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현대철학의 획득과 상실, 그 역동의 역사를 짚어보다
상태바
중국현대철학의 획득과 상실, 그 역동의 역사를 짚어보다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8.23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소개]

■ 중국현대철학사론: 획득과 상실의 역사 | 이규성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1136쪽

이 책은 20세기 근 100년에 걸친 중국현대철학의 흐름을 짚어보는 철학서로서 20세기 중국의 대표적인 여덟 명의 사상가와 그들의 세계상을 통해 중국현대철학의 획득과 상실, 그 역동의 역사를 짚어본다.

중국은 1911년 신해혁명 이후 신민주주의 혁명인 중국혁명과 사회주의 혁명인 문화대혁명을 겪으며 자본주의 세계화운동이 일어나고 있던 서구사회와 교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지적 지형의 변화와 더불어 전통철학과 변별되는 개념인 신철학(新哲學)이 동서를 막론하고 등장했다. 대대적인 동서문화의 충돌과 융회로 현대철학의 주제는 더욱 다양해졌고, 이질적 문화에 뿌리를 둔 상호적이고 혼종적인 개념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20세기의 역사적 상황이 주는 과제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수용한 중국철학은 외세의 위협과 함께 들어온 이질적인 사고방식들을 만나 비로소 자신의 역사적 위상과 성격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되었고, 문제의식을 담아 문화적 경계를 넘어서서 학문적 시야를 넓히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 중국에서는 네 가지 유형의 큰 철학적 흐름이 형성되었다. ‘정치·사회 철학’을 주장한 진독수(陳獨秀)와 모택동(毛澤東) 등은 반봉건·반식민을 위시하며 기존의 사회 위계를 극복한 새로운 민주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 ‘문화주의적 형이상학’을 내세운 종백화(宗白華), 양수명(梁漱溟), 웅십력(熊十力), 풍우란(馮友蘭) 등은 회고적 입장에서 중국문화의 보편적 의의를 강조하며 전통문화의 재해석을 통해 문화적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논리적 이성주의 철학’을 주장한 풍우란(馮友蘭)과 김악림(金岳霖) 등은 이성주의 입장에서 동서 형이상학을 융회하는 것과 더불어 전통철학이 결여한 지식론과 형식논리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개별자와 타자성의 철학’은 장세영(張世英)이 표방한 사조로, 중국철학의 새로운 흐름들이 실증철학으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하며 사회적 관계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내적 자유의 요구에도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장과 2장에서는 정치·사회 철학을 주장한 진독수와 모택동의 사상을 살펴본다. 1장에서는 중국 최초의 마르크스주의자 진독수(陳獨秀, 1879~1942)를 다룬다. 그는 민주주의가 사회주의와 분리될 수 없다고 보고 스탈린 체제를 비판했으며, 후기에는 ‘대중민주주의’와 ‘민주공화주의’를 통해 권력에 대한 저항의식을 표출했다. 이 장에서는 그의 사상적 행적을 애국계몽 후 신학문 학습까지의 시기, 북경대학 인문대학장 취임 후 5·4운동 발생까지의 시기, 공산당 초대 서기장 취임 후 퇴출까지의 시기, 좌익 반대파가 되어 민주공화주의자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기로 나누어 살펴본다.

2장에서는 중국적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구축한 모택동(毛澤東, 1893~1976)을 다룬다. 그는 신민주주의 혁명을 표방하다가 인민공화국헌법 반포 후 사회주의 개조정책을 선포하며 혁명을 급진 좌경화했으며, 자아의 발현과 무한생성을 긍정하고 그에 대한 모순의 발견과 실천론을 강조했다. 이 장에서는 그의 사상적 생애를 학습과 사상의 편력 시기, 중국혁명을 촉발한 중국적 마르크스-레닌주의 혁명사상 형성 시기, 문화대혁명을 촉발한 좌경 급진혁명론 시기로 나누어 살펴본다.

