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가짜뉴스에 맞선 데이터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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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가짜뉴스에 맞선 데이터 과학
  • 차미영 KAIST/기초과학연구원(IBS)·데이터 사이언스
  • 승인 2020.08.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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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리포트]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 4달, 국가별 가짜뉴스 확산과 취약성 분석

▲ 각국에 퍼진 황당한 가짜뉴스들. 불꽃놀이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없앤다거나, 콜라로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가짜뉴스들은 특정 문화권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 각국에 퍼진 황당한 가짜뉴스들. 불꽃놀이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없앤다거나, 콜라로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가짜뉴스들은 특정 문화권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하루에 계란을 9개 섭취하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
‘불꽃놀이는 대기 중의 바이러스를 없앤다.’
‘채식주의자는 감염되지 않는다.’
‘코카콜라 또는 5G 네트워크가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는 거리에 사자를 풀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는 황당한 가짜뉴스들이 퍼져나갔다[1]. 일부는 사회의 뿌리 깊은 관습과 어우러지며 특정 문화권을 장악했고[2], 또 일부 거짓 정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파됐다. 백신과 치료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및 격리 등의 행동 수칙에 따르는 것이다[3]. 하지만 인터넷상의 무분별한 정보 즉, 인포데믹(infodemic)은 잘못된 예방법과 치료법을 퍼뜨리며 코로나19 초반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4]. 인포데믹으로 인한 피해는 소금물 스프레이를 뿌린 한 종교 시설의 집단감염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필자가 연구책임자로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은 각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분석한 결과, 이미 특정 국가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가짜뉴스가 다른 국가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재생산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말감염을 통해 주로 전파되듯, 그와 관련된 가짜뉴스는 SNS를 매개로 퍼지는 것이다. SNS는 정보의 사실성과 정확성에 대한 자체 검증 기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가짜뉴스의 전파와 확산에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우리 연구진은 지난 3월 반복되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루머를 앞선 팩트(Facts Before Rumors)’ 캠페인을 시작했다. 우선, 초기에 타격을 입은 중국과 한국에서 생산된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 200여 건을 수집했다. 이중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보를 선별하여 세계보건기구(WHO)나 질병관리본부의 정보를 토대로 팩트체크를 진행한 뒤, 여러 국가의 언어로 번역하여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했다.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베트남어 등 총 21개국 언어로 번역된 인포그래픽은 루머를 앞선 팩트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 루머를 앞선 팩트 홈페이지(www.ibs.re.kr/fbr)와 제작한 인포그래픽(영어, 베트남어) 사례.
▲ 루머를 앞선 팩트 홈페이지(www.ibs.re.kr/fbr)와 제작한 인포그래픽(영어, 베트남어) 사례.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의 주된 목적은 가짜뉴스를 사전에 차단하여,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있다. 이와 더불어 각 국가에 어떤 가짜뉴스가 얼마나 확산했는지 분석하기 위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4달째인 현재, 인포그래픽은 85개국 5만여 명의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가짜뉴스에 더 취약

설문조사 결과, 우리 연구진은 몇 가지 시사점을 발견했다. 우선,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경제 지표가 낮은 국가의 인터넷 사용자일수록 온라인에서 코로나19에 관한 가짜뉴스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스웨덴과 핀란드는 설문에 참여한 40%의 사람들이 제시된 가짜뉴스를 본 적 있다고 답한 반면, 카메룬과 필리핀 등 경제 하위 국가에서는 60% 이상이 가짜뉴스에 노출된 적 있다고 응답했다. 똑같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상황이라면, 개발도상국 사용자들이 접하게 되는 정보의 진위성(veracity)과 질(quality)이 더 낮다는 의미다.

