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분야 학술논문 출판…누구의 이득을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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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분야 학술논문 출판…누구의 이득을 위한 것인가?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08.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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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학술동향]

연구 성과를 높이는 것에 연구자, 대학, 연구기관 등 모두가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국내 연구가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위해서는 연구 결과가 국제적으로 유통될 필요가 있다. 현재 선호되는 방법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 및 연구기관은 소속 연구자들이 국제적 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것을 권장하고 있고 연구자들도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여기에 여러 문제가 제기되어왔다. 투고된 논문이 채택되는 데 외부적인 요인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 학술 논문을 출판하는 거대 출판기업이 과학 학술 출판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 등이다. 이와 관련해 계량서지학적 연구를 수행한 몬트리올 퀘벡 대학교(Universite du Quebec a Montreal) 과학기술연구소의 과학부문 책임자이자 연구장(Canada Research Chair)인 이브 진그라스(Yves Gingras) 교수와 같은 대학의 마디 켈파위(Mahdi Khelfaoui) 교수가 흥미로운 글을 <University World News>(2020. 07. 11)에 게재했다. 아래에 관련 기사를 소개한다.

17세기 말이래 새로운 과학적 지식은 주로 학술저널을 통해 전파 및 공유되어왔다. 학술저널은 대개 학회 내 그룹화된 연구자들에 의해 콘트롤된다. 런던 왕립학회(Royal Society of London)가 대표적인 예이며, 이 학회의 저널은 1665년에 창간되었다.
 
학술저널은 보통 편집방침을 정하고, 출판을 위해 투고된 논문에 대한 독자적인 평가와 수정 절차를 컨트롤하는 편집위원회가 관리한다. 나라 별로 많은 과학 학술저널이 있지만 그 저널들의 내용이 커버하는 지역적 범위는 대개 국제적이며, 이는 편집위원회의 국제적인 구성에 반영되어 있다.

▲ 과학기술 분야에서 많은 학술저널을 출판하고 있는 엘스비어 출판사의 상징 문양
▲ 과학기술 분야에서 많은 학술저널을 출판하고 있는 엘스비어 출판사의 상징 문양

특히 2차 대전 후에 학술저널은 그 수와 다양성에 있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사기업들은 이를 아주 수익성 높은 시장으로 보았다. 그리하여 엘스비어(Elsevier), 스프링거(Springer), 와일리(Wiley) 같은 회사들은 학술출판의 거대기업이 되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저널들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순수하게 학술적인 모든 연구는 연구자들에 의해 대가 없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연구결과물을 게재한 이 저널들을 대학도서관에 판매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은 몇몇 대기업의 수중에 사유화된다.

이 모든 것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은 일부 연구자들의 경우 자신과 동료들의 연구에 유익하도록 그들이 직접 맡아서 관리하는 새로운 저널의 창간을 이 거대 출판기업들에게 제안할 경우의 이점을 또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엘 나치(El Naschie) 사례

이러한 전략을 사용한 대표적인 예로 매우 전문적인 이론물리학 저널 <Chaos, Solitons & Fractals>의 편집장이었던 이집트의 수학자이자 엔지니어인 무하마드 엘 나치(Mohamed El Naschie)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저널은 1991년 엘 나치에 의해 창간되어 당시에는 페르가몬 그룹(Pergamon group)에서 출판되었으나, 이 출판사는 1992년에 엘스비어에 매각됐다.

이브 진그라스(Yves Gingras)는 특정한 과학적 논란거리에 대해 정량적 연구를 하던 중 엘 나치가 이 단일 저널에 1991년~2008년 사이에 269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이 저널에 발표된 과학연구 총 성과물의 85%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 <Chaos, Solitons & Fractals>; El Naschie v. Macmillan Publishers Ltd

게다가 웹 오브 사이언스(Web of Science) 데이터베이스의 통계에 의하면 그의 논문들은 그 저널 외부에서는 거의 인용된 적이 없었다. 그 당시 이브 진그라스는 이 기이한 사실을 학계에 알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연구자들이 스스로 그 사실을 알아냈고 이는 2008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스캔들로 비화되었다. 엘 나치는 이러한 사실을 기사화한 네이처가 그의 명성을 손상시켰다고 주장하며 네이처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그해에만 엘 나치는 <Chaos, Solitons & Fractals>에 53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이는 그 저널의 평가과정에 관해 심각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문제가 심각한 그 어떤 저널도 한해에 그 저널의 편집장이나 단일 저자가 그만큼의 많은 논문을 게재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상기해야만 한다.

이 많은 논문들에서 엘 나치는 근본적으로 그가 발전시킨 이론, 즉 우주는 무한한 차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의 연구 결과물들을 발표했다. 이 이론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받은 전문가들은 이 이론이 인상적인 유행어들로 가득 찬, 앞뒤가 맞지 않거나 미숙한 수비학(數秘學: numerology)이라 칭했다.

과학자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친 엘스비어는 엘 나치가 2009년에 은퇴할 것이며, 새로운 토대 위에서 그 저널을 재구성할 새 편집장을 찾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Nature>를 상대로 한 엘 나치의 명예훼손 주장은 2012년 기각됐다.

편집권을 행사하는 다른 방법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 사례는 연구자 집단의 논문 출판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학자들이 저널을 콘트롤할 수 있는 방법들을 보여준다. 엘 나치는 편집장으로서 아주 가시적이고 심지어 단순한 방법으로 그렇게 했다. 그러나 편집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고도 저널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보다 교묘한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편집위원회에 큰 영향을 미쳐 저널을 쥐락펴락하는 과학자들의 로컬 네트워크에 속하는 방법과 같은 것이다.

