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식 대학입시 방안으로는 악순환만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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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식 대학입시 방안으로는 악순환만 계속된다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
  • 승인 2019.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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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

올해 대학입시 시즌의 마지막 단계인 정시가 시작되었다. 결과는 두고 보아야겠지만, 정시입학률을 상향 조정한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있고 난 후, 학생, 학부모들의 반응은 여러 양상으로 나타났다. 당장 재수생의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수능에 전력투구해서 성적을 올리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또 2025년에 자사고, 특목고를 일괄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했지만, 2020년도 전국 자사고 지원현황은 전국 평균경쟁율이 1.65대 1로 지난해의 1.5대 1보다 상승했다. 자사고 진학이 수능성적 중심인 정시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결과이다.

그동안 대학입시 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질을 했다. 왜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가? 근본적으로는 대학입시 제도를 정치적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학부모들의 입장을 수용하고, 교육적 원리를 따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대학입시의 근간을 흔든 것은 정치적 판단이었다. 이번 정시확대안을 두고 보더라도 이러한 점은 잘 드러난다.

계기가 된 것은 모 교수의 자녀에 대한 수시입학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부터이지만, 최종 결정단계에 있어서는 일반 국민들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했다. 일반 국민들이 수시와 정시 중 어느 쪽에 더 손을 들어주고 있느냐 하는 일종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정시확대를 결정한 것이다.

문화적 자원과 경제력을 갖춘 부모를 둔 자녀들이 그렇지 못한 자녀들보다 훨씬 유리하게 수시에 입학할 수 있게 되어있는 현 입시제도에 반감을 품지 아니할 국민이 있을까? 그렇기에 현실은 그런 방향으로 쉽게 여론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사회적 제도든 그 사회 구성원의 요구나 입장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국가교육의 문제는 여론만으로 미래의 방향을 결정할 수는 없다. 세계의 변화, 국가의 미래, 사회적 수요, 다양한 인간 능력 등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국가교육의 비전과 실현을 위한 전략들이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으로 논의된 바탕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한 국가의 교육제도는 오랫동안 연구되고 실험되어 확정된 이후에는 거의 손질을 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우리가 입버릇처럼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늘 이 원칙을 벗어나 있다. 그동안도 수시가 지닌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소위 학종에 필요한 서류를 수험생 스스로가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대필에 의존하는 상황 속에서, 이를 근거로 짧은 시간의 면접으로 수험생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 제도의 보완을 위해 실질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나 대학은 이 점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입시제도 사이에 긴밀하고도 연계적인 연구와 협의가 상당한 기간 지속되면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했다. 결국 문제가 드러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려 드는, 사후방문 격의 처방이 악순환처럼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정시확대와 관련한 또 하나의 악재는 정시를 서울의 16개 대학 중심으로 40%까지 확대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서울 지역의 대학으로 한정함으로써 서울 외의 지역대학들을 근본적으로 평가절하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갈수록 서울 소재 대학과 지역대학 간의 격차가 심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대학입시 제도를 통해서 그 간극을 더 벌려놓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갈수록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 제도의 시행은 대학의 특성화를 더욱 불가능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그 결과로 한국 대학의 생태계는 더욱 기형적인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다.

결국 땜질식 교육 정책의 남발은 끝없는 땜질을 불러올 뿐이다. 이는 교육은 교육의 논리에 의해 미래가 설계되고 계획되어야 제대로의 길을 갈 수 있음을 반증하는 바이다. 대학입시를 대학 자체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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