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반환 소송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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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반환 소송 유감
  • 송기창 숙명여대·교육학
  • 승인 2020.08.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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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학생들이 교육부와 개별대학을 대상으로 등록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수업이 어려워지자 대학들이 대부분의 수업을 원격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으나, 학생들은 대신 등록금 반환을 요구한 것이다.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논리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원격수업은 대면수업보다 원가가 싸고, 대체된 원격수업마저 부실했으며, 대학시설을 이용하지 않았고, 실험실습비와 행사비 등 예산 미집행분이 발생했다는 것 등이다.

이유야 어떻든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대학들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결과, 집단소송까지 이르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다른 이유는 차치하고 원격수업이 부실했으므로 등록금을 반환하라는 요구는 대학들로서는 매우 뼈아픈 측면이다. 갑작스런 상황이었지만, 대학당국과 교수들은 부실수업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노력했어야 했다.

대학 등록금은 여러 차례 소송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부실수업을 이유로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크게 보면, 등록금 반환 성격의 집단소송이 두 차례 있었다. 첫 번째는 2010년에 국립대 졸업생들이 제기한 국립대 부당이득금(기성회비) 반환 소송이고 두 번째는 2013년에 수도권 모 대학 재학생들이 대학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다.

국립대 기성회를 상대로 회비 반환을 청구한 소송의 1심과 2심은 법적 근거가 없는 기성회비를 반환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으나, 대법원이 기성회비의 법적 근거와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며 파기 환송한 후 고법에서 화해 권고 결정이 내려져 일단락되었다. 2015년 파기환송 당시에 이미 기성회가 폐지되어 수업료에 통합되었기 때문이다. 이 소송은 기성회비 반환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으나, 그 결과로 기성회비가 수업료에 통합되고, 수업료를 국립대학이 자율적으로 집행하는 대학회계제도 도입이 앞당겨졌다.

수도권 모 대학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대학법인이 적립금과 이월금을 부당하게 적립·운영함으로써 재학생들이 부실한 실험·실습 교육을 받게 했고, 시설·설비 등 미비로 학생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입혔으므로 이를 배상하라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 소송에서 쟁점은 부실수업보다는 대학의 부실운영이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때로는 교육 관련 소송이 예기치 않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대학 등록금 반환 소송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학생들은 막연히 부실수업을 이유로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부실수업을 특정하는 기준이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며, 학생들은 수업과정의 부실을 문제 삼았지만, 부실수업 결과로 취득한 학점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따져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서는 등록금 정산제를 도입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소송의 취지를 살리려면 학기 초에 기본등록금을 납부하고, 학기 중에 수강 학점과 수강 과목의 단가, 시설 이용료 등을 따져 정산할 수밖에 없다. 대학으로서는 행정 수요가 늘어나는 부담이 있지만, 등록금을 인상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등록금 시비를 완전히 해소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수강과목 선택이나 시설 이용 여부가 등록금에 반영되면 대학의 모든 활동은 돈으로 환산되고,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 활동 격차가 불가피하여 대학 내 빈부 격차가 커질 수 있다.

이번 등록금 반환 소송은 5년 이상 걸릴 것이며, 학생들이 이기든 대학이 이기든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다. 또한, 타산적 경제 논리와 차가운 법 논리가 대학을 지배하는 출발선이 될지도 모른다. 부실수업에 대한 등록금을 반환하는 대신 취득 학점은 취소하라는 결정이 내려지거나, 대학들이 선제적으로 등록금 정산제를 도입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소망은 소송보다는 학생들과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대학으로 하여금 부실수업 예방 대책을 내놓도록 요구하고 학생경비 미집행분 전용 방안을 강구하도록 타협하는 선에서 종결된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대학의 교육적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송기창 숙명여대·교육학

서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교육재정 및 정책 전공으로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제대 교수를 거쳐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장, 숙명여대 기획처장과 교육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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