최근 디디에 라울(Didier Raoult) 교수의 출판 논문들에 대한 프랑스 인터넷 신문 메디아파르(Mediapart)의 탐사보도는 학술저널 <New Microbes and New Infections>에로 우리의 관심을 이끈다. 이 학술지의 일부 특징은 엘 나치의 저널과 유사하게 보인다.

그래서 이브 진그라스는 엘스비어(Elsevier)사의 스코푸스(Scopus)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어 있는 이 생체의학 저널에 대한 계량서지학적 분석(출판물의 통계적 분석)을 수행했다. <New Microbes and New Infections>는 2013년에 창간됐으며, 이 시기는 출판사들이 수익을 늘리고 그들이 다루는 학술 범위 혹은 학문 목록을 다양화할 목적으로 새로운 학술지를 크게 늘리던 때였다. 이 과학저널은 2020년 6월 10일 현재까지 총 743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거의 전 세계 과학계를 커버한다고 주장하는 그 저널에게 있어 놀라운 사실은 그 저널에 가장 많은 논문을 게재한 나라는 프랑스(373편)라는 것이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115편), 이란(48편), 세네갈(46편), 그리고 이탈리아(44편)로 이어진다.

프랑스는 이 저널에 게재된 전체 논문의 50%를 차지한다. 그런데 프랑스는 2013년~2020년 사이에 전 세계 바이러스학 분야 논문의 약 7%만을 생산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41%를 생산했다. 말하자면, <New Microbes and New Infections>의 콘텐츠가 시사하는 것과는 달리 프랑스는 전 세계적으로 미생물 및 바이러스 감염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나라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프랑스 논문들은 또 다른 문제점을 드러낸다. 우선, 이들 논문 중 90%에 달하는 337편의 논문에서 연구자들 소속 기관의 주소가 적어도 하나는 마르세유(Marseilles)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그 논문들 중 234편, 즉 약 3분의 2에 디디에 라울 교수의 이름이 공동 저자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디디에 라울 교수는 코로나19 환자의 치료제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킨 논문으로 최근 언론에 대서특필된 바 있다.

▲ <New Microbes and New Infections>; Didier Raoult

이브 진그라스의 조사에 의하면, 2013년 이 저널에 단 1편의 논문을 발표한 디디에 라울 교수는 2017년 한해에만 77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6월 10일 현재 올해 전반기동안 그는 이미 12편의 논문을 이 저널에 발표했다. 이 저널의 부편집장인 푸르니에(Pierre-Edouard Fournier)도 저널 창간이래 지금까지 이 저널에 17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학술논문은 같은 분야 전문가들의 심사를 받으며(peer-reviewed), 게재 여부 결정은 독립적인 학술위원회에 의해 내려진다. 그렇다면 그 저널의 편집위원회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자.

편집장은 마르세유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15명의 편집위원 가운데 6명이 프랑스인이다. 그 중 5명은 마르세유 출신이며, 나머지 1명은 파리 출신이다. 편집위원회의 ‘국제적인’ 성격은 9명의 편집위원 출신 국가로 확보된다. 미국 4명, 그리고 알제리, 중국, 스위스, 호주, 브라질 출신이 각 1명씩이다.

모든 논문이 저널의 편집진에 의해 선택된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에 의해 평가받도록 되어 있을지라도, 여전히 변함없는 사실은 이 저널 편집위원회의 강력한 지역성이 소위 ‘국제’ 학술지라는 이 저널에서 아주 지역적인(특정 국가나 지역에 치우친) 논문의 게재가 압도적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편집진의 거의 절반이 같은 도시에 모여 있다는 것을 적절하다고 받아들이는 학술지는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학술 출판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필요

과학 학술지 논문 게재의 동학에 대한 이러한 계량서지학적 연구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논문 출판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연구자들을 평가하고, 많은 일반 과학자들에 의해 그들 연구의 질(質)을 측정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h-인덱스(학자 업적 평가지수) 계산에 그 논문들을 문제의 소지가 많게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계량서지학을 잘 사용하면 과학의 사회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독특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계량서지학의 활용은 건강, 보다 광범위하게는 과학에 있어서의 연구를 취재·보도하는 기자들이 “과학 학술지에 게재되었다”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을 되풀이하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되며, 매스 미디어에 보도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연구 결과들을 발표하는 저널의 실체 역시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할 수 있게 한다.

기자들은 이 저널들이 독립적인 학회의 공식 학술지인지 - 예를 들면, 과학 학술지 <Science>는 미국과학진흥협회(the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가 발행하는 학술지이다 - 아니면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사적인 그룹의 소유물인지를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이 그룹들이 특정 논문을 신속하게 게재·출판하는 목적이 단순히 그들 저널의 가시성을 최대화해서 대학도서관들의 구독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 아닌지를 또한 자문해야 한다. 연구자들도 아주 확고하고, 유용하며, 흥미로운 연구 결과물을 출판하는 데에 기존 학술지들로 충분한 시기에 새로운 과학저널들을 끊임없이 창간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높은 게재·출판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엉터리로 이루어진 혹은 구직이나 연구비 때문에 서둘러 수행된 미심쩍은 연구들을 배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고의 학술지들은 높은 기준으로 선별성을 강화함으로써 이 팬데믹 시기 동안 전례 없이 쏟아져 나오는 논문 출판의 페이스를 늦추는 데 또한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대형 학술지 출판사들은 그들 소유의 가장 선별적인 저널에 의해 거부된 논문들을 새로운 저널에 받아들여 게재함으로써 돈을 버는 방법을 찾아냈다. 따라서 권위있는 저명 학술지 A에 의해 거부된, 그러나 같은 출판사가 발행하는 덜 알려진 학술지 C에서 재활용된 논문들은 여전히 돈을 벌어다주는 상품으로서 과학의 이로움보다는 출판사의 경제적 수익에 더 많은 기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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