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임용 첫 학기, 강의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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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임용 첫 학기, 강의를 마치고
  • 양은태 경상대·해양환경공학
  • 승인 2019.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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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단상]

면접의 떨림과 임용의 감격은 4개월여가 지난 이 시점에서도 아직 생생하다. 내 삶에서 그토록 환호했던 적이 있었던가? 합격의 기쁨과 함께 살짝은 아쉬운 타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새 학기가 시작하는 9월 해양환경공학과에 합류하였다. 이후의 삶은 매 순간순간 긴장과 정신없음의 연속이었다. 이는 비단 업무량이 많아서만이 아니라,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익숙해질 준비를 미처 하지 못한 채로 새로운 곳에 발을 디딘 탓이었을 것이다. 특히, 수업이 그러했다. 나는 대학생을 상대로 한 강의를 해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 커밍아웃(?) 하자면, 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질문하는 것이 조금 두렵다. 그동안 수업시간과 학회에서의 발표는 대본과 많은 연습으로 그 두려움을 그럭저럭 극복해왔다. 하지만 진도에 맞춰 강의 자료를 준비하고 공부하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기에 매일 한 시간에서 많게는 다섯 시간을 해야 하는 강의를 그렇게 준비하기에는 내 시간과 역량이 부족했다. 그렇게 매 시간 걱정과 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강의실에 들어섰다. 긴장이 되니 발음이 꼬이기도 하고 말하는 중간 중간 흐름이 끊기기 일쑤였다. 또 가끔은 강의가 주어진 시간보다 훨씬 빨리 끝나 버려서 민망했던 적도 있었다.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아쉬움과 좌절감에 한동안 강의실을 떠나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두 달이 지나고 나니 조금은 익숙해진 탓일까 강의 준비에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는 건 여전했지만 강의 시간에 있을 실수에 대한 걱정과 긴장감은 많이 사라져갔다. 그렇다고 해서 내 강의의 질이 전적으로 좋아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도중 학생들의 눈은 여전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의 여유를 찾고 나니 수업의 질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 강의 전달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마침 대학 측에서 강의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한다고 하여 신청하였다. 내가 강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녹화하고 학생들에게 내 강의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였다. 컨설팅을 위한 녹화 당일에는 옷에 마이크를 장착하고 강의실 뒤쪽에서 캠코더가 설치되었다. 이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긴장되었고, 옷에 장착된 마이크 줄이 강의실 앞 탁자 모서리에 걸리고 보드마커를 떨어뜨리는 등 실수 연발이었다. 현시점까지 컨설팅 결과를 아직 받아보진 못했지만,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라는 아쉬움은 계속 남는다.

이 밖에도 내 나름의 강의의 질을 올리기 위해 선배 교수님들께 조언을 구한다든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다른 교수님이나 강사님들의 강의를 촬영한 동영상을 본다든지 하는 등 내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또한 모든 학생의 이름을 외우고, 학생들의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려고 노력하였고, 학생들의 질문에 최대한 성의껏 답해주려 하였다. 또, 혹 친해지면 나를 찾아오는데 부담을 덜 가질 것으로 생각하여 학생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렇게 12월이 찾아왔다. 마지막 강의와 기말고사가 끝나고 지금 학생들의 성적을 입력하고 있는 이 시점에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너무 정신없이 보내서 이렇게 끝낸 것만으로도 ‘나 스스로가 조금은 대견하다’라는 생각, 나의 너무 부족한 강의에 피해(?)를 봤을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 그리고 ‘직접 부딪히고 깎여가며 만들어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새로운 곳에 들어가기 전에 그곳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비전과 생각을 가지고 들어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 말이다. 또 ‘정말인지 좋은 학생들과 동료 교수님들 그리고 조교 선생님까지 만나게 되어 난 참 인복은 있다’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경험이 좀 쌓였으니 좀 더 나은 강의를 할 수 있을 거야’ 하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 성적 처리를 완료하고 나면 잠깐의 연말 휴식과 함께 교수로서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좀 더 나은 서비스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착실히 준비해 갈 것이다.  


양은태 경상대·해양환경공학

인하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하고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상대학교 해양환경공학과 조교수로 있으며, Singapore Membrane Technology Centre, Nanyang Environmental and Water Research Institute,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의 Research Fellow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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