화에서 보는 강철 로봇이나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금속 팔 로봇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최근에는 간병 로봇이나 애완용 로봇 같은 새로운 형태의 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사람과 함께하는 이러한 로봇은 부드럽고 유연한 특성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유연한 재료로 만들어진 '소프트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재료 자체의 부드러운 특성에만 의존하면 복잡한 로봇의 구동 시스템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진은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다양한 소프트 로봇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했다. 주로 건축물에 쓰이는 텐세그리티 구조는 장력(팽팽하게 당기는 힘)을 가하는 그물 구조의 구성부품(tendon·인장재)과 내부에 장력으로 인한 압축을 견디는 구성부품(strut·압축재)들이 서로 떨어진 채 끼워져 있는 형태다. 다시 말해 강인한 재료와 유연한 재료가 씨줄과 날줄처럼 엉켜 있어 강도와 유연성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초격자(lattice) 텐세그리티
▲ 초격자(lattice) 텐세그리티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물질들이 공중에서 연결된 구조여서, 일반적인 3D 프린팅 제작 기법을 이용해서는 텐세그리티 구조가 적용된 로봇을 만들기 어렵다. 연구팀은 3D 프린팅 기법과 물에 녹을 수 있는 수용성 희생틀을 이용해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구현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재료(압축재)와 희생틀을 프린팅 한 뒤, 희생틀 내부에 유연한 재료(인장재)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희생틀은 물에 녹기 때문에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제1저자인 이하준 연구원은 "3D 프린팅이라는 대표적인 상향식 제품 제작법과 ‘식각’이라는 하향식 제작법을 접목해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쉽게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텐세그리티 구조(tensegrity structure)의 제작
▲ 텐세그리티 구조(tensegrity structure)의 제작

연구진은 개발된 구조체 제작방식과 설계 기법을 이용해 정육면체, 도넛, 삼각기둥 등 다양한 형상의 텐세그리티 구조를 만들었다. 또 만들어진 구조체를 기본 모듈로 사용해 5개의 다리가 달린 불가사리 로봇을 제작했다. 전기로 구동하는 이 불가사리 로봇은 앞으로 걷거나 움직이는 방향을 바꾸는 동작이 가능하다. 여기에 외부 자극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스마트 소재를 적용하면, 스스로 움직이는 불가사리 로봇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연구진은 스마트 자성 소재를 적용해 스스로 움츠렸다 펴지는 불가사리 로봇도 만들었다.

김지윤 교수는 "텐세그리티 구조의 특성을 이용하면 ‘재료’ 만으로는 만들기 어렵고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기계적 물성을 갖는 다양한 메타 구조체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연구는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쉽고 빠르게 원하는 형태로 구현 가능한 기법을 개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다양한 형상과 기능을 갖는 유연하고 강인한 블록을 쉽게 만들 수 있어 소프트 로봇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지윤 교수(좌측)와 제1저자인 이하준 연구원(중앙)
▲ 김지윤 교수(좌측)와 제1저자인 이하준 연구원(중앙)

텐세그리티 구조 및 로봇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데이터는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특정한 형태나 기능을 가진 맞춤형 3D 유연 로봇을 디자인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로봇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Science Robotics’에 26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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