3, 4, 5장에서는 문화주의적 형이상학을 주장한 종백화, 양수명, 웅십력의 사상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중국현대미학의 형성자 종백화(宗白華, 1897~1986)를 다룬다. 그는 유럽 낭만주의 흐름을 접하고 그것에서 예술적·종교적 철학과 비교미학을 수용한 후 동서융회의 철학과 공령·충실의 미학을 강조했으며, 중국적 생명주의 미학을 발전시켰다. 이 장에서는 그의 사상적 생애를 사상적 맹아기이자 모색기인 전기와, 예술을 중심으로 다른 학문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예술을 통해 사회를 변화·구제하고자 한 시기인 후기로 나누어 살펴본다.

4장에서는 신유가학자이자 문화결정론자였던 양수명(梁漱溟, 1893~1988)을 다룬다. 그는 자기에 대한 반성적 이해를 표방하는 ‘자기학’을 생활문화로 삼으며, 이 자기학으로서의 동서 범심주의적 생명철학 및 동서비교적 문화관을 형성했다. 이 장에서는 그의 사상적 전변을 사공학적 실용주의의 영향을 받은 시기, 형이상학에 기반을 두고 염세적·출세간적 사상으로 나아간 시기, 향촌자치운동을 벌이며 송명이학적 사고와 지행합일론을 따른 시기로 나누어 살펴본다.

5장에서는 역시 신유가학자였던 웅십력(熊十力, 1885~1968)을 다룬다. 그는 유식학을 재해석해 유·불·도를 종합·절충하는 체용불이의 세계상을 세웠으며, 송명이학을 재해석해 수렴·발산하는 힘 간 대립·통일의 법칙인 흡벽론을 수립해 서양의 문화적 힘에 대항하고자 했다. 이 장에서는 인민공화국 성립 후 정치적 학술통제에 불만을 품고 공산사회적 이상을 지지하며 민주주의적 해방을 염원했던 웅십력의 5·4혁명 전후 성숙한 체용합일적 체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6장과 7장에서는 논리적 이성주의 철학을 주장한 풍우란과 김악림의 사상을 살펴본다. 6장에서는 동서융회의 관점과 형식주의 신이학을 표방한 풍우란(馮友蘭, 1895~1990)을 다룬다. 특히 그의 사상적 발전 과정을, 철학을 선의 추구로 정의한 인생철학 시기, 플라톤주의적 관점을 반영해 『중국철학사』를 집필한 시기, 송대이학에 대한 형식논리적 논의를 통해 인격 이상의 철학을 주장한 신이학적 체계 시기, 사적 유물론의 관점에서 『중국철학사』를 수정한 시기로 나누어 살펴본다.

7장에서는 논리학과 지식론을 통해 철학의 보편성을 정립함으로써 중국철학의 현대화에 기여한 김악림(金岳霖, 1895~1984)을 다룬다. 그는 ‘중국에서 발견한 철학’과 ‘중국에서의 철학’을 구분하고 논리적 형식에 따라 체계적으로 구성된 윤리적 형이상학과, 이성적 개념 및 감각적 경험을 함께 중시하는 절충적 지식론을 주장했다. 이 장에서는 그의 초기 정치사상과 더불어 주요 철학사상인 윤리적 형이상학 및 지식론을 살펴본다.

8장에서는 개별자와 타자성의 철학을 주장한 장세영의 사상을 살펴본다. 이 네 번째 유형의 철학에서 장세영(張世英, 1921~현재)은, 앞서의 세 유형의 철학이 개인성과 타자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철학이 소홀히 해온 개념들, 즉 무근거성, 우연성, 타자성, 자유 등을 송명이학적 만유상통의 원리와 연결함으로써 개별자의 독특성과 타자성의 문제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장에서는 장세영 사상의 핵심인, 유심론적 ‘합리적 내핵’의 원리와, 변증법에 대한 비판적 반성에서 비롯해 우주와 인생에 대한 윤리-심미적 통찰을 담아낸 ‘신철학’에 대해 알아본다.

이 책에서는 이들 사상가의 철학적 세계상을 이들의 주요 문제의식과 해결방식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그 가운데 각각의 특징과 시대적 의미를 비판적으로 논한다. 이제 인류는 과거와 달리 문화 상호성과 지구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으며, 중국철학 역시 세계와의 연관성 안에서 자신의 장단점을 반성적으로 재고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중국철학은 평안한 인생의 의미를 음미하는 전통적인 함영(涵泳)의 철학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인생의 부조리와 사회적 선악의 갈등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