문제는 가짜뉴스를 많이 접할 뿐 아니라 이를 사실이라고 믿는 경향도 더 높다는 데 있다. 경제 부흥국의 인터넷 사용자의 경우 16.7%만이 제시된 가짜뉴스를 진짜라고 믿었던 반면,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33.3%가 가짜뉴스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인프라가 취약한 나라가 인포데믹으로 인한 피해마저도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 국가별 가짜뉴스에 대한 경험 및 수용도 분석 결과.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설문에서 주어진 가짜뉴스를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위). 또, 해당 정보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높았다(아래). 위 그래프에서 X축은 각 나라를 의미하며, 왼편으로 갈수록 GDP가 낮은 경제빈곤국에 해당한다.
▲ 국가별 가짜뉴스에 대한 경험 및 수용도 분석 결과.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설문에서 주어진 가짜뉴스를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위). 또, 해당 정보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높았다(아래). 위 그래프에서 X축은 각 나라를 의미하며, 왼편으로 갈수록 GDP가 낮은 경제빈곤국에 해당한다.
▲ 국가별 가짜뉴스에 대한 경험 및 수용도 분석 결과.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설문에서 주어진 가짜뉴스를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위). 또, 해당 정보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높았다(아래). 위 그래프에서 X축은 각 나라를 의미하며, 왼편으로 갈수록 GDP가 낮은 경제빈곤국에 해당한다.
▲ 국가별 가짜뉴스에 대한 경험 및 수용도 분석 결과.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설문에서 주어진 가짜뉴스를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위). 또, 해당 정보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높았다(아래). 위 그래프에서 X축은 각 나라를 의미하며, 왼편으로 갈수록 GDP가 낮은 경제빈곤국에 해당한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여길수록 백신 접종에 긍정적

캠페인 기간 코로나19에 대한 가짜뉴스는 더욱 심각해졌다. 코로나19 백신이 인간의 생식능력을 저해하거나, 자폐증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짜뉴스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부작용에 대한 걱정은 백신 거부 운동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우리 연구진은 ‘향후 개발될 백신을 수용할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 항목을 추가해 설문을 이어갔다.

설문조사 결과 남성보다는 여성이, 스스로 건강 상태가 좋다고 평가할수록, 연령과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경제 사정이 좋다고 평가할수록 백신 접종에 긍정적이라고 대답했다. 국가별로는 선진국일수록 접종을 하겠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았지만, 선진국이라고 해서 반드시 접종 인식이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국가별 긍정 응답 비율을 살펴보면 니제르 31%, 예멘 44%, 세네갈 30%, 카메룬 19%, 필리핀 59%, 브라질 78%, 칠레 56%, 우루과이 49%, 스페인 47%, 프랑스 40%, 영국 61%, 스웨덴 58%, 미국 50% 등으로 나타났다.

사실 백신 거부 움직임은 코로나19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감염병이 출현할 때마다 늘 발생했던 일이다[6,7] 주목할 점은 인포데믹과 백신거부와의 상관관계다. 2019년 미국 연구진은 2018년 발생했던 에볼라 사태 이후 아프리카 콩고공화국 961명을 대상으로 가짜뉴스와 에볼라에 대한 태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에볼라 관련 가짜뉴스에 노출된 사람들은 전염병이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건강수칙을 잘 지키지 않았으며, 심지어 백신을 거부하는 경향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8]. 우리 설문에서도 팬데믹을 종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백신임에도 불구하고, 출처 없는 정보나 소문을 믿고 백신을 거부하겠다는 응답자들이 다수 있었다.

마무리하며

지난 4월 14일. 국제연합(UN)의 사무총장인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트위터를 통해 “과학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하고 현명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과학이 바이러스와 직접 싸우는 생명과학과 의학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짜뉴스로 인해 생물학적 위협이 사회적 위협으로까지 확대됐고, 거짓 정보의 확산을 막아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이터 과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올바른 인식을 저해하는 가짜뉴스를 데이터 과학의 방법으로 그 패턴과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피해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도 가능하다. 짧은 기간 동안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을 진행하며, 필자와 우리 연구진은 데이터과학이 인류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이해를 하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SNS와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은 팬데믹과 같은 긴급 상황에 정보를 취합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동시에 SNS 사용자의 증가로 인해 가짜뉴스의 확산력도 과거와 비교해 커졌다.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정보가 스스로 자정작용을 거치길 기다리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긴급 상황에서는 과학자와 일반 시민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쓰일 수 있게 만들 현명한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4달, 우리는 캠페인을 통해 SNS로 전 세계의 대중을 만났다. 중국의 고등학교 교사인 Ailing Lan은 학생들과 코로나19 가짜뉴스에 대한 토론수업을 하면서 우리의 캠페인에 소개된 인포그래픽을 활용하였고, “학생들이 단순히 가짜뉴스를 수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사실과 가짜뉴스를 구별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캠페인이 매우 유용했다”라며 고마움을 표현해오기도 했다.

데이터 과학자들의 이러한 노력이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했기를 바란다. 5만여 명의 세계 시민과 함께 진행한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을 마치며, 수신한 감사 인사 몇 가지를 더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나는 이 캠페인이 가짜뉴스에 취약한 국가에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알리는 것은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Tania Medina, 니카라과)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 덕분에 SNS에 넘쳐나는 코로나19 관련해 많은 정보 중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게 되어 매우 유용했다.” (Ern Chern, 말레이시아)

“이 캠페인 덕분에 사람들은 가짜뉴스에 더 이상 속지 않고 적절한 방법으로 자신과 그들의 가족을 보살필 것이다.” (Luis Giron Segovia, 엘살바도르)

▲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에 참여한 사용자들의 추천 글.
▲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에 참여한 사용자들의 추천 글.


▣ 참고문헌

[1] T.-D. Mai, S. Geng, C.B. Mokone, R. Moore, K. Singh, S. J. Park, M. Cha, Oddly humorous COVID-19 rumors: Gaining perspective on the fight against the infodemic, Internet Article, June 2020
https://link.medium.com/hh5xOQqBO7

[2] Y. Leng, Y. Zhai, S. Sun, Y. Wu, J. Selzer, S. Strover, J. Fensel, A. Pentland, Y. Ding, Analysis of misinformation during the COVID-19 outbreak in China: cultural, social and political entanglements, Internet Article, May 2020
https://arxiv.org/abs/2005.10414

[3] M. Chinazzi, J. T. Davis, M. Ajelli, C. Gioannini, M. Litvinova, S. Merler, A. Pastore y Piontti, K. Mu, L. Rossi, K. Sun, C. Viboud, X. Xiong, H. Yu, M. E. Halloran, I. M. Longini, and A. Vespignani, The effect of travel restrictions on the spread of the 2019 novel coronavirus (COVID-19) outbreak, Science, vol. 368, no. 6489, pp. 395–400, 2020.

[4] J.S. Brennen, F.M.. Simon, P.N. Howard, R.K. Nielsen, Types, Sources, and Claims of COVID-19 Misinformation, University of Oxford Reuters Institute Factsheet, April 2020
https://tinyurl.com/ya2ovy2a

[5] 차미영, 코로나바이러스와 인포데믹, IBS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Vol 7, 2020
https://tinyurl.com/ybluxbdq

[6] Eve Dubé, M. Vivion, and N. E. MacDonald, Vaccine hesitancy, vaccine refusal and the anti-vaccine movement: influence, impact and implications, Expert Rev. Vaccines, vol. 14, no. 1, pp.99-117, 2015.

[7] 이금숙, 백신, 내가 맞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병을 전염시키는 피해를 줍니다, 헬스조선 기사, 2018
https://tinyurl.com/y6uhpt32

[8] P. Vinck, P. N. Pham, K. K. Bindu, J. Bedford, and E. J. Nilles, Institutional trust and misinformation in the response to the 2018–19 ebola outbreak in north kivu, dr congo: a population-based survey, The Lancet Infectious Diseases, vol. 19, no. 5, pp. 529–536, 2019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국내외 연구동향과 과학적 이슈, 신종 바이러스 예방·진단·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진행 상황과 아이디어 등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코로나19 과학 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 29일 발간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_Vol.18을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허락 하에 전재한다.(https://www.ibs.re.kr/kor.do)


차미영 KAIST/기초과학연구원(IBS)·데이터 사이언스

카이스트 전산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카이스트 전산학부 및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IBS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 Chief Investigator로 있다. 페이스북 데이터사이언스팀 초빙교수로 근무했고, 젊은정보과학자상(정보과학회 2019